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CES2011] 독한 삼성, 무른 LG

한주엽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최근 1년 사이 지옥과 천국을 오갔다. 지난해 상반기 삼성전자의 무선사업부는 패색이 짙었다. 기자들과 만나면 입 꾹 다물고 급히 자리를 피해야 했던 신 사장이다.

당시 시점에선 스마트폰 트렌드에 실기(失機)한 업체는 LG전자 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로 이를 극복했고, 세계 최고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로 거듭났다. 느긋했던 LG전자는 창사 이후 최대 위기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갤럭시 시리즈의 성공을 지켜보며 삼성의 타이트한 조직 문화와 구성원들의 독함을 느낀다. 입 꾹 다물고 급히 자리를 피해야 했던 무선사업부장이, 자신의 영역이 아닌 IFA, CES 현장까지 달려와 올해 목표를 설파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밥 거르고 잠 안자고 갤럭시 시리즈를 개발한 구성원들의 독함이 있었다. 삼성전자가 가진 원초적인 경쟁력은 이처럼 독한 DNA를 가진 구성원들이다. 오너의 독함이 조직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구본준 부회장이 LG전자에 독한 DNA를 심겠다고 한다. 무를 때로 물러진 조직 구성원을 타이트하게 조여 삼성의 독함을 닮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국경과 영역이 허물어진 무한경쟁시대에는 아버지와 형이 중시한 ‘인화’라는 기업 문화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듯 하다.

구 부회장의 말처럼 LG전자의 구성원이 독기를 가지고 일에 달려들게 하려면 신상필벌이 확실해야 한다. 올 연말 LG전자의 각 사업부 성과에 따른 인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선 독함을 추구하기 위해 갈 길이 멀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현재 LG전자의 MC사업본부와 상황이 같았더라면 신종균 사장이 라스베이거스 현장에 나타날 수 있었을 지는 생각해 볼 문제다.

남용 부회장이 펼쳤던 영어 공용화를 LG전자가 아닌, 삼성전자에 적용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타났을 지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무르고 독함이 문제라면 애당초 남 부회장은 아스팔트가 아닌 비포장도로에서 LG웨이(WAY)를 주창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는 언제가 됐건 남 부회장의 재평가는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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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주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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