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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자급제, 모바일 시장 지형 바꾼다

채수웅 기자
- 이통사 영향력 약화…제조사·MVNO에게는 호재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컴퓨터, TV, 카메라, 냉장고 등 전자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전자 양판점. 하지만 5월 이후 전자 양판점은 물론 편의점, 휴대폰 제조사 매장 등에서도 휴대폰을 소비자가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된다.

휴대폰 유통구조에 혁신을 가져다올 개방형 IMEI(International Mobile Equipment Identity) 관리 제도, 일명 휴대폰 자급제도가 5월부터 시행된다. 양판점 등 이동통신사 대리점이 아닌 곳에서도 휴대폰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의 휴대폰 선택권이 보다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소비자가 직접 휴대폰을 구매할 수 있게 되고, 휴대폰 제조사의 직접판매, 저가 단말기 수요 증가 등을 감안할 때 모바일 시장의 구조 변화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통경로 다변화는 우선 이동통신사들이 보유한 단말기 지배력을 다소 약화시킬 수 밖에 없다. 기존 이동통신사와 이통사 대리점, 판매점 등에게는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이통사들은 대리점을 통해 단말기를 구매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소비자들에게 인식시키려 차등정책을 펼 가능성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가 단말기 유통이 확대되면 이통사들은 지금처럼 2년 약정 등을 통해 소비자를 묶어둘 수 없게 된다. 이통사들은 개방형 IMEI 제도 시행으로 인한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겠지만 어찌 됐든 일정부분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면, 중소 MVNO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찾아오게 된다. 휴대폰 제조사들로부터 단말기를 수급 받으려면 일정수준 이상의 물량을 담보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개방형 IMEI 제도로 단말기 수급 어려움은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여기에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산 등 저렴한 단말기 수급도 용이해진다.

휴대폰 제조사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유통채널을 갖추게 된 만큼 호재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양판점 등 기존 유통채널을 십분 활용해 직접판매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등 해외업체와 국내 중소 휴대폰 업체가 부활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올해 ‘MWC 2012’에서 만만치 않은 경쟁력을 보여줬던 화웨이, ZTE 등 중국업체는 물론, 해외 다양한 제조사들의 제품이 수입될 전망이다.

아울러 VK모바일을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춘 중소 휴대폰 제조사가 다시 등장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단순한 음성기능 등을 갖춘 저가형 단말기 수요가 늘어날 경우 다시 중소 휴대폰 제조사의 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IMEI(International Mobile Equipment Identity)란 단말기마다 붙어있는 국제고유 식별번호를 말한다. IMEI는 총 15자리로 구성되며 IMEI를 통해 국적, 제조사, 모델, 단말번호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의 대부분의 이통사는 IMEI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통신을 허용하고, 분실이나 도난 등 신고 된 단말기만 통신을 차단하는 ‘개방형 IMEI 관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통사가 IMEI를 자사의 시스템에 등록하고 등록된 단말기만 통신을 허용하는 ‘폐쇄형 IMEI 관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때문에 이통사 이외에는 유통망이 거의 없는 폐쇄적 구조가 형성됐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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