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어불성설(語不成說)

윤상호 기자
- KT, SKT 결합상품 방통위 신고…집전화 매출 지키기 불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어불성설(語不成說). 말이 하나의 일관된 논리로 이뤄지지 않아 이치에 맞지 않고 말이 되지 않는다라는 뜻이다. 최근 통신업계에서 보여주는 KT의 행보가 그렇다.

KT는 27일 방송통신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에 SK텔레콤을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 및 ‘이용약관 인가조건 위반’으로 신고서를 제출했다. 최근 SK텔레콤이 출시한 ‘TB끼리 온가족 무료’ 상품에 대한 문제제기다.

SK텔레콤이 내놓은 ‘TB끼리 온가족 무료’ 요금제는 가족 구성원이 SK텔레콤 휴대폰 2회선을 묶을 경우 집전화를, 3회선을 묶으면 초고속인터넷을, 4회선을 합치면 집전화와 초고속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하는 상품이다. SK텔레콤이 휴대폰 요금 할인과 유선상품 할인을 해줘 결국 유선상품 요금을 대신 내주는 형태다.

각각의 상품을 할인하는 것인데 ‘무료’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 사용자의 이익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것이 KT 주장의 골자다. 유선과 무선의 할인율을 상품 이름에서부터 명확히 고시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데 KT 주장대로라면 우리가 할인마트에서 구매하는 서로 다른 상품을 묶은 제품들도 모두 ‘이용자 이익저해 행위’로 공정위 조사가 불가피하다. 가격표에 각각이 어떻게 할인돼있는지 써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사용자에게는 각각의 할인이 얼마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내가 실제 부담해야 하는 돈이 얼마인지가 관심사다. ‘이용약관 인가조건 위반’ 문제도 그렇다. SK텔레콤이 가입자를 받을 때 각각의 할인율 등 약관을 잘 안내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KT는 SK텔레콤의 3G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둘러싸고도 비슷한 비판을 했었다. 개인고객부문 표현명 사장까지 나서 “‘QoS’ 제한이 있는 무제한은 진정한 무제한이 아니다”라고 비난했지만 비슷한 조건으로 데이터 무제한 서비스를 시작했다. 결국 자사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사의 서비스 발목잡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물론 SK텔레콤의 ‘TB끼리 온가족 무료’ 요금제가 본격 시행되면 KT의 집전화 매출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가계 통신비 인하는 시대의 대세다. 정말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를 누가 하고 있는지 곰곰이 따져볼 때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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