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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 IT사업 봉쇄’ 역차별 논란으로 확산… “IBM 등 외국 업체들만 일방적 수혜”

이상일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정부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IT서비스기업의 공공시장 신규 참여를 전면 제한하겠다 밝히자 IT업계에선 충격속에서도 이 조치를 놓고 이해득실 따지기에 분주하다.

 

SW산업진흥법 개정을 통해 이번 조치가 현실화되면 공공SI 사업에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은 원칙적으로 참여가 불가능하다. IT서비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조치에 해당하는 IT서비스업체는 65개 기업으로 추산된다.

 

따라서 이들 IT서비스업체들은 국방 및 보안 등 참여가 불가피한 사업과 기존 시스템의 유지보수 업무를 제외하고는 공공SI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원천적으로 막히게 됐다.

 

정부의 취지가 국내 IT시장에서 대형업체의 시장 장악을 막고 중소업체의 경쟁력과 시장을 보장하는데 있다는 점에서 이번 극약처방은 여태까지의 정부 정책과는 그 궤를 달리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에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대기업이 국내 공공 SI사업에 참여하지 못하게 됨으로써 반사적으로 한국IBM 등 외국계 SI업체들만 일방적으로 수혜를 입계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IBM 등 외국 기업들만 반사이익, 우려 = 이번 정부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IT서비스기업의 공공시장 신규 참여를 전면 제한에는 국내 기업만 포함돼있으며 한국IBM과 한국HP와 같은 외국계 대형 기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들 외국계 기업이 영업이나 자본력 부분에서 뒤쳐져 있는 국내 중소 IT서비스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법 적용이 되기 전까지 현행 대기업 참여하한제를 강화해 연 8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거두고 있는 기업의 경우 80억원 이상의 사업만 참여하도록 개선키로 해 외국계 SI기업의 참여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지식경제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는 중소IT서비스업체의 공공SI 시장 참여가 가능해졌고 마찬가지로 외국계 기업도 참여는 가능해졌다”며 “다만 대기업참여하한제도가 있기 때문에 외국계 기업도 중소형 사업에는 들어가지 못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IBM의 매출액은 1조2609억원, 한국HP 역시 1조원을 상회하고 있어 80억원 이상의 공공SI사업에만 참여가 가능하다.

 

하지만 여태까지 대기업참여하한제의 실효성을 두고 업계의 불신이 큰 상황에서 단순히 참여하한의 금액이 올랐다고 해서 외국계 IT서비스업체의 참여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없을 것이란 게 업계 대다수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또한 대기업에 대한 특례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하면 중요 시스템의 경우 중소업체에 맡기기 부담스러워 하는 공기업의 경우 외국계 기업로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얘기하고 있다.

 

물론 한편에서는 공공SI 사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외국계 기업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오긴 힘들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공공부분의 DBMS 시장역시 오라클이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기업이라고 무조건 배척할수 없을 것이란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대기업참여하한제'금액 규정 객관성 없어 = 한편 정부가 SW산업진흥법 개정을 통해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의 공공SI 시장 진입을 막기전까지 대기업참여하한제 강화를 통해 대기업의 시장 진입을 차단하겠다고 나선 것에 대해서도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현행 대기업참여하한제는 매출 8천억원 이상 대기업의 경우 40억원, 8천억원 미만의 경우 20억원 이하의 사업 참여가 제한된다. 정부는 이를 매출 8천억원 이상 대기업은 80억원, 8천억원 미만은 40억원 이하 사업의 참여를 제한해 보다 강화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조치에 대해 업계에서는 하한제도에서 명시하는 금액을 규정한 근거가 희박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주장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아 공공SI 사업에 영향을 받진 않지만 매출 8000억원 미만의 대기업집단에 속해 대기업참여 하한제도의 적용을 받는 중견 IT서비스업체들에게서 나오고 있다.

 

그동안 중소SW기업의 성장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정부는 2007년 대기업 참여하한 금액을 매출 8천억원 이상 기업의 경우 20억원으로 제한했다. 그리고 매번 강화된 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제한 금액을 2배수해 발표해왔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수치가 나온데 어떤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를 밝혀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매번 조치가 나올때마다 기존 금액에서 2배 수치가 나오고 있다”며 “단순히 책상에서 입안한 조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당장 실행되는데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2013년부터 적용을 계획하고 있지만 발의와 심의, 유예기간 등을 고려하면 2013년 적용도 불투명하다는 것.

 

업계의 한 관계자는 “65개 기업이 피해를 입는다면 정부에서도 파장을 고려해 얼마간의 유예기간을 줄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2013년 바로 정책이 시행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대기업 참여하한제의 경우, 지경부 고시로 즉시 시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중견 IT서비스업체들의 내년도 공공SI 사업은 시작부터 암초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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