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

안랩, 정치적 논란에도 월드베스트 꿈꾼다

심재석 기자
SW 산업의 핵심은 연구개발(R&D)이다.기술력이 SW 기업 경쟁력을 100%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국내 SW의 위상을 높이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선진적인 기술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특히 SW 기술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설비투자 없이 인력으로만 승부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디지털데일리>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R&D 센터를 이끌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과 목소리, 애환을 10회에 걸쳐 전한다.<편집자>


[국내 SW를 주도하는 핵심, R&D를 이끄는 사람들] ⑥ 안철수연구소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2012년 한국 사회에서 ‘안철수’라는 이름은 뜨거운 감자다. 이 이름은 IT라는 영역을 떠나 정치적으로 더 많이 언급되고 있다.


더 이상 안철수가 경영하지 않는 ‘안철수연구소’로서는 매우 부담스러운 일이다. 오죽하면 회사이름을 안랩이라고 바꿨을까.

안철수 교수가 정치인이 될지언정, 안랩은 여전히 첨단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팔아 먹고 사는 기업일 뿐이라는 사실을 어떤 이들은 외면 한다.

모 정치인은 정치적인 이유로 안랩을 공격하기도 했다. 특히 안랩은 그 정치인으로부터 “기술력이 충분치 않다”는 비판까지 들어야 했던 차였다. 고객이 아닌 정치인에게 기술력 평가를 받아야 하는 안랩의 슬픈 현실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핵심인 R&D 센터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었다. 대화에는 조시행 전무(연구소장)을 비롯해 
최은혁 소프트웨어개발실 실장, 이재한 수석연구원, 최윤용 책임연구원 등이 참석했다.


- 연구소 소개를 부탁한다.

조시행 : 1995년에 설립됐다. 처음에는 안철수 교수와 몇몇 대학생들이 모여 시작했다. 10년간 안티바리러스를 주로 연구했다. 이들은 낮에는 학교 가고 저녁때 모여 개발했다. 1996년부터 한 명씩 정식 연구원을 채용하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200여 명 규모의 연구소가 됐다.

안티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주로 하다가 보안 전 영역으로 대상이 확대됐고, 현재는 소프트웨어(SW) 전반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나가고 있다.

- 일반 SW를 연구한다니 보안 이외의 SW산업에도 진출할 계획이 있나 보다.

조시행 : 현재 SW 산업에는 영역 경계가 없어졌다. 보안이라는 영역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일반 SW 기업들도 다 보안 기능이 있다. 보안 SW들도 일반 SW를 기능을 가져야 한다.

최은혁 : 자동차에도 보안을 얘기해야 하는 시대다. 보안만 하는 게 아니라 SW 전체를 다 하는 상황이다. 안티 바이러스만 따로 할 수 없는 시기가 왔다.

- 지난 해 보안SW 업체 최초로 개발자 컨퍼런스를 개최했었는데, 그것도 일반 SW 산업으로의 진출을 위한 것이었나?

조시행 : 저희가 오랫동안 SW 개발 경험을 쌓다 보니까 혼자 하는 게 아니라 산업전반과 같이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안랩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하기 위한 자리였다. SW 개발에 필요한 것들을 안랩은 ‘이렇게 하고 있다’고 전달했다.

최은혁 : 10년 이상의 R&D를 통해 얻은 경험을 공유 할 때가 됐다고 생각했다. SW 전반에 관한 인프라 개발 방법론, 지식 등을 공유했다. 매년 이런 행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안랩만이 아니라 다른 업체도 함께 하는 자리를 만들고 싶다.

- 주로 어떤 내용으로 이뤄졌나?

조시행 : 안랩에 맞게 개발 프로세스를 정립했다는 점을 전달했다. 책에는 없는 내용이다.  엔진개발이나 품질관리 프로세스, UX 등 안랩의 방식을 소개했다.

최윤용 : 다른 회사도 일반적으로 프로세스는 갖추고 있다. 우리 방식을 자랑하려는 자리가 아니라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로 만들려고 했다.

- 행사에 대한 피드백은 어땠나?

조시행 : 우리내부적으로는 좋았다고 본다. 개발자와의 대화 창구를 만들었는데 많이 안 왔다는 점을 빼고는 전체적으로 괜찮았던 것 같다.

- 지난 해 강용석 의원이 안랩은 해외에서 실적이 별로 없기 때문에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사업에서 빼야 한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조시행 :  WBS 기획 의도는 정부 지원을 통해 월드베스트 제품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잘 하는 회사, 가능성 있는 회사를 더 잘하게 하는 기획이다. 기본 취지를 알고 있었다면 그런 이야기 나오지 않을 것이다. 모바일 보안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곳이 어디냐라는 측면에서 안랩이 점수를 많이 받았다. 더 잘하는 회사 있다면 거기 줬을 것이다.

- 강 의원은 안랩의 기술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시행 : 우리가 세계 최고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다.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안랩은 세계 시장에서 여전히 공격자 입장이다. 백신은 일반 SW와 좀 다르다. 기술력만 가지고 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악성코드, 버그, 요구사항 나왔을 때 대처하는 방식이 중요하다. 백신 SW에 대한 기술력은 정해진 숫자로 보면 안 되고 악성코드를 발견하고 대응하는 방식, 즉 고객 만족 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글로벌에서 기능 좋다는 제품들이 한국에서는 대부분 실패했다. 특정 기능이 있느냐 없느냐를 두고 이야기 할 수 없다.
어떻게 고객을 만족시키느냐가 진정한 가치다. 더 답답한 것은 그 분들(강용석 의원을 지칭)에게 의견을 주는 전문가들이다. 전문가들이 편협한 생각을 주고 있어서 안타깝다. 보안은 SW가 아니라 서비스다. 서비스는 만들어 팔고 끝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고객대응을 하는 것이다. 시장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 기술력이 없어서 해외진출 못한다는 지적도 했다.

조시행 : 비교할 수 없는 잣대다. 아래아한글을 만든 한글과컴퓨터는 기술력이 있다고 봐야 하나 없다고 봐야 하나. 기술력 있으면 무조건 성공하나. 시장은 그렇지 않다. 반대로 그렇게 좋다는 글로벌 SW가 왜 한국에서는 안되겠나. 기술력만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 해외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재한 : 우리가 글로벌 업체에 비해 기술력이 뒤지는 것도 있고,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도 있다. 해외에 나가려면 기술만으로 안되고 제반 여건이 필요하다.

최은혁 : 기술이 있어도 시장을 침투하려면 문화, 서비스 인프라 같이 나가야 한다. 저희가 부족한 부분이 있다. 각국의 문화에 맞게 준비해야 하는데 그런 준비가 덜 됐다. WBS라는게 그런 부분을 지원 하기 위한 프로젝트다.

기술력이 있는데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들을 위한 프로젝트가 WBS다. 해외 못 갔으니 기술력 없다는 비판은 말이 안 된다. 악성코드 진단율을 가지고 이야기 하기도 하는데, 진단율은 그 때 그 때 달라지는 수치다. V3도 하루에 몇 번씩 업데이트한다. 특정 한 시점만 보고 진단율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난 주 안랩은 지난 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글로벌 보안 행사인 ‘RSA 컨퍼런스 2012’에 참석했다.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과연 안랩이 해외 시장서 통할 지 이제부터 지켜볼 일이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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