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기

LG전자의 ‘삼수(三修)’ 이번엔 성공할까…LG, 미고 OS 진영 가세

윤상호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LG전자가 인텔과 노키아가 주도하는 미고(MeeGo) 운영체제(OS) 진영에 가세했습니다. 미고는 리눅스 기반으로 심비안을 대체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한 OS입니다. 인텔이 PC를 노키아가 모바일을 담당하는 구조였죠. 그러나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을 잡으면서 모바일 전략이 어그러졌습니다. 당장이 중요한 노키아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노키아의 전략 수정으로 다급해진 것은 인텔입니다. 인텔은 모바일 분야에서 넷북 외에는 성과가 없다시피 합니다. 저전력을 무기로 한 암(ARM) 계열 칩셋 업체의 장벽을 뚫는데 실패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세계 휴대폰 3위라는 LG전자의 위상을 생각할 때 이번 협력은 인텔로서는 상당히 반가운 소식입니다. 더구나 신흥시장에서 저가폰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작년 세계 휴대폰 시장 5위에 올라선 ZTE까지 끌어들이는데 성공했습니다. 일단 연말 단말기 승부를 할 수 있는 기반은 만든 셈입니다.

하지만 이미 범용 OS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라는 절대 강자가 존재하고 있고 MS의 윈도폰7 역시 이대로 물러날 선수는 아닙니다. 전용 OS를 탑재한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 림(RIM)의 블랙베리도 건재합니다. HP의 웹 OS도 다크호스지요. 미고의 시장 안착 자체를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닙니다.

LG전자로서는 이번이 삼수입니다. 스마트폰 시대 도래 전후 LG전자의 파트너 선택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MS가 그랬고 인텔이 그랬습니다.

LG전자는 2009년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09’에서 MS와 손을 잡고 윈도모바일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2012년까지 4년간 총 50종 이상 선보이겠다고 발표했었습니다.

양사의 모바일 컨버전스 분야에 관한 포괄적 사업협력 계약 자리에서 MS의 스티브 발머 최고경영자(CEO)는 “LG전자와 MS는 휴대폰으로 구현 가능한 공통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다”며 “MS의 통합 소프트웨어 제공경험과 LG전자의 휴대폰 기술력은 사용자들에게 새롭고 놀라운 모바일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당시 LG전자를 책임졌던 남용 부회장도 “윈도모바일 플랫폼이 탑재된 LG 스마트폰은 급성장하는 스마트폰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는 중심축이 될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웹이나 PC를 사용하던 것과 같이 친숙하고 편리한 모바일 사용환경을 제공해 사용자층 확대 및 신시장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죠.

결과는 여러분도 아시는 대로입니다. MS의 윈도모바일 OS는 시장에서 참패했고 MS마저 버렸습니다. LG전자는 남용 부회장이 스마트폰 사업 실패 책임을 지고 CEO에서 물러났습니다..

인텔과의 협력도 좋은 기억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인텔과의 협력도 MWC 2009에서 공식화 됐었습니다. 인텔의 아톰 프로세서 기반 ‘무어스타운’을 채용한 모바일인터넷디바이스(MID)를 LG전자가 만들기로 했지요. MID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장점을 결합한 제품이었습니다. OS는 당시 인텔이 만들던 모블린을 쓰기로 했고요.

인텔 폴 오텔리니 CEO는 LG전자가 무어스타운을 이용해 만든 스마트폰 ‘LG GW990’을 2010년 1월 ‘소비자가전전시회(CES) 2010’의 기조연설에 직접 들고 나와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 인텔 울트라 모빌리티 그룹 총괄 매니저 아난드 챈드라세커 수석 부사장과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장 안승권 사장도 이 제품의 미래를 장밋빛이라고 거들었습니다. 그러나 그 해 5월 LG전자는 이 제품 출시를 포기했습니다. 이미 시장은 안드로이드 세상이 돼버렸습니다. 아난드 챈드라세커 수석 부사장은 인텔을 떠났고 안승권 사장은 휴대폰 사업에서 물러났습니다.

이번 LG전자의 선택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요. 개인적으로는 미고를 선택한 것은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LG전자는 자체 OS가 없습니다. 안드로이드가 대세라고는 하지만 한 OS에만 치우치는 것은 위험부담이 너무 큽니다. 미고가 생태계만 잘 꾸린다면 1~2년 뒤에는 의미있는 점유율을 낼 수 있게 되겠지요. 그 대부분을 LG전자 스마트폰이 차지하면 자체 OS나 다름없는 것이고요.

OS 탑재 비용이나 인텔과 노키아의 개발진이 얼마나 협력하는지가 변수인데 미고의 기반이 되는 리눅스가 오픈 소스이니 그때는 LG전자가 주도적으로 나서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의 리모와 삼성전자의 관계처럼 말이지요. 물론 미고가 연말까지 어느정도 수준을 갖춰서 시장에 모습을 드러낼지도 문제입니다. 웹 OS처럼 아직 점유율은 미미하지만 호평을 받는다면 계속 버전업을 하며 생명력을 이어가겠지만 이도저도 아니면 1~2년도 버티지 못 하고 사라질 것입니다. LG전자도 그 실패의 일부를 떠 안을테고요. LG전자의 스마트폰 전략 실패 사례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입니다.

[윤상호기자 블로그=Digital Culture]

윤상호 기자
crow@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