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드 솔루션

떠났던 연구원들이 티맥스에 돌아왔다…왜?

심재석 기자
SW 산업의 핵심은 연구개발(R&D)이다.기술력이 SW 기업 경쟁력을 100% 좌우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국내 SW의 위상을 높이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선진적인 기술력이 바탕이 돼야 한다. 

특히 SW 기술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설비투자 없이 인력으로만 승부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디지털데일리>는 국내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R&D 센터를 이끌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 그들의 생각과 목소리, 애환을 10회에 걸쳐 전한다.<편집자>


[국내 SW를 주도하는 핵심, R&D를 이끄는 사람들] ③ 
티맥스소프트 R&D 센터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한 때 국내 최고의 소프트웨어 업체로 손꼽혔던 기업. 국내에서 유일하게 시스템 SW 분야에서 오라클∙IBM 등 글로벌 기업을 제치고 국내 시장 1위를 기록하는 기업. PC 운영체제를 만들어 MS를 뛰어넘겠다고 호언장담하던 기업. 그러나 무리한 사업확장으로 위기에 빠졌고, 결국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간 기업.

티맥스소프트(이하 티맥스)에 대한 소개다.

지난 5~6년간 최고의 영광, 최악의 위기를 모두 경험한 티맥스가 최근 다시 일어섰다. 지난 2010년 7월 (워크아웃)을 개시한 이후부터 매 분기마다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고, 규모만 컸던 과거보다 내실있고 안정적인 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티맥스가 생각보다 쉽게 되살아날 수 있었던 것은 ‘제우스’라는 확실한 제품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국내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시장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제우스는 티맥스의 근간이다.

 

티맥스는 워크아웃 과정에서 제우스와 오픈프레임(리호스팅 솔루션) 등 몇몇 제품만 남기고 다른 대부분의 사업부는 정리했다. 핵심 역량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래서일까. 최근 티맥스에는 경영위기 당시 회사를 떠났던 연구원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임금체불과 과중노동을 한탄하며 대기업 등으로 떠났던 그들이다. 

과연 티맥스 연구소에는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티맥스의 R&D 센터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27일 성남시 분당의 티맥스 연구소를 찾았다. 티맥스 최고기술책임자인 최정환 전무, R&D센터 김동겸 본부장, WAS실 윤경구 실장이 함께 했다.


기자 : 연구소 소개를 부탁한다. 최근 어떤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가.

최정환 : 티맥스 연구소는 제품을 기준으로 세 개의 ‘실’로 나뉘어져 있다.  WAS실, 클라우드실, TP실이다. 각각 제우스와 클라우드, 오픈프레임을 개발하는 곳이다, 

최근에는 기존 제품의 새 버전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가장 눈 앞에 있는 것은 상반기 출시될 제우스7.0이다. 예전에 비해 아키텍처가 진보해서 시장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기대가 큰 제품이다.

기자 : WAS실과 TP실은 기존 제품을 개발하는 곳이라 알겠는데, 클라우드실에서는 무엇을 하나. 티맥스는 아직 클라우드 컴퓨팅 관련 제품을 발표한 적이 없는데.

윤경규 : 제우스 같은 기존 제품들을 클라우드 환경에 맞도록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기존 WAS를 클라우드에서 실행만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클라우드 환경에 맞도록 REST, HTML5 등 새로운 기술을 도입해야 한다. 또 클라우드에서는 과금, 관리 등이 중요해지기 때문에 WAS 자체가 이런 기능을 포함하고 있어야 한다. 클러스터링 했을 때 다이내믹 하게 구성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 준비가 필요하다.

기자 : 이야기를 들으니 연구소에서는 여전히 전통적인 제품인 제우스와 오픈프레임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연구소 일각에서는 신성장동력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닌가?

최정환 : 기존 제품을 기반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주축 제품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는 것이 먼저다. 아직은 성장의 여지가 많이 있다. 오라클도 DB, WAS 같은 핵심 제품을 확장해 나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티맥스는 사실 IT업계에서 그다지 칭찬받지 못했던 기업이다. 특히 개발자들로부터는 최악의 노동강도를 자랑하는 회사로 유명했다. 박대연 회장은 특히 티맥스윈도 제품 발표회에서 “OS개발하다 이혼당할 뻔한 연구원이 있다”는 발언을 해서 비판을 받았다. 박 회장이야 ‘그 정도로 열심히 했다’는 점을 이야기 하고 싶었겠지만, 듣는 개발자들로부터 ‘얼마나 부려먹었으면…’이라는 반응이 돌아왔다. 

기자 : 티맥스는 한 때 ‘월화수목금금금’을 자랑하던 회사라는 악명(?)이 있다. 요즘도 그런가?

최정환 :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시간으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어떤 SW 분야는 투자한 시간과 성과가 비례하는 곳이 있다. 하지만 시스템 소프트웨어는 얼마나 집중하느냐가 중요하지, 투입한 시간은 중요치 않다. 티맥스가 상대적으로 굉장히 오래 일한다고 생각치 않는다.

윤경구 : 연구원들이 목표를 세우고 가는 것이기 때문에 시스템통합(SI) 프로젝트에서 납기일 맞추는 것과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제품의 성능과 알고리즘을 생각하면서 스스로 오래 일하는 것과 납기일 맞추려고 밤샘하는 것은 다르다. 시스템 소프트웨어 개발은 옆에서 채찍들고 감시한다고 성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다. 티맥스 연구원들이 (SW개발에) 매니아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소리가 나오는 것 같다.

