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방통위-문화부, 불편한 동거 언제까지

채수웅 기자
- 방송콘텐츠 제작 지원사업 업무중복 논란 여전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전파진흥원이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으로 거듭나면서 방송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과의 업무 중복 우려는 물론, 방통위 산하 기관인 인터넷진흥원(KISA)도 유사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어 방송콘텐츠 지원사업에 대한 부처간, 기관간 교통정리가 필요해 보인다.

KCA는 올해 방송프로그램 육성을 위해 총 109편에 대해 140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주로 다큐멘터리나 단막극 등에 집중 지원한다. 방통위 또 다른 산하기관인 KISA도 올해 17개 사업자에게 융합형 방송프로그램에 총 36억원을 지원키로 했다.

문화부 산하 KOCCA도 방송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순수 방송프로그램 제작에 65억원, 콘텐츠 해외수출을 위해 40억원의 예산 및 방송제작 지원용 대출금으로 110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놓았다.

이처럼 방통위와 문화부 산하단체가 경쟁적으로 방송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상파 및 플랫폼 사업자용, 독립제작사용, 양방향 융합형 콘텐츠로 미묘하게 구분이 됐지만 시청자 입장에서 보면 TV라는 플랫폼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콘텐츠다.

◆독립제작사용·지상파·융합형, 구분지을 필요 있나=현재 방송콘텐츠 정부 지원 사업은 굳이 구분을 짓자면 방통위 산하 KCA가 지상파 및 케이블, KISA는 IPTV에 특화된 양방향 방송콘텐츠, 문화부 산하 KOCCA는 독립제작사 지원의 형태를 띠고 있다.

하지만 이는 법적으로 구분된 영역도 아니다. 부처간 업무가 중복되다보니, 암묵적으로 지원 경계가 설정됐다. 즉, 독립제작사를 중심으로 지원하고 있는 KOCCA가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 제작지원에 나서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 방통위와 문화부는 미묘한 선긋기를 통해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고 있다. 방송영상산업진흥원 시절부터 20여년간 방송제작 지원을 해온 KOCCA나 새롭게 방송지원 사업을 시작한 KCA나 어느 한쪽이 양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불편한 동거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아울러 방통위 출범이후 계속되어온 부처간 힘겨루기 모습도 양측 모두 부담스러운 모양새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어느 한 쪽의 업무기능이 재편되지 않는 한 업무중복 논란은 계속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KCA 관계자는 "우리는 실질적으로 방송에 내보낼 수 있는 콘텐츠를 지원하는 것"이라며 "플랫폼을 따로 떼어내고 콘텐츠를 육성할 수 있는 시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반면, KOCCA 관계자는 "콘텐츠 기관을 통합하라고 해서 통합했는데 KCA가 뒤늦게 만들어지다보니 이렇게 됐다"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구조로 가야하지 플랫폼에 연결되는 콘텐츠, 아닌 콘텐츠로 나누는 것은 의미가 없다"라고 밝혔다.

◆스마트 시대 융합콘텐츠, 새로운 뇌관 될까=지금은 플랫폼, 독립제작사로 구분지었기 때문에 업무중복 논란에서 다소 비켜나갈 수 있지만 문제는 앞으로다. IPTV와 디지털케이블은 물론, 스마트TV 시대가 도래하면서 방송콘텐츠 제작지원 사업도 본격적인 논란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융합형·양방향 콘텐츠 제작 지원은 방통위, 문화부 산하 기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방통위에서는 KISA가, 문화부에는 KOCCA가 담당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방통위에서 방송콘텐츠 지원사업은 KCA가 담당하고 있지만 융합형 콘텐츠는 KISA가 맡고 있다. IPTV용 방송콘텐츠는 인터넷 콘텐츠 개념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으로 만들어진 방통위임을 감안하면 앞뒤가 맞지 않다.

문화부 산하 KOCCA 역시 올해 최근 유행하는 N스크린 등 융합형 콘텐츠 제작지원에 130억원의 지원예산을 편성해놓은 상태다. 순수 방송용 콘텐츠에만 관심이 집중돼 융합콘텐츠는 관심에서 비켜나간 상태지만, 디지털전환이 이뤄지고 난 이후에는 이 문제가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지상파-독립제작사로 나뉘어진 방통위-문화부간 업무분장의 경계선이 흐려질 수 있다는 얘기다. 이미 KISA와 KOCCA는 N스크린 등 동일한 융합콘텐츠 지원사업을 시작한 상태다.

이에 대해 박재문 방통위 융합정책관은 "문화부와 공동으로 콘텐츠 문제와 관련한 협의체를 4월 중으로 구성할 계획"이라며 "서로 협력해서 시너지가 날 수 있도록 논의를 이어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채수웅 기자>woong@ddialy.co.kr

채수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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