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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 방통위 연일 지적…IPTV ‘최대위기’

채수웅 기자
- 케이블TV업계 “통신상품 끼워팔기에 유료방송시장 붕괴”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급성장한 IPTV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시장안착의 일등공신인 방송통신위원회는 물론이고 국회에서도 IPTV 업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최근 통신사업자들이 결합상품을 구성하면서 IPTV나 자회사 위성방송 상품을 터무니 없이 저가에 판매하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유료방송시장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IPTV는 방통위 출범 이후 방송통신 융합 산물로 인식되며 IPTV 특별법 및 정부의 진흥정책에 힘입어 유료방송 시장에 순조롭게 안착했다.

서비스 1년4개여월만에 가입자 200만명을 돌파했다.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이 100만명을 돌파하는데 각각 4년5개월, 1년9개월이 걸린 점이나 IPTV 등장 시점이 유료방송 시장이 포화상태임을 감안하면 IPTV는 그야말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것이다.  

하지만 케이블TV 등 경쟁매체들은 통신사들이 IPTV 및 위성방송을 주력상품의 사은품으로 끼워팔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저가에 공짜로 지급하려하니 당연히 가입자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방통위는 물론, 국회에서도 IPTV가 사은품으로 전락한 것에 대해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방통위는 그 동안 IPTV 특별법, 정부사업 지원 등을 통해 IPTV가 유료방송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왔다. 하지만 기대했던 콘텐츠 산업 진흥이나 시청권 확대 등에서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어 실망감을 표출하고 있다.

특히, 최근 방통위에 입성한 양문석 상임위원은 유료방송 시장에서의 IPTV 끼워팔기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양 상임위원은 4일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IPTV를 도입하면서 통신사들은 콘텐츠 산업을 진흥하고 시청자들의 채널 접근권을 확대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IPTV를 사은품으로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IPTV를 대표적인 대국민 사기행각으로 규정했다. 콘텐츠나 저작권 진흥에 어떠한 정책도 내놓지 않고 정부정책에 기대 230만명이라는 가입자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양 위원은 “IPTV를 도입할 때 콘텐츠, 채널선택권 확대를 얘기한 사업자들이 무엇을 보장했느냐”며 “IPTV는 이대로 둘 수 없다”고 일갈했다.

방통위 실무부서의 반응도 냉담하다. 최근 SK텔레콤이 발표한 유무선 결합상품은 IPTV를 공짜로 주는 내용 때문에 발표는 했지만 상품이 언제 출시될지는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방통위 실무 관계자는 “거대 통신사가 자본을 앞세워 유료방송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시청자 입장에서는 IPTV를 공짜로 보기 때문에 유료방송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SKT 발표 내용대로라면 인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에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지난달 29일 케이블TV 업계는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통신사업자들의 IPTV 끼워팔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간담회에 참석한 대부분 문방위 위원들도 공감대를 표출했다.

정병국 문방위 위원장은 “정부가 IPTV를 육성하기 위해 많은 혜택을 부여했는데 IPTV를 단순한 통신사 땅따먹기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심도있는 논의를 통해 정채적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 이외에도 이날 참석한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케이블TV 진영에 대한 규제는 완화하되 IPTV의 끼워팔기에 대해서는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IPTV가 경쟁사는 물론, 정부, 정치권 눈밖에 난 이유는 통신사가 방송으로서 IPTV를 바라보기보다는 단순히 결합상품의 가입자 유치도구로만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케이블TV업계 관계자는 “처음 IPTV가 시장에 나왔을때는 방송콘텐츠 시장 활성화와 수신료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상황”이라며 “방송상품을 단지 통신상품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한 도구로만 활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IPTV 업계를 대변하고 이끌어야 할 한국디지털미디어산업협회(이하 코디마)가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3개 서비스 사업자를 하나로 묶어 공동보조를 이끌어야 하지만 김인규 전 회장이 떠난 뒤로 코디마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없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유료방송 매체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시장에 안착한 IPTV가 미운오리에서 화려한 백조로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통신사업자들의 전략변화가 주목된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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