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눈총받는 엔씨소프트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게임산업협회장 자리가 한동안 공석으로 남을 위기에 처했다.
물망에 오른 업체들의 대표들이 협회장 자리를 저마다 고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협회장 자리의 상징성 때문에 게임업계는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게임즈 등 대형사들이 바통을 이어받기 바라는 눈치다.
대외적으로도 시장에 잘 알려진 업체의 대표가 협회를 이끌어 나가야 소위 '끗발이' 서지 않겠냐는 명분론도 적지않은 상황이지만 대상자들은 '나 몰라라' 팔짱을 끼고 있다.
보기에 한심한 상황이다.
그런데 지금의 상황은 이미 예견된 바 있다. 앞서 지난해에도 거의 두 달간 협회장 자리가 공석으로 방치됐었다.
당시엔 김기영 한빛소프트 대표가 자리를 맡으면서 공석사태가 일단락됐지만 시한폭탄은 늘 안고 있었다. 김기영 회장의 임기가 만료된 이후 다시 공석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한편으론 '상황론'올 들어 협회장 공석사태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강제 셧다운' 논란 등 정부의 게임 규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마당에 누가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협회장 자리에 나서려고 하겠냐는 지적이다.
더구나 작년 넥슨과 NHN한게임, 엔씨소프트, 네오위즈게임즈, CJ인터넷 빅5를 제외하곤 실적도 좋지 못하다. 중소 게임업체들은 제 코가 석자인 상황에서 협회장을 맡을 여유가 없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결국 앞으로 메치나 뒤로 메치나 대형 게임업체가 '총대'를 메야하는 상황임은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게임산업협회장을 엔씨소프트의 김택진 대표가 맡아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가 최근 업계에서 회자되고 있다.
특히 엔씨소프트는 최근 제9구단 프로야구단 창단을 추진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이는 엔씨소프트 스스로가 대내외에 대기업과 같은 위치에서 겨룰만하다는 것을 천명한 것이나 다름없고, 본연의 게임 사업외에 다른 쪽에서 눈을 돌릴만한 여유가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업계에서 해석되고 있다. 무리한 해석은 아니다.
그러나 엔씨소프트는 "야구단 창단 준비로 회장사를 여유가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할말을 잊게 만드는 결과다.
'뭉쳐야 산다'는 것은 게임업계가 생존하기 위한 일종의 룰. 뭉치지 않으니 정부의 게임 규제에도 업계의 대응도 엇박자만 날 뿐이다.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외부 시선에 대해 제대로된 항변도 못하는 것도 크게 보면 이 때문이다.
게임산업협회장 인선의 불협화음도 이처럼 게임업계의 이기적인 단면이 그대로 투영돼 있어 씁쓸하다.
특히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엔씨소프트같은 회사가 정부의 심기를 건드리는 것이 두려워 궂은일을 피하는 것은 결국 자신의 본바탕인 게임업계를 '산업'이 아닌 단순히 '게임'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재미없으면 언제라도 자리를 툭 털고 일어나 떠나버리면 그만인 그런 게임.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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