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LG전자, 디스플레이·TV 전문가에게 미래 맡겼다
- 구본준 부회장·권희원 부사장·박종석 부사장, 세계 2위 TV 사업 주역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LG전자가 휴대폰과 TV 사업본부장 교체를 신호탄으로 구본준 신임 최고경영자(CEO) 취임에 따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LG전자는 ‘명예회복’을 이끌 조직 수장으로 디스플레이와 TV 사업 전문가를 선택했다.
LG전자는 최근 휴대폰과 TV 사업 부진으로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특히 휴대폰의 경우 스마트폰 시대에 적응하지 못해 세계 휴대폰 3위라는 타이틀에도 불구 적자를 기록 중이다.
구본준 부회장을 비롯 신임 HE사업본부장 권희원 부사장과 MC사업본부장 박종석 부사장 등 LG전자의 구원투수의 공통점은 LG전자가 소니를 제치고 세계 2위의 평판 TV 업체로 올라서도록 한 주역이라는 점이다.
이들의 위기극복 경험을 전 사업으로 확대 적용하려는 복안이 읽혀지는 부분이다. 삼성전자도 TV사업 1등을 이끈 윤부근 사장이 생활가전, 에어컨 등 상대적으로 부진한 사업부장을 겸임하면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했다.
업계 관계자는 “1등 경험이라는 것은 회사를 이끄는데 매우 중요한 자산”이라며 “일본 기업을 꺾고 독자적인 경쟁력을 구축해내는데 성공했다는 점이 앞으로 LG전자 전반에 녹아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평가했다.
구 부회장의 경우 지난 1999년 네덜란드 필립스사로부터 당시 사상 최대 규모인 16억달러의 외자를 유치해 LG필립스LCD(현 LG디스플레이)를 설립, 대표이사를 직접 맡았다. 출범 4년만인 2003년에 전세계 TFT-LCD 세계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는 등 현재 LG의 디스플레이 사업이 세계 1등으로 도약하는 성공 토대를 마련했다.
특히 2006년 준공한 세계 최대 규모의 파주 LCD 클러스터 구축은 구 부회장이었기에 가능했던 대표적인 투자로 꼽힌다. 135만평에 이르는 대규모 파주 LCD 클러스터는 휴전선 접경지역이 불과 10km 남짓 떨어진 곳에 5조3000억원이라는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세계 LCD 시장에서의 주도권 확보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의 안보 리스크를 해소하고 국가신인도를 제고하는 계기가 됐다.
권희원 HE사업본부장은 2007년 6월부터 LCD TV 사업부장을 맡아 작년 LG전자의 LCD TV가 매출과 판매수량 모두 소니를 역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박종석 MC사업본부장은 권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2007년 6월부터 PDP TV 사업부장을 담당해 적자를 면치 못했던 PDP 패널과 TV 사업을 손익분기점 달성까지 끌어올렸다.
구 부회장이 만든 부품의 토대를 권 부사장과 박 부사장이 세트로 끌어올려 LG전자의 성장으로 만든 셈이다. 이번에는 휴대폰 사업과 차세대 TV 사업에서 돌파구를 만들어내야 하는 역할을 맡았다.
한편 LG전자는 사업부별 주요 보직 세부 인사도 곧 추진할 계획이다. 지속성이 필요한 사업 외에는 모두 원점에서 검토 중이다. 구 부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향후 주도권 회복을 위해 ‘혁신·품질·고객·인재·자율’이라는 5대 과제를 중점 추진할 방침을 밝혔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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