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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 스마트폰·태블릿, 왜 다 같은 1.5GHz 듀얼코어 AP 쓸까?

윤상호 기자

[IT 전문 블로그 미디어=딜라이트닷넷]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삼성전자가 28일 스마트폰과 태블릿PC를 결합한 ‘갤럭시 노트’를 선보였다. 이 제품은 지난 9월 독일 ‘국제가전박람회(IFA) 2011’에서 처음 선을 보인 이후 혁신적 기능과 편리한 사용성으로 글로벌 휴대폰 시장의 이목을 끌어온 제품이다.

해외는 3세대(3G) 이동통신 네트워크 고속접속패킷플러스(HSPA+)를 국내는 4세대(4G) 이동통신 롱텀에볼루션(LTE)를 지원하는 제품이 선보인다. 스마트폰의 머리 역할을 하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는 3G 제품은 삼성전자가 만든 1.4GHz 듀얼코어 AP를 LTE 제품은 퀄컴이 만든 1.5GHz 듀얼코어 AP를 사용한다.

갤럭시 노트뿐만 아니다. 현재 국내 출시된 LTE 스마트폰은 모두 퀄컴 1.5GHz 듀얼코어 AP를 탑재했다. 상반기만 해도 AP의 속도, 코어 숫자 등으로 차별화를 하던 제조사들이 LTE에서는 왜 다 같은 AP를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답은 기회 비용에 있다. 스마트폰은 통신칩(베이스밴드칩)과 AP가 핵심부품이다. PC로 보면 통신칩은 모뎀, AP는 중앙처리장치(CPU)다. 통신칩은 휴대폰 역할을, AP는 PC 역할을 하게 해준다.

제조사는 스마트폰을 개발하기 위해 우선 ‘통신칩+AP’의 원활한 연계를 구축해야 한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예를 들면 AP가 카카오톡을 구동해 사용자가 입력한 문자를 처리하면 이를 통신칩으로 보내 다른 사용자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게 한다. 메시지가 오는 경우에는 반대다. 통신칩이 AP를 깨워 AP가 카카오톡 메시지를 사용자에게 보여주게 된다.

문제는 이 ‘통신칩↔AP’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통신칩을 만드는 회사 중 대표적인 곳은 퀄컴, 인피니온,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등이다. AP를 만드는 곳은 퀄컴 TI 삼성전자 엔비디아 등이 있다. 통신칩과 AP를 1개의 칩으로 만드는 곳은 퀄컴이 유일하다. LTE와 기존 네트워크(2G 또는 3G)를 복합적으로 지원하는 통신칩을 1개로 만든 곳도 퀄컴뿐이다.

통상 제조사+통신칩 제작사+AP제작사의 3자 협력으로 플랫폼을 구축한다. LTE폰을 만들기 위해 퀄컴 통신칩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통신칩 제작사는 둘이 돼 4개사가 협업을 해야한다. 비효율적이다. 장애가 발생했을 때 책임소재를 가리기도 쉽지 않다. 서로를 의식해 기술 공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한 곳만 늦어져도 제품 개발에는 막대한 차질이 생긴다.

보통 휴대폰 제조사는 이런 플랫폼 개발에는 스마트폰 10대분 인력이 투입된다고 말한다.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말이다. 또 1곳만 제품 사양을 바꾸면 다시 지난한 과정을 되풀이해야 한다. 칩이 늘어나면 제품도 커진다. 배터리 소모도 많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자체 LTE 통신칩이 있어도 사용치 않는 것도 그래서다.

당장 LTE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 휴대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현재 ‘퀄컴 통신칩+퀄컴 AP’ 조합밖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한 LTE 단말기 조합이라는 검증도 됐다.
휴대폰은 항상 통화가 돼야 하는 탓에 안정성이 가장 중요한 항목이다. 퀄컴+퀄컴이라면 제조사가 크게 신경 쓸 부분도 없다.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것인가. 칩셋 제조사 상황만 놓고 보면 2012년 상반기까지는 이런 추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대부분의 통신칩 제조사는 LTE와 기존 네트워크를 1개의 통신칩으로 양산하는 시기를 2012년 하반기로 잡고 있지만 조금 앞당겨질 수도 있다. 빠른 곳은 현재 샘플을 제조사에 공급한 상태다. 통신칩 문제가 해결되면 AP 제조사는 누가 먼저 좋은 조합을 만들어내는지 싸움이다. 반대로 말해 2012년 상반기까지는 LTE 스마트폰 AP 역시 퀄컴, 성능은 퀄컴의 로드맵에 좌우된다.

변수는 삼성전자와 애플이다. 업계에서는 양사는 모두 AP를 자체 보유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삼성전자와 애플 정도 개발 수준이라면 자체적으로 ‘퀄컴+삼성전자’, ‘퀄컴+애플’에 성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기가 문제다. 비용 대비 효과라는 부분은 논외다.

갤럭시 노트 출시 지연은 이 문제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삼성전자도 연내 적용은 쉽지 않았다는 것이 후문이다. 갤럭시 노트 AP가 바뀐 이유다. 애플 역시 자체 AP(A5)와 퀄컴 통신칩과 결합을 추진했으나 안정성을 담보하지 못해 내년으로 LTE 스마트폰을 미뤘다.

한편 이런 상황은 태블릿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국내 첫 LTE 태블릿 ‘갤럭시탭 8.9 LTE’에 퀄컴의 1.5GHz 듀얼코어 AP를 탑재했다. 무선랜(WiFi, 와이파이) 전용과 3G 지원 모델은 1GHz 듀얼코어 AP를 쓴다.

[윤상호기자 블로그=Digital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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