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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TV, 협상 결렬시 지상파 방송 뺀다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지상파 방송사들이 진정성 있는 태도로 협상에 임하지 않는한 지상파 방송 송출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

케이블TV 업계가 지상파 방송송출 중단이라는 비상카드를 꺼내들었다. 지상파 방송3사와 케이블TV 사업자간 재송신 협상시한인 오는 23일로 다가온 가운데 케이블TV 업계가 협상이 결렬 될 경우 방송송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한국케이블TV방송 SO협의회는 14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비상총회를 개최한 뒤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케이블TV 업계는 비상총회에서 협상이 결렬될 경우 불가피하게 전 케이블TV 가입자를 대상으로 지상파 송출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에 의견을 모으고 지상파 방송사들에 대해 성실한 협상태도를 주문했다.

길종섭 케이블TV협회 회장은 "법원 판결을 따르면 경영진은 배임행위가 될 수 밖에 없고, 재판결과를 따르면 지상파 재송신을 중단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상파와 협상을 진행하며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달라고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과 재송신에 따른 비용을 산출해 합리적인 대가수준을 산정해야 하는데, 이러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사들은 SO들에게 가입자당 280원 가량을 각 방송사에 지불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지상파 콘텐츠를 동의 없이 사용한 대가를 내라는 것이다. 하지만 케이블TV 업계는 재송신으로 인해 지상파 방송사들이 광고수익을 확대했고, 난시청 해소에 공이 있는 만큼, 서로 주고받을 것을 따져보자는 입장이다.

한 SO 사장은 "케이블이 지상파 방송을 송출하면서 수신료, 홈쇼핑 수수료 등에 약 2000억원의 효과를 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하지만 지상파 역시 난시청 관련한 인프라 구축, 광고매출 증다 등에서 약 5000억원의 효과를 보았다"고 주장했다.

즉, 저작권료와 지상파가 덕을 본 부분을 같이 계산해 보자는 의미다. 케이블TV 업계에 따르면 이를 가입자당 받아야 할 것으로 계산하면 각 지상파 방송사가 약 350원을 케이블쪽에 지불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방통위에서 진행되고 있는 양측의 협상에서는 전혀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상파가 이러한 부분에 대한 협상을 진행하지 않을 경우 간접강제 이행 등의 이유 때문에 불가피하게 지상파 송출을 중단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케이블TV업계의 설명이다.

강대관 SO협의회 회장은 "지상파 주장대로 매월 840원을 내야 할 경우 연간 1만원, 전체 가입자를 감안하면 매년 1500억원을 지상파에 지불해야 한다"며 "1억5000만원인 간접강제를 전국 54개 법인에 적용할 경우에는 연간 2조9000억원을 지상파에 지불해야 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지상패 재송신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SO들은 23일까지 협상이 결렬될 경우 24일부터 방송송출을 중단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자별로 방식, 시간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업계 전체가 송출을 중단하는 것은 명확히 했다.

길종섭 회장은 "지상파가 완전히 난시청을 해소한다면 우리가 할말이 없다"며 "하지만 어떻게 280원이 나온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돈을 내라는 것은 말이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지상파 주장대로 돈을 지불할 경우 케이블TV 업계 전체로 보면 연간 1500~17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케이블TV 업계 연간 경상이익의 절반에 달한다.

지상파와 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최정우 비대위 정책TF팀장은 "서로간에 어떤 편익이 있었는지 따져보자는 것인데 지상파는 공개를 꺼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블TV업계는 만약 실제 지상파 방송 송출이 중단될 경우 발생하는 책임은 모두 지상파쪽에 있음도 분명히 했다.

최정우 팀장은 "직접수신율이 98%가 됐다고 하니 앞으로 지상파 시청을 못할 경우 책임은 지상파에게 있다"며 "우리는 법적 책임있는 의무재전송 채널만 송출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케이블TV 업계는 방통위의 적극적인 제도개선도 주문했다.

길종섭 회장은 "방통위가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제도개선을 해야 한다"며 "대가산정이 핵심인 만큼, 사업자간 협상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게 제도개선을 해주면 원만하게 풀릴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길 회장은 "아직 협상만료까지 9일이 남아있다"며 "서로 진정성을 갖고 신뢰를 확보하고 협상을 진행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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