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IT개발자 스토리] 생산성 시대에 대처하는 개발자의 자세

심재석 기자
IT 산업의 주인공은 개발자다. 현재 전세계를 호령하는 IT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페이스북 등의 창업자들은 모두 개발자 출신이며, 개발자의 힘으로 현재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다. 현재 이 회사들에 가장 중요한 자산도 개발자들이다. 이는 국내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IT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개발자다. 그들의 창의력과 기술력이 IT산업을 이끌어간다. 

하지만 국내 개발자들은 주인공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노동강도는 세고, 그에 비해 처우는 좋지 않다는 비판은 이제 지겨울 정도다. IT개발자를 지원하는 청년들이 줄어들었고, IT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져 왔다.

개발자들은 제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었다. 미디어는 극단적인 목소리만 담아왔다. 디지털데일리는 국내 리치인터넷애플리케이션(RIA) 대표업체 투비소프트와 함께 국내 개발자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개발자들의 희노애락을 그들이 직접 이야기하는 연재코너를 마련했다. 여덟 번째 이야기는 투비소프트 프리세일즈 팀 고석률 팀장이 전한다. [편집자 주]

개발을 하면서 개발자들 사이에 종종 오가는 농담 중 하나가 복사와 붙여 넣기, 일명 카피 앤드 페이스트(copy & paste)에 대한 이야기이다.

대부분 개발자들이 그러하겠지만, 우리가 매일같이 이루어내는 개발 과정 중에 꽤 많은 부분은 사실 예전에 자신이 직접 아주 공들여 만들어 놓았거나, 혹은 다른 개발자가 잘 만들어 놓은 것들을 가져다 붙여 넣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인데,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을 보면 좋은 의미보다는 자신들의 행태에 대해 약간은 자조적인 태도로 말하는 것이 느껴진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이면을 잘 들여다보면, 아마도 좀 더 창조적인 무언가에 자신의 열정을 쏟아 붓고 싶어하는 인간의 원초적인 욕구와 맞닿아 있는 것 같다. 특히나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창조적 인간에 대한 중요성을 사회 곳곳에서 강조하는 분위기이다 보니 다른 직업군(群)들과 비교했을 때 더욱 창조적이어야만 할 것 같은 우리네 일(소프트웨어 개발)이 오히려 그렇지 못하지 않나 하는 내면의 질문에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해서가 아닌가 한다.

물론 복사와 붙여넣기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우리의 결과물이 결코 창조적이지 못하다는 얘기가 아니니 오해하지 않으시길 바란다.

당연히 새롭게 만들어질 그 무엇을 위해 필요한 부품들이 이미 있다면 그것을 또 다시 타이핑하는 것이 오히려 비 생산적임은 분명하다. 그것이 결과물의 뼈대가 됐던 살이 됐던 그것은 중요치 않다.

이렇게 잘 만들어져 있는 기존 결과물을 재 사용하는 방법은 분명 생산성이라는 경제적 원리에 입각했을 때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이야기이다. 어떤 일을 할 때 처음부터 새롭게 만들어 낼 때의 비효율적인 요소들을 최소화하기 위해 우리들은 ‘프레임워크(software framework)’를 사용한다.

하지만 이렇게 미리 잘 갖춰진 것을 활용하여 개발하는 것에 대해, 기업의 입장에서는 생산적이라는 이유로 환영하는 것과는 달리 개발자 입장에서는 가끔 어떤 우려를 갖게 만든다.

이 “제공된 것"에 길들여져 종국에는 개발자 스스로의 가치가 급속도로 하락하거나, 최소한의 인원만 필요로 하여 어쩌면 직장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그렇다고 이런 흐름을 마냥 거스를 수 만은 없어 보인다. 이미 몇 세대를 거쳐 입증이 되었듯 모든 경제의 원리가 가장 적은 자원을 들여 가장 많은 가치를 생산하는 것에 입각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개발 현장에서는 생산성이라는 화두는 지속될 것이고, 앞서 말했던 현상-주어진 것을 가져다 쓰는-들도 더욱 잦아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준비된 것, 제공된 것을 활용해 개발을 해야만 하는 지금 시대의 개발자들은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할까?

필자가 주변에서 뛰어나다고 평가 받는 개발자들을 둘러보면서 내린 결론은, 결국 우리 스스로 한발 더 노력하는 자세에서 그 답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당장 개발 일정에 쫓기는 현실에서 그 과정이 녹록하지 않을지언정, 항상 원리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초심자의 호기심과 함께, 깊이 탐구하는 자세를 잊지 않는다면 더욱 단단해지고 깊이 있는 실력을 갖춘 시니어 개발자가 될 수 있을 것이고, 그런 노력이야 말로 앞으로 우리의 가치를 더욱 빛나게 만들어주는 자양분이 되지 않을까 한다.

<투비소프트 프리세일즈 팀 고석률 팀장>

심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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