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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제2의 보안업계 해외 진출 붐

이유지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보안 업체들은 해외 진출에 아주 적극적이다. 웬만한 규모를 갖춘 업체들은 해외 사업을 당연한 과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22일 선출된 조규곤 지식정보보안산업협회(KISIA) 회장(파수닷컴 대표)은 취임사에서 “협회가 처한 가장 중요한 현안, 당면과제는 해외 시장 진출”이라며, “이제는 여유가 되면 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성장하고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필수 (임무)”라고 강조했을 정도다.

사생활 침해 논란이 불거지며 국내 시장에서 크게 사업을 벌이기 어려워 일찌감치 해외로 눈을 돌렸던 CCTV·DVR 업체, 슈프리마같은 바이오인식 업체들은 이미 해외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다.

이제는 IT·소프트웨어 산업의 한축이라고 할 만한 정보보안 업체들이 그 뒤를 잇기 위해 시도하고 있다. 업체들은 최근 들어 해외 사업에 가속 페달을 밟으면서, 가깝지만 우리보다 규모가 훨씬 큰 시장인 일본, 중국 진출부터 시작해 동남아시아, 중동 국가들로까지 점점 더 멀리 확장해 가고 있다.

이제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들도 꽤 늘었다. 조만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최대 보안 행사인 ‘RSA 컨퍼런스’에 참가하는 미라지웍스, 지란지교소프트, 안철수연구소, 파수닷컴 외에도 이스트소프트, 한국전자인증 등도 최근 미국 지사를 설립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미국은 지리적 거리감과 문화적 차이가 큰 시장이다. 소프트웨어 본고장으로 여겨지는 세계 최대규모를 가진 시장인 만큼 막강한 유명 대형 IT기업들과 주목받는 스타트업(신생기업)들도 많이 생겨나고 있다. 당연히 전세계 유수의 기업들도 미국으로 몰려든다.

때문에 미국으로 건너갔어도 실제 공급 성과를 내고 인지도를 구축하며 시장에 뿌리를 내리는 것은 무척 힘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많은 IT기업들이 미국 시장 진출을 시도 자체를 두려워하는 것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한국기업이 만든 소프트웨어나 보안 기술은 해외 시장에서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저평가되는 현실이다. 해외에서 이름을 떨치는 우리 IT·소프트웨어 기업이 전무한 것이 하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추지 않은 국가로 평가되니 그럴 수 밖에 없겠다 싶다.

악조건이지만 정보보안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도전은 그 자체로 희망적이다. 기술력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고 자부하고 있고, 그만한 여력도 되기 때문에 도전도 할 수 있는 게 아니겠는가.

요즘 업체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벌이는 것을 접하다 보니, 2000년대 초반 많은 소프트웨어, 보안업체들이 너도 나도 해외로 나갔던 때를 떠올리게 된다. 대부분 크게 실패하고 돌아왔다. 준비와 경험 부족, 무리한 투자가 원인이다. 당시 해외 사업으로 얻은 상처를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전사한 기업들도 부지기수다.

그 때와 지금의 업계 상황은 달라졌다. 그렇게 믿고 싶다.

무턱대고 지사부터 만들고 상주 인원을 두는 것이 아니라 먼저 현지 파트너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시장 분석을 거쳐 신중하게 전략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아울러 현지에서 성공사례를 하나 둘 만들어 가는 것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된다.


쓰라린 과거의 경험, 그로 인해 생긴 두려움을 극복하고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에 다시 찾아온 정보보안 업계의 해외 진출 붐이 성공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길 바란다. 지금 먼저 도전하는 업체들을 응원한다.

<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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