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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 삼성 컨트롤타워 부활…이학수 부회장은 문책성 인사 왜?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이 조직의 중추 역할을 하는 컨트롤타워 조직을 부활시키기로 했다(관련기사 참조). 컨트롤타워 조직 부활은 지난 2008년 7월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와 이에 따른 삼성 특검 수사로 공식 해체된 지 2년 4개월 만이다.

이미 예견되어 있는 일이었다. 지난 3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 일선에 복귀할 당시 삼성은 경영 복귀의 가장 큰 이유로 투자와 사업조정 등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해서라고 밝힌 바 있다. 따라서 어떤 형태로든 이 회장을 보좌해 그룹 내 전반적 경영활동을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조직이 만들어질 것으로 전망돼 왔다.

그러나 이학수 고문과 김인주 상담역이 각각 삼성물산과 삼성카드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는 점에서는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다. 이 고문은 1997년 회장 비서실장에 오른 후 구조조정본부장과 전략기획실장을 맡으며 그룹 내 2인자 역할을 해온 인물로 이건희 회장의 손발, 혹은 그림자로 불리며 최근까지도 건재함을 과시해왔다.

이 때문에 이 고문은 과거 전략기획실과 같은 형태의 그룹 내 컨트롤타워 조직이 부활할 경우 이를 대표할 유일한 적임자로 회자됐다. 특히 지난 8월 15일 특별 사면을 통해 법적인 굴레도 벗어남으로써 컨트롤타워가 다시 부활한다면 이 고문이 조직의 장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그러나 삼성은 이학수 고문 대신 김순택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부회장)을 총 책임자로 발탁했다. 이는 이학수 고문의 현업 복귀에 대해 삼성이 가지는 부담이 적지 않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 고문은 지난 2004년 9월 17대 대선에서 정치권에 300억원의 불법 정치 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뒤 이듬해 사면된 바 있다. 올해 특별 사면은 두 번째로 특혜를 받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입장이다.

또한 지난 2008년 전략기획실 해체 당시 약속과는 달리 이건희 회장에 이어 이학수 고문까지 컨트롤타워의 장으로 재등장한다면 “삼성이 특검 이전으로 완벽하게 회귀한다”는 부정적 여론을 얻을 수 있다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은 이학수 고문의 이번 인사에 대해 “과거 전략기획실에 대한 문책의 성격이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하며 과거 전략기획실의 오래된 팀장급 임원들도 일부 교체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이번 이학수 고문 등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이재용 현 삼성전자 부사장의 후계 구도를 확실히 다잡기 위한 방편으로도 해석되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87년 취임 뒤 고 이병철 회장의 비서실장이었던 소병해 실장과 적잖은 갈등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과정을 아들에게는 대물림 하지는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었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조직 내 컨트롤타워 조직은 만들되 부정적 여론을 최소화하기 위한 인사로 보인다”며 “이학수 고문 등에 대해서는 문책성 인사라고 했으나 앞으로도 이 고문 등이 이건희 회장의 그림자 역할을 하는 지 여부에 따라 이번 인사의 배경을 제대로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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