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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통신판 뒤흔든 KT, 앞으로의 행보는?

채수웅 기자

한국통신이라는 고루한 이미지가 강했던 KT가 최근 몇년간 혁신적인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그동안 KT는 막강한 네트워크 자산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조직이 경쟁사에 비해 지나치게 비대하다는 지적도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이동통신 시장에서 3G와 스마트폰 시대를 선도하면서 KT는 예전의 고루한 이미지를 벗어내고 있다. 비대했던 공룡에서 날렵한 포식자로 거듭나는 중이다.

물론, 아직 KT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다. 주인없는 회사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지속가능한 성장시스템을 만들어야 하고, 통신업계 맏형으로서 해외시장 진출, 업계 동반성장 등에서도 모범을 보여야 한다.

<디지털데일리>는 최근 몇년간 KT가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 미친 긍정적인 영향과, 앞으로 KT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을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기사목차]

① WCDMA 그리고 아이폰…이동통신 2위 KT의 승부수
② 한국통신→KT→올레KT, 이렇게 변했다
③ KT, 서비스 혁신 본격시동
④ KT, 국내무대는 좁다…글로벌 통신사 도약
⑤ 지속성장 가능한 경영시스템 만들어야



- WCDMA 그리고 아이폰…이동통신 2위 KT의 승부수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2006년 5월 이동통신 시장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3G 서비스인 HSDPA 상용화가 바로 그것.

그 이전의 이동통신 시장은 SK텔레콤의 독주에서 신세기통신, PCS 사업자의 등장과 점멸, 그리고 SK, KT, LG 3사간 고착화된 경쟁이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최근 LTE가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당시 HSDPA는 음성 중심의 통신시장이 영상, 인터넷으로 전환되는 말 그대로 세대교체의 의미를 갖고 있었다.

2006년 5월 세계 최초로 HSDPA를 상용서비스한 곳은 바로 SK텔레콤이었다. 하지만 HSDPA를 가장 적극적으로 밀어부친 곳은 바로 KT(옛 KTF) 였다. KT는 2007년 3월 3G 서비스 브랜드인 쇼(SHOW)를 정식으로 론칭했다.

당시 조영주 KTF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3월 1일은 1896년 우리나라에 자석식 전화기가 처음 도입된 이후 110여년간 지속된 듣고 말하는 음성시대가 막을 내리고 전국 어디에서나 보고 즐기는 영상시대가 열리는 커뮤니케이션 혁명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통신 2위 사업자인 KT의 3G 도전은 다소 무모해보이기까지 했다. 이동통신 네트워크 투자가 조단위로 진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각에서는 KT가 저러다 사업을 접게될 것이라는 우려섞인 전망마저 제기됐었다.

하지만 당시 KTF는 계속해서 3G에 올인했다. 2008년 2분기에는 창사이래 첫 분기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KT가 다소 무모해 보일 정도로 3G에 집착한 이유는 바로 2위 사업자의 한계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당시 800MHz 주파수를 갖고 2G에서 안정적인 사업을 하던 SK텔레콤과 2G에서의 경쟁은 승산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KT의 3G 올인은 SK텔레콤마저 판에 끌어들이는 결과로 이어졌고 양사는 3G 가입자를 끌어모으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해외 어느 국가보다 빨리 3G 시대를 열 수 있었다. 

방통위 관계자는 "KT는 이통시장 2위 사업자로서 충분한 역할을 했다. 당시 통신업계에서는 KTF의 WCDMA 투자에 대해 무모하다고 평가했지만 결과는 SKT까지 3G 판으로 끌어들였고, 우리나라가 새로운 네트워크 경쟁을 펼치게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시장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SK텔레콤이 3G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서 KT가 의도했던 점유율 변화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시장이 3G 식별번호인 010으로 바뀌면서 철옹성 같았던 SK텔레콤의 011 브랜드가 희석됐고, 국내 이동통신망의 세대교체라는 결과를 낳았다. 



2009년 11월 KT는 또 한번 이동통신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아이폰 독점공급이 바로 그것이었다. KT는 옛 KTF 시절부터 외산단말기의 진입을 가로막은 위피(WIPI) 정책 폐지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최근 SK텔레콤이 아이폰을 수용하면서 더이상 아이폰 프리미엄은 유지할 수 없게 됐지만 KT는 아이폰을 발빠르게 도입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고나갈 수 있게됐다.

"50만대 팔리면 성공한 것"이라는 전망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KT 아이폰 가입자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애물단지였던 KT의 와이파이존도 새롭게 재조명 받았다. KT는 스마트폰 시장을 본격적으로 열어제친 사업자라는 평가를 받게 됐다.

KT는 여전히 3W(WCDMA, 와이브로, 와이파이)라는 네트워크 전략으로 스마트폰 시장에서 SK텔레콤과 대등한 대결을 펼치고 있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손잡고 옴니아2에 이어 갤럭시 시리즈로 긴박한 경쟁을 이어갔지만 상전벽해(桑田碧海)와도 같은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LG계열사들은 지금까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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