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2015년 10나노 양산 계획… 반도체 괴물 인텔의 저력

한주엽 기자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반도체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18개월마다 2배로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은 계속되고 있다. 인텔 공동 창업자인 고든 무어가 주장한 이 이론은 현재까지 차질 없이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미세 공정이 30나노에 근접하면서 업계 일각에선 무어의 법칙은 지켜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었다. 그러나 인텔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입체 트랜지스터 집적 기술인 3D 트라이게이트를 개발을 통해 올 하반기 22나노 공정의 프로세서(코드명 아이비브릿지)를 양산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아이비브릿지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32나노 공정의 2세대 코어 i 프로세서(코드명 샌디브릿지) 대비 저전력에서 37% 높은 성능을 제공하고 전력소모량은 절반 이하로 낮다는 것이 인텔의 설명이다. 더불어 인텔은 3D 트라이게이트라는 혁신을 통해 2013년 14나노, 2015년 10나노의 프로세서를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반도체 구조 혁신 3D 트라이게이트

반도체 공정이 미세화 된다는 말은 최소 단위인 트랜지스터의 게이트 길이가 좁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게이트는 0과 1의 디지털 신호를 만들기 위해 전류를 흘리고 차단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트랜지스터의 게이트 길이가 30나노 이하로 좁아지면 간섭에 의해 전류 누수가 급격히 증가한다. 이는 곧 발열을 야기함과 동시에 더 많은 전력을 필요로 하게 된다. 이 같은 현상을 터널링이라 한다. 즉 공정 미세화에 선행되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이 같은 터널링 현상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것.

인텔은 45나노 공정에서 터널링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절연체를 하이K 메탈게이트로 바꿨다. 그러나 22나노에 접어들어서는 소재의 혁신 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판단에 게이트의 구조를 평면이 아닌 입체 방식(3D 트라이게이트)으로 적용한다.


평면 구조였을 때는 전류가 흐를 수 있는 게이트(통로)가 하나였던 데 반해 기둥 형태로 구성되면서 좌우 벽면까지(총 3개) 전류를 흘릴 수 있게 됐다. 차선으로 따지면 1차선이 3차선으로 늘어난 셈이다. 특히 기둥 형태로 입체 게이트가 만들어져 평면 면적의 증가가 없다. 말하자면 선폭을 더 줄일 수 있게 된 것이고 보다 빠르고, 안정적이면서도 효율적으로 전류를 흘릴 수 있게 됐다.


인텔의 미래 예측력은 대단한 수준이다. 인텔은 이미 지난 2002년 이 같은 3D 트라이게이트 기술 이론을 발표했었다. 당시 인텔은 “22나노 공정으로 접어들면 트랜지스터의 구조가 입체 구조로 변경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제라드 마킥 인텔 컴포넌트 리서치 랩 연구 소장은 “미세 공정이 30나노 이하로 내려갔을 때 기존 평면 방식의 단일 게이트 트랜지스터를 쓸 경우 너무 많은 전력이 소비되고 누출되어 무어의 법칙을 이어갈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3D 게이트 기술은 전력 소모를 줄이고 고성능을 달성할 수 있는 반도체 기술”이라고 말했었다.

◆저전력, 고성능으로 모바일 시장도 장악

미세 공정에서 3D 트라이게이트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발표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22나노 프로세서(아이비브릿지)는 PC용으로 우선 출시되지만 곧 모바일 기기용으로로 영역을 넓힐 것이기 때문이다. 마크 보흐 인텔 아키텍처 통합 담당 이사는 지난해 9월 열린 인텔개발자회의(IDF)에서 “PC용 프로세서 뿐 아니라 휴대폰, TV, 차량 등에 적용될 시스템온칩(SoC)은 2012년 개발이 완료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인텔 칩이 한 세대 이상 빠른 미세공정 전환을 통해 높은 전력소모량이라는 약점을 커버하게 된다면 이를 채용하는 완성품 업체도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럴 경우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는 물론 ARM 코어를 사용하는 TI와 퀄컴 등 모든 모바일AP 업체와 경쟁 관계에 놓이게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경쟁 업체들의 미세 공정 수준이 아직 하이K 메탈게이트를 적용하는 소재의 혁신 단계에 머물러 있는 반면 인텔은 소재 업그레이드와 동시에 구조까지 바꾸는 발빠른 혁신을 이뤄냈다”며 인텔의 x86 계열 칩이 ARM에 비해 전력소모량이 비교적 높다는 구조적인 한계를 미세공정과 양산 기술로 메울 경우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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