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사고 패닉에도 차분… 금융권‘IT 고도화’투자 다시 탄력
- [기획/상반기 금융IT 분석②] 금융 보안사고, IT고도화 투자에 어떤 영향?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이상일 기자] 올해 상반기, 국내 금융권은 IT투자에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통상적으로 금융권은 1분기(1월~3월)보다는 인사및 조직정비가 완료된 이후인 2분기(4월~6월)부터 IT부문에서도 비교적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지난 4월초, 현대캐피탈의 치명적인 해킹 사고에 이어 곧바로 농협의 전산마비 사태가 겹치면서 금융권은 한동안 패닉 상태에 빠졌다.
사고의 여파는 무척 커보였다. 사고 직후, 은행권을 중심으로 기존에 검토해왔던 올해 IT사업들이 다소 유보되거나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이 연출됐다. 실제로도 현대캐피탈과 농협 전산사고는 국내 금융권 역사상 가장 심각한 보안사고로 꼽히고 있고, 그 후유증은 지금도 가시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은 현대캐피탈, 농협 사태이후 은행, 2금융권 주요 금융회사 40여개곳을 대상으로 금융보안 점검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이를 바탕으로 기존 보다 훨씬 강화된 보안 가이드라인을 내놓 것으로 예상되는데, 제시되는 가이드라인의 수위에 따라 올해 하반기 금융 IT투자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당초 우려했던 상황과는 달리, 현재 금융권은 비교적 차분하게 올해 초 수립했던 다양한 종류의 'IT 고도화'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보안시스템 점검은 당초 예정에 없었던 IT사업 과제였지만 그렇다고 다른 IT업무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다"고 현재의 상황을 진단했다. 이 은행은 국외점포시스템 업그레이드, 서버(CPU) 증설 등 당초 올해 계획했었던 일정대로 사업을 진행시킬 방침이다.
삼성SDS, LG CNS, SK C&C, 한국IBM, 한국HP 등 금융IT 관련 업체의 관계자들도 '보안사고 인해 시장이 크게 위축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뜨거운 감자, '보안시스템' 투자놓고 금융권 장고 = 농협이 전산마비 사태 이후 사고 수습차원에서 2015년까지 5000억원 규모의 깜짝놀라만한 규모의 보안투자를 선언했다. 관련해서 거래소와 코스닥에 상장된 보안업계의 주가도 상승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에 휩쓸릴 것 같았던 금융권은 오히려 냉랭할 정도로 보안투자에 대해 '차분한 대응'을 취하고 있는 모습이다.
농협과 같은 천문학적인 투자를 하기에는 일반 금융회사들의 IT예산이 현실적으로 턱없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보안 투자를 하려면 제대로 하자'는 공감대 형성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국민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들의 올해 IT예산중 보안예산은 약 70억~120억원 정도로, 전체 IT예산의 5% 안팎이지만 일단 올해는 추가로 예산을 증액하지 않고 이 규모에서 집행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다만 은행권은 '올해 하반기쯤 외부 컨설팅을 통한 보안시스템 강화를 위한 중장기 로드맵을 도출해 보겠다'는 입장이 상대적으로 많은 상황이어서 내년부터 금융권의 보안투자 비중은 다소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금융 사업, 올 상반기 활발하게 진행 = 보안 사고의 충격에도 불구하고 '스마트 금융'을 구현하기위한 금융권의 투자는 외풍없이 활발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기업은행의 모바일 오피스 구축 사업을 꼽을 수 있다. 기업은행은 올해 1분기기, '모바일 신영업지원시스템'으로 명명된 모바일 오피스 구축 사업을 통해 본점은 물론 전국 영업점(점포)의 영업지원 부분까지 포괄하는 내용의 모바일 비즈니스 혁신 전략을 이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금융권에서 보안문제때문에 모바일 오피스의 업무적용 범위를 크게 확장시키지 못했는데 기업은행의 사례는 그런 한계를 뛰어넘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또한 최근에는 하나은행도 기업은행의 컨셉과 유사하게 전 영업점을 대상으로 한 모바일 영업지원시스템 구축 사업에 착수하기 위한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했다.
올해 상반기 금융권에서는 특히 은행권을 시작으로 '모바일 플랫폼'(MEAP)도입 경쟁이 본격화됐는데, 이와 관련 과거에는 이 분야에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삼성SDS, SK C&C 등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주목할만하다.
기존 모바일, e뱅킹 시장에서는 관련 전문업체들의 활약이 컸었는데 이제는 '가격'을 앞세운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진입으로 짧은 시간내에 시장의 구도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금융IT업계는 "금융권의 MEAP도입이 향후 1~2년간 매우 강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한편 최근 은행권을 중심으로 한 '오픈 뱅킹'시스템 구축 논의가 활발하게 전개되는 등 기존 e뱅킹 플랫폼을 혁신하기 위한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국민은행의 경우, 최근 기존 익스플로러 웹브라우저 환경의 메인 인터넷뱅킹시스템을 리눅스 등 오픈 뱅킹 환경으로 전환하기위한 작업에 착수해 금융권의 주목을 끌고 있다.
◆EDW 등 정보계 투자도 비교적 활발 = DW(데이터웨어하우스), CRM(고객관계관리) 등 금융권에서는 정보계시스템에 대한 투자가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됐다.
특히 EDW의경우, 차세대시스템의 후속 과제로써, 또는 시기적으로도 기존 노후화된 EDW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기위한 차원에서 이 분야는 지난해부터 금융권의 투자 수요가 상대적으로 활발하게 나타났다.
또한 오라클, 테라데이타, IBM, EMC 등 '대용량 데이터 시대'(Big Data)에 적합한 어플라이언스 중심의 혁신적인 EDW 플랫폼들이 시장에 경쟁적으로 제시된 것도 EDW를 비롯한 금융권의 정보계 투자를 견인한 요인이다. 이같은 '빅 데이터' 컨셉에 입각한 금융권의 정보화 투자는 앞으로도 금융권의 '2기 차세대' 논의와 맞물려 상당히 강세를 띨 것으로 전문가들을 예측하고 있다.
사례를 보면, 올해 초 전북은행이 50억원 규모의 EDW구축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전북은행은 다차원 분석을 통한 사용자 정보 분석능력 고도화, 데이터마트 재구축, 시계열성 업무의 신규 EDW시스템 전환, 대용량 데이터 처리를 위한 DBMS도입, 데이터 표준화 체계 수립, 메타 관리 시스템 구축 등을 10개월에 걸치 진행할 방침이다.
또한 카드업계서는 현대카드가 IBM 'ISAS'를 채택해 EDW 구축에 돌입했으며, 신한카드는 내년 10월로 예정된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일정에 맞춰 EDW구축을 핵심으로 하는 신경영정보시스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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