김동겸 : 특히 과거의 티맥스와 현재의 티맥스는 다르다. 지금은 연구원들의 관점이나 생각하는 것을 중심으로 일을 진행한다. 근무강도가 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달라졌다.

티맥스가 한 때 최고의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허풍쟁이 기업으로 전락했던 결정적 원인은 티맥스윈도다. 2009년 7월 7일 마이크로소프트를 때려잡겠다며 대대적으로 선보인 티맥스윈도는 지금 생각해도 낯뜨거운 수준으로, 완성도가 낮은 제품이었다. 이 제품 출시 이후 티맥스는 IT업계에서만 알려졌지만 잘나가던 기업에서 전국민의 비웃음거리로 전락했다.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은 도대체 이 제품을 왜 출시했을까라는 점이다. 박대연 회장을 비롯해 내부 연구원들이나 개발자들이 당시 티맥스윈도의 제품 완성도를 평가하지 못했을 리는 없다. 누가 봐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티맥스 연구원들에게 묻고 싶었다.그런 수준의 티맥스윈도를 
왜  발표했을까.

기자 : 티맥스 역사상 최악의 제품은 티맥스윈도일 것이다. 제품 발표회에서 허술한 제품을 발표해서 비판이 많았다. 왜 완성되지 않은 제품을 발표했나?

최정환 : 티맥스윈도는 티맥스소프트가 아닌 삼성SDS에 인수된 티맥스코어에서 개발한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사정은 잘 모른다. 다만 제품을 출시할 때는 기술 외적인 요소도 작용한다. 마케팅의 일정에도 맞춰야 한다. 연구원들이 자기가 만족하지 못한다고 제품 출시 안 하면 타임투마켓(Time to Market)을 놓칠 수 있다. 연구소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일정에 맞춰주는 노력을 할 수 있을 뿐이다. 

티맥스는 연구소와 마케팅이 잘 조율해서 왔다. 딱 한 번 못했는데, 그 한 번이 크게 소문나 버렸다.

티맥스가 티맥스윈도를 출시할 당시 티맥스는 이미 몇 번의 출시일정을 연기해 티맥스윈도의 실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총을 받던 시기였기 때문에 완성도가 낮은 제품이라도 일단 선보인는 것이 중요했다고 판단한 듯 보인다. 

기자 : 티맥스윈도의 경우 마케팅 일정에 맞춰 완성되지 않은 제품을 선보였다가 큰 낭패를 봤다. 반대로 개발팀에서 자신의 제품 수준에 만족하지 못해 제품 출시를 연기하다가 시장 진입 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어려운 문제 같다.

김동겸 : 소프트웨어 개발도 영업이나 마케팅의 일정을 따라가는 게 맞다고 본다. 고객이 원하는 시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쓸려고 만드는 제품이 아닌데 연구원들 마음에 100% 들지 않는다고 언제까지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

윤경구 : 예술의 영역이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일방의 뜻대로 될 수는 없다. 마케팅 부서와 연구소가 지속적으로 교류해 나가면서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그것이 예술이다. SW가 발전할수록 예술을 잘해야 한다. 애플이 그런 것에 탁월하다.

사실 티맥스 연구소는 국내 그 어떤 소프트웨어 업체 연구소보다 연구월들에 대한 지원이 좋은 기업이다. 우선 연구원들은 1인 1실이나 2인 1실에서 연구를 진행한다. 일반 연구원까지 자기 방이 있는 것이다. 또 층마다 수면실이 있다. 밤에 야근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낮에라도 피곤할 때는 수면실에서 쉬고, 다시 집중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의미다. 또 연구소에는전문 안마사가 있다. 컴퓨터 앞에서 프로그램 코드와 씨름하다가 어깨가 뭉치면 전문안마사의 마사지를 받으며 머리를 식힐 수 있다. 

연구원은 티맥스 내에서도 최고의 대우를 받는다. 티맥스 내부적으로 최고로 높은 평가를 받는 상은 연구원들에게 주어지는 마에스트로 상이다. 이런 호사를 못 잊어서인지는 몰라도 최근에 티맥스 경영위기 당시 대기업으로 떠났던 연구원들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기자 : 티맥스는 연구원들에게 각각 방을 하나씩 준다. 연구원 근태관리도 어렵고 협업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왜 이런 정책을 세웠나

최정환 : 연구원의 독립성을 인정한다는 의미다. 연구원들이 개발일정이나 작업환경 자체를 스스로 제어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협업 문제는 회의나 코드리뷰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윤경구 : 박대연 회장이 연구원들에게 강조하는 점은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는 것이다. 생각하고 집중하기 쉽게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티맥스의 제품은 기술이 어렵기 때문에 거듭 생각하고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개인 공간이 필요하다.

기자 : 최근에 티맥스를 떠났던 연구원들이 돌아오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윤경구 : 4대 대기업으로 갔던 친구들도 돌아왔다. 아마 그곳에서는 성취감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티맥스에서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해 연구활동을 펼쳐나갈 수 있다. 하지만 대기업과 같은 곳에서는 그런 것을 보장해주지 않는다. 회사에 공헌한다는 느낌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김동겸 : 소프트웨어 업체 중에서 티맥스만큼 자유로운 회사는 많지 않을 것이다. 여기서는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그러나 대기업에서는 어렵다. 이런 건 티맥스가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한다.

기자 : 긴 시간들 내주셔서 감사하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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