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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번호통합 어떻게…사업자·소비자·연구기관 제각각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8일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010 번호정책 쟁점진단 및 대안모색' 토론회에서도 각계의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렸다.

011 가입자를 상당수 확보하고 있는 SK텔레콤은 점진적인 번호통합을 주장하는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명확한 시점을 정해 정책의 불투명성을 해소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은 소비자들대로 입장이 갈리고 있다. 현재 01X 식별번호를 사용하는 사용자들과 소비자단체들은 정부의 번호통합 정책이 원천적으로 잘못됐다고 주장하고 있고, 이미 010으로 전환한 가입자들은 정부정책을 믿고 번호를 바꾼 상황이다.

하지만 연구기관에서는 미래 번호자원 확보 및 다양한 융합서비스, 남북통일 등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점진적인 번호통합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어 방송통신위원회가 어떠한 정책을 마련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위성 없는 번호정책 폐기해야"=이날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상임이사는 "01X번호의 3세대 번호이동 금지 정책은 즉각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이사는 "이동전화 번호정책은 01X 번호의 사용을 허용해온 정책인데 기존의 번호를 폐기하거나 이동을 제한하는 것은 번호정책의 일관성을 해치는 것"이라며 "01X번호의 3세대 서비스 이용을 허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번호정책은 소비자 편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번호정책 역시 소비자 편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현행 3세대 서비스 전환시 01X 번호의 이동을 제한하는 것은 2세대 01X 번호를 다량 확보하고 있는 특정 사업자의 시장독점을 보호하는 불공정정책"이라고 지적했다.

010 통합반대 운동본부 서민기 대표도 "오랜 시간 한 번호로 쌓아온 인적네트워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라며 "개인 사업자나 프리랜서의 경우 신용 소멸의 비용까지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정통부 시절 잘못된 정책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정책의 본질도 모른체 번호를 변경했다"며 "지금이라도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원점에서 소비자들과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정책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술발전·서비스 진화 차원서 번호통합문제 해결해야=이처럼 소비자 단체를 중심으로 번호통합정책의 폐기와 01X의 3세대 이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정부와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010 강제통합의 문제점은 인정하면서도 장기적으로는 통합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박기식 ETRI 연구원은 "010 번호통합은 정책적으로 추진돼야 할 사항이지만 단기간의 강제통합은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사업자 및 이용자 그룹의 의견을 수렴해 적절한 시점까지 점진적인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인 비용절감, 서비스 진화를 방해하지 않도록 번호통합이슈는 너무 늦지 않게 해결돼야 한다"며 "다양한 신규번호 수요, 와이브로, MVNO, 남북통일 등을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는 장기적인 정책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통신사업자들 역시 번호통합 정책의 연속적인 추진에 대해서는 의견을 같이 했다. 다만 01X 가입자가 많은 SK텔레콤은 자율적이고 점진적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조속한 추진 및 명확한 시점을 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는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책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였다.

이날 박준선 방통위 통신자원정책과장은 "다양한 융합서비스의 출현과 신규서비스가 지속적으로 상용화되고 있는 등 통신환경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며 "미래를 대비하는 번호정책을 세워야 하며 KISDI 연구결과, 공청회 및 간담회 등 다양한 의견을 검토해 정책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방통위는 이 달 중 010 번호통합정책을 마련해 전체회의에 올릴 예정이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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