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칼럼

[기고] 통신 필수 설비 논란…윈윈 방안 찾아야

채수웅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의 통신설비 관련 제도 개선을 놓고 KT와 후발 통신업체간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최근 이해관계자들이 몸싸움을 벌여 공청회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취소되는 일까지 벌어졌다.

KT는 사유재산 침해이고 설비투자 위축에 따른 일자리 축소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반대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반면 후발통신업체들은 업체간 경쟁이 활성화되면 투자가 촉진되고 이용자의 편익이 증진되기 때문에 제도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통신공사업에 종사하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KT의 주장에 허점이 적지 않다. KT의 주장이 필수설비 제도의 도입취지를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001년부터 KT에 필수설비 제공의무를 부과했다. 통신설비 역시 도로나 전기, 수도시설처럼 중복적으로 설치가 어려운 만큼 선발업체인 KT가 보유하고 있는 통신설비를 후발업체에게 유료로 임대해 주도록 법으로 정한 것이다.

방통위는 특히 지난 2009년 설비제공 의무가 부과됐음에 불구하고 제대로 이행이 안되자 KT-KTF 합병 인가조건으로 설비제도를 개선토록 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도개선 작업은 바로 그 연장선이다. 방통위 조사 결과, 단계적으로 설비 개방 범위를 확대하기로 KT가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자의적이고 불명확한 기준을 적용, 의도적으로 설비제공 임대를 회피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런 맥락을 알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 KT가 사유재산 무단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지난 2001년 제공의무를 부과할 때 주장했다면 이해가 되지만 이미 제도화됐고 이에 대한 개선을 진행하는 시점에서 사유재산 운운하는 것은 억지주장일 따름이다.

투자의지 축소로 인한 일자리 감소주장도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 후발업체들은 KT가 독점으로 보유하고 있는 관로만 빌릴 수 있으면 광케이블을 직접 포설해 통신서비스 제공을 주로 하기 때문에 통신시장 전체적으로 보면 투자가 촉진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KT 자체 설비 용량 축소가 있다손 치더라도 투자비의 대부분이 도로 굴착비와 복구비인 점을 고려하면 공사업체들의 일감 감소도 거의 없는 까닭에 다른 목적을 염두에 둔 주장으로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어느 업계나 강자와 약자는 있기 마련이다. 시장에서 공정경쟁의 법칙은 강자의 횡포를 막기 위해 마련돼 왔다. 즉 특정업체들의 이권보다는 이용자들의 편익 증진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된 것이다.

방통위의 설비제공 제도 개선추진도 그런 맥락이다. 특정 사업자의 이해관계를 떠나 설비제공이 활성화돼야 국내 통신산업이 발전하고 이용자들의 편익도 증진되기 때문에 제도의 실효성 확보 차원에서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KT의 주장은 철저히 강자의 논리다. KT 속내는 어떤 식으로든 자기주장을 관철해 강자로서의 위상을 유지하고 싶다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제도 도입의 취지와 제도개선에 따른 기대효과를 무시하고 하고 업계 절대 강자로서의 입장만을 고수하고 있는 KT가 언제까지 이 같은 행태를 지속할지 궁금하다.

이번 설비제공 제도 개선이 이뤄질 경우 당장 KT의 설비를 이용하지 않고서는 후발업체들의 시장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농어촌 지역과 구도심 내 저층 오피스 건물에서 업체간 경쟁이 촉발되고 이로 인하여 이용자들의 통신서비스 선택권이 크게 제고될 것이다. 서비스 품질이 향상되고 통신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는 것이 관련 업계 및 학계의 전반적인 의견이다.

이제는 제도개선의 주체로서 방통위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당초 지난해 말 제도개선을 마무리하고 올 1월부터 시행하려던 계획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 대해 반성의 목소리가 나와야 맞다.

명분과 비전이 확실한 정책시행이 늦춰 질수록 더 많은 구설에 오르내릴 수 있다. 현 제도가 유명무실해 진행되는 제도개선이 이해관계에 따른 사업자간 절충 형태로 결론을 낼 경우 자칫 당초 취지가 무색한 용두사미로 전락할 수도 있다.

특히 확실한 처방이 아닌 미봉책으로 환부를 다스리면 완치할 수 있는 때를 놓치는 우를 범할 수 있고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제도개선을 위한 소모적인 시간과 비용을 반복적으로 낭비하는 시행착오를 답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에스포스 이상수 사장



채수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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