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모바일·클라우드, 이젠 차분하게 접근” … 이유있는 ‘숨고르기’
[기획/상반기 금융IT 분석-3]올 상반기 금융권, 모바일-클라우드 컴퓨팅은 어땠나?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이상일 기자] 스마트 금융 전략과 함께 '클라우드 컴퓨팅', SNS를 활용한 소셜 비즈니스(Social Business) 등은 올해 상반기 금융 IT분야에서도 새로운 도전과제가 됐다.
하지만 금융IT업계 전문가들은 이 분야에서 예상했던 만큼의 활발은 움직임은 없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현대캐피탈, 농협 전산마비 사태와 같은 대형 '돌발 변수'가 발생한 이유도 있지만 모바일,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금융권의 행보가 지난해와 비교해 질적으로 크게 진전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이런데는 혁신적인 'IT 신조류'에 대한 금융권의 보수적, 방어적 분위기가 작용한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스마트폰에 기반한 모바일뱅킹 서비스, 태블릿PC 등을 활용한 현장중심의 영업지원시스템 등 새로운 IT혁신에는 비교적 발빠르게 반응하지만 이같은 일부 업무시스템에서 벗어나 이를 회사내 전체 시스템에 이식시키거나 핵심업무까지 확장시키는 데는 과거에도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것.
◆스마트금융, 차분해진 서비스경쟁... 중장기 전략에 무게 =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혁신적인 모바일 디바이스에 기반한 '스마트 금융'서비스의 경우, 올해 상반기에는 주목할만한 모바일 서비스의 진전보다는 은행, 증권, 보험, 카드, 기타 2금융권으로의 수평적인 확장이 전개된 모습이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은행, 증권업계를 중심으로 채 익지도 않은 밥을 밥상에 올리듯 설익은 모바일 금융서비스가 경쟁적으로 출시됐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이런 모습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으며 오히려 조용했다.
다만 주목할만한 것은 현재 금융권에서 활발하게 검토되고 있는 MEAP(모바일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플랫폼)도입 이다. 현재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MEAP기반의 시스템 구축이 선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MEAP는 기존 e뱅킹시스템중 하나의 모듈에 불과했던 모바일을 종합적인 별도의 종합적인 채널 플랫폼으로 재구성하기위한 차원으로, 미들웨어 성격의 이 플랫폼이 구축되면 보다 원활하게 각종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한 금융서비스 구현이 가능하게 된다.
기존에는 주로 글로벌 IT업체들의 제시한 MEAP 솔루션이 검토됐지만 최근에는 국내 IT서비스업체, e뱅킹 업체들이 제시한 MEAP 솔루션도 비중있게 검토되고 있다.
올해 하반기와 내년에는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인데, 이와관련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 기업은행, 하나은행 등이 MEAP에 기반한 모바일 플랫폼 고도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스마트폰에 기반한 모바일뱅킹 서비스경쟁 보다는 백오피스 단계에서의 시스템 정비에 나선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금융권의 IT투자 비용도 커지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사업별로 30억~40억원 규모로 평가된다.
한편 e뱅킹서비스의 다양화, 모바일 뱅킹 서비스의 확장, 나아가 웹접근성의 구현 차원에서 오픈뱅킹(Open Banking)의 경우도 금융권에서 활발하게 검토가 시작된 모습이다.
기존 MS의 IE(인터넷익스플로러)기반외에 다양한 웹 브라우저의 채택, 그리고 윈도뿐만 아니라 리눅스, 맥OS 등 다양한 운영체제(OS)에서 e뱅킹이 가능하도록 함으로써 지난 10여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금융권 UI(User Interface)전략의 일대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관련하여 최근 KB국민은행은 국내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오픈뱅킹환경으로 기존의 e뱅킹시스템을 재구축하기위한 프로젝트에 착수해 주목을 끌었다.
◆클라우드 컴퓨팅엔 여전히 보수적 = 한편 클라우드 컴퓨팅의 경우, 올해 상반기 금융권에서는 IT인프라의 운영측면에서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 클라우드 컴퓨팅은 여전히 '가상화' 단계에서 더 활발하게 나가지는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권에서는 PC가상화 등을 통한 혁신적인 IT인프라 운영전략을 통해 비용절감및 업무 최적화를 달성한 기업은행, 우리은행, 대구은행 등 많은 사례가 있지만 보다 완전한 의미의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로 발전하는 데는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모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물론 가상화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구현하는데 필요한 핵심 기술이고, 사실 가상화를 클라우드 컴퓨팅의 범주에서 배제시킬 필요는 없다.
다만 현재로선, IT인프라의 활용을 외부에서 자유자재로 원하는 만큼 사용하는 의미의 클라우드로 컴퓨팅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금융 당국의 규제를 극복해야하는 것이 더 걸림돌이다.
최근 금융감독원 등 금융 당국은 지난 23일 '금융 IT보안강화를 위한 종합대책'를 발표하면서 금융회사에 IT아웃소싱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관리및 감독 강화를 크게 확대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르면, 금융회사가 아닌 일반 사기업에 대한 금융 감독당국의 직접적인 행정력을 행사할 수는 없지만 IT아웃소싱 사업자를 '전자금융보조업자'로 규정함으로써 여기에서 발생하는 책임은 금융회사의 책임으로 간주된다.
결국 '클라우드 컴퓨팅'과 같은 외부 IT자원을 활용한 IT인프라의 혁신은 현재 금융 당국의 정책기조에서는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한편으론, 금융권에선 기술적으로도 클라우드 컴퓨팅은 아직 시간적 여유를 두고 도입해도 늦지 않는다는 정서가 많다.
이와관련 한 시중 은행의 IT운영팀장은 "기술적측면만 좁혀놓고 보면 현단계에선 클라우드 컴퓨팅까지 갈 필요도 없이 '가상화'기술의 적용만으로도 IT운영 비용 절감 등 충분한 실익을 얻을 수 있다"며 "(클라우드 컴퓨팅의 적용은) 차분하게 생각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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