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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한 ‘실체적 파워’ 확인된 안철수… 그래도 IT업계에 남은 논쟁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안철수 교수(서울대 융합과학기술원장)는 그 자신이 예로 들었던 1955년 미국 앨라배마주의 흑인 여성 로자 파커스처럼 작지만 큰 변화를 꿈꾸고 있는지 모른다.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야권단일 후보가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당선됐다. 이날 자정께, 개표가 70%를 넘어서면서 박 후보는 53%를 득표해 나 후보(46%)를 20여만표차로 제치고 사실상 당선을 확정지었다.  

 

앞서 저녁 8시 투표마감과 동시에 발표된 지상파 방송 3사의 공동 출구조사 결과에서도, 박 후보는 54.4%를 득표할 것으로 예상 45.2%에 그친 나 후보를 여유있게 제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당초 '박빙'이라던 예상을 뛰어넘는 압승이다.
  
박원순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됨에 따라 안철수씨는 대한민국의 권력 지형에 '실체적 존재'로써 분명하게 자리했음을 공식적으로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그동안  '안철수 현상', '안철수 효과', '안철수 신드롬' 등으로 표현됨으로써 '일회성 바람' 정도로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것에서 훨씬 진일보한 것이다.

 

교수는 또한 '성공한 IT 인물' 정도로 국한됐었던 틀에서 벗어나 보다 더 큰 시대성과 역사성을 부여받는 인물이 됐다. 

 

이날 실시된 YTN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투표자들은 이번 박원순 후보의 당선과 관련, '안철수씨의 영향력이 30% 정도이며 박 후보 자체의 경쟁력이 70% 정도'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에 앞서 서울시장 단일화 과정, 또 선거기간 막판 직접 선거캠프를 찾아 지지서한을 전달하는 등의 극적인 효과를 고려한다면 사실상 이번 선거에서 '안철수'라는 브랜드가 미친 영향력은 수치 그 이상의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또한 안 교수는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내년 4월 총선, 또한 12월 대선 정국에서 그가 '태풍의 핵'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정치권의 전망이다.

 

◆안철수, 그러나 이젠 혹독한 검증대 앞에 = 안교수가 국내 정치 지형의 '실체적 파워'로써 존재하게 된 이상, 그와 동시에 현실 정치의 '혹독한 검증대'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여당의 말대로 안교수는 서울대 융합과학대학장직을 내려놓아야할지도 모른다.

 

또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이제는 '복선'이 몇갈래 깔린 의미로 해석되고, 또 그 자체로 논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없던 적이 생길 수 밖에 없고 정치적 반대파의 집요한 공격도 감수해야한다.

 

안철수 교수는 지난 3월, 서울대로 옮기기 직전 카이스트 석좌교수의 신분으로 프레스센터가 주최한 관훈클럽 초청 포럼에서 삼성, LG, SK를 대기업을 '동물원에 비유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그는 "대기업의 불공정거래 관행이 국가 경제에 악순환을 불러오고 있다"며, 무엇보다 대기업계열의 시스템통합(SI) 업체에서 벌어지는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했다. 


특히 안 교수는 "삼성이나 LG, SK 등 대기업에 납품하기 위해 불공정 독점 계약을 맺는데 결국 삼성 동물원, LG 동물원, SK 동물원에 갇히게 되고, R&D도 못한채 죽어야만 빠져나올 수 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하지만 만약 지금 단계에서 똑같은 말을 한다면 '반시장 주의자', '좌파적 포퓰리스트'로 공격받을 수 있는 위치로 변했다. 


이와함께 안교수에게도 '천안함 사건의 배후가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식의 의도적인 질문에 모범답안을 제시해야하는 위치로 들어와야 한다. 과연 그가 현실 정치의 무시 무시한 압박감을 견뎌낼 수 있을까. 

 

◆IT산업과 안철수의 역할..."여전히 논쟁중" = 이번 선거의 결과에 관계없이, IT업계 내에서는 안교수의 역할에 대한 찬반 논쟁은 계속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IT업계의 의견는 대체적으로 '안철수씨는 그냥 IT영역에서 영웅으로 남아줬으면 한다', '이제는 더 큰 꿈을 꿔야한다'는 것으로 크게 엇갈린다.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는 쪽은 '정치 행위를 하려면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데 이같은 과정이 안교수에게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가 대부분이다.


또한 야권 통합이라는 특수한 환경속에서 치러진 이번 선거가 내년 총선, 대선에서는 재연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경쟁 상대로 돌변하는 상황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안철수를 중심으로한 ‘제3의 신당’가능성을 벌써부터 점치고 있어 민주당 등 기존 야권의 행보에 새로운 변수가 되고 있다.  


한편 거품처럼 꺼지는 것은 아니지만 안교수가 더 이상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안철수 교수와 친분이 있던 SW업체의 한 임원은 “안 교수는 스스로가 선택하지 않은 결정, 즉 ‘본의 아니게’ 떠밀려서 무엇을 하거나 하는 사람이 결코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 없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만약 안교수가 내년 선거 정국에서 자신의 역할을 행동에 옮긴다면 분명하고 확실한 비전을 가지고 움직인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일각에서는 안교수의 행보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견해도 있다.


사실 안 교수는 이전부터 전형적인 '보수'파로 분류됐었으며, 실제로도 그는 전형적인 시장주의자이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안교수는 결과적으로 진보 진영에 서는 모양새가 됐지만 이것이 고착화될 가능성 또한 역시 가변적이라는 견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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