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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 ‘가이드라인’ 남발 논란…업계·이용자 ‘불만 폭발’

윤상호 기자
- 마케팅 비용·보조금 제한 및 AS 가이드라인 ‘시대착오’적 비판 증가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통신업계를 대상으로 발표한 ‘가이드라인’이 논란이 되고 있다. 통신사 마케팅 비용 매출액 대비 22% 제한과 이동전화단말기 AS 가이드라인 때문이다. 또 사실상 휴대폰 보조금을 27만원 밑으로 규정한 통신 3사 과징금 부과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가이드라인은 행정지침 수단으로 법적 강제성과 자체적으로 규정한 처벌 규정은 없다. 준수 여부는 자율이다. 하지만 방통위는 실태조사 등을 통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상위 고시를 근거로 제재를 가한다. 사실상 준규제인 셈이다. 법개정이나 시행령, 고시 개정보다는 가이드라인 제정이 절차가 간단한 것도 가이드라인을 선호하는 이유다. 가이드라인은 대부분 이용자 권인 보호 차원에서 마련된다. 문제는 의도와 결과가 다르다는데 있다.

◆AS 가이드라인 ‘뒷북’…제조사 면죄부 ‘우려’=지난 4일 발표한 ‘단말기 AS 가이드라인’도 이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사실 지난해 11월 애플 ‘아이폰’ 도입 이후 애플이 아닌 KT가 서비스 대행을 맡으면서 생긴 불만을 처리하기 위해 생긴 지침이다. 하지만 애플 제품 도입 과정에서 보여주듯 방통위는 애플은 놔둔채 KT를 압박하는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았다.

이 과정에서 전체 통신사와 제조사가 포함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애플은 지난달 말 ‘아이폰’에 대해 한국 내 부분 수리 지원과 자체 AS망 정비 등 통상적인 국내 진출 외국계 기업 수준의 AS를 구축한 상태다. 이미 가이드라인 발표 이전 실효성이 없어졌다. 오히려 가이드라인에는 통신사 대리점에서 AS 접수 등을 의무화하고 제조사 관련 규정은 없어 제조사가 향후 AS망을 확충 등에 면죄부를 줬다는 평가다.

제조사 관계자는 “지금 수준에서 숫자를 줄이는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기 때문에 어렵지만 규모를 줄이거나 대폭 확대하는 메리트가 없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통신사 대리점 직원은 전문 수리 기사와 제품에 대한 지식 수준이 달라 소비자 불만이 더 커질 수 있다”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휴대폰 보조금, 방통위 출범 당시 ‘비현실적’ 이유로 없앤 규제=휴대폰 보조금 처벌 역시 도마 위에 올랐다. 방통위는 지난 9월24일 보조금 차별을 이유로 통신 3사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는 과정에서 27만원을 기준점으로 삼았다. 27만원의 근거가 빈약하다는 것은 둘째로 치고 보조금 규제 자체가 방통위 출범 당시 불필요한 규제라며 철폐했던 대표적인 사례였다는 점에서 냉소를 사고 있다. 정부는 2000년 5월부터 2008년 3월까지 법령을 통해 보조금을 제한했지만 시장 원리에 맞지 않아 방통위 출범 이후 폐지했다. 이를 하위 규정에서 되살린 것이다.

소비자 단체들은 “통신사의 이익만 보존해주는 정책”이라며 “단말기 가격 상승 등 부작용이 더 크다”고 반발했다.

지난 5월 발표한 마케팅 비용 가이드라인은 더 문제다. 상위 고시 근거도 부족하다. 정부가 개별 기업의 마케팅 비용을 제한한다는 것 자체가 경제 논리와 맞지 않는다. 방통위 위원장과 통신 3사 대표가 미리 합의를 했다고 하지만 업체는 규제 기관의 장이 추진하는 일에 반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줄어든 비용이 투자로 연결되는 움직임도 없다.

◆마케팅 비용 규제, 타 업종 사례 없어=통신업계 관계자는 “어떤 업종도 정부가 마케팅 비용을 두고 규제를 하는 분야는 없다”라며 “규제로만 해결하려는 자세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또 “업계가 자율적으로 합의를 했다지만 허가 문제 등 통신사의 명줄을 쥐고 있는 방통위의 지시를 누가 반대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또 휴대폰 보조금 27만원과 마케팅 비용 비중 제한 등은 담합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벌을 받을 소지도 있다. 주류 업계가 비슷한 이유로 공동 보조를 맞춘 것에 대해 공정위가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가 있다.

한편 방통위가 규제 개혁 등의 성과에 치중해 가이드라인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 관계자는 “아무래도 만들거나 개정할 때 절차가 까다로운 법령이나 시행령, 고시 보다는 보고만 하면 되는 가이드라인이 편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충분한 근거와 시장 보호 효과 등을 생각해 발표하고 사후 실태조사도 실시하고 있다”라고 해명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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