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영 칼럼

[취재수첩] 남발되는 그린 데이터센터(IDC)

백지영 기자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몇 년 전부터 국내IT업계의 화두 중 하나는 그린(Green)이다. 특히 ‘전기먹는 하마’라고 불리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을 절감을 줄일 수 있는 ‘그린 데이터센터(IDC)’는 업계의 단골 메뉴 중 하나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데이터센터가 사용하는 전력 소비량은 전체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50개 발전소에 해당하는 양이다. 세계 데이터센터들에 매년 소비하는 에너지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270억 달러 규모에 해당하며 오는 2014년엔 2배로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처럼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데이터센터의 전력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그린IDC는 이를 운영하는 관련 업계의 주요 관심사다. 심지어 페이스북은 최근 스웨덴에 데이터센터 건립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스웨덴의 추운 기후를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데에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NHN도 비교적 온도가 낮은 지역인 춘천에 자체 데이터센터 센터를 짓겠다고 선언했다.

이와 같이 그린IDC에 대한 업체들의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최근 지식경제부가 에너지 절감 정책 일환으로 연내에 그린 IDC 인증 제도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돼 주목된다.

그린IDC에 걸맞는 기준을 정하고, 데이터센터의 전력효율지수(PUE)를 낮추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PUE는 전체 전력 사용량을 서버나 스토리지, 네트워크 등의 IT장비가 사용한 양으로 나눈 값이다. 숫자가 1에 가까울수록 냉각이나 다른 비용에 사용되는 전력이 없다는 뜻이기 때문에 효율적인 데이터센터로 여겨진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되는 대부분 데이터센터의 PUE는 2~3 정도다. 가장 최근에 지어진 데이터센터들이 1.7~1.8 수준이다.만약 그린IDC 인증제가 도입된다면, IDC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업체가 인증을 받기 위한 작업에 들어갈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현재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을 줄이기 위해 많은 업체들이 이중마루나 프리쿨링(차가운 외부 온도를 냉방에 적용), 컨테인먼트 설비(뜨거운 공기와 차가운 공기를 분리), 에너지 모니터링 시스템, LED 조명 등 최신식 기술들을 대거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은 단순히 이러한 기술만 도입한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다. 해외의 경우에는 냉방을 효율적으로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데이터센터 내부 온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의 경우도 자사 데이터센터의 내부 온도를 높이기 위해 인텔, 삼성전자 등 CPU, 메모리 업체들과 함께 고열에 견딜 수 있는 칩을 설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단순히 인증 제도를 통해 그린IDC를 만드는 것보다는 국내 상황에 맞는 새로운 에너지 절감 솔루션 등 전력 비용 절감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이미 많은 업체가 자사의 데이터센터를 그린IDC로 부르고 있다. 단순히 인증을 통해 '그린IDC'라는 명패를 거는 것보다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는 편이 나을 것이다. 진정한 의미의 그린IDC가 국내에 생겨나기를 기대한다.

<백지영 기자>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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