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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 진단] ICT 생태계의 뿌리, 통신산업이 흔들린다

채수웅 기자
통신사 실적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네트워크는 고도화되고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는 늘어나고 있지만 통신사 실적은 오히려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1분기 통신사들의 실적은 ‘어닝쇼크’ 였다. 스마트폰 가입자가 빠르게 증가하며 통신사들의 실적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문제는 통신산업이 성장동력을 잃었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들이다. 통신산업은 국내 IT 산업이 세계수준으로 도약하는데 기반이 됐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특히, 통신이 IT에만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특히 그렇다.

<디지털데일리>는 기획기사를 통해 스마트 시대에서 통신사 실적이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이유를 진단하고, 문제 해결방안을 찾아본다. 전체 생태계 차원에서 통신사의 역할 및 바람직한 공생방안은 무엇인지도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 스마트폰 시대 통신사 실적 암울, 이유는?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ICT 생태계 근간 통신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단순히 트래픽만 전송하는 ‘덤파이프(dumb pipe)’로 몰락할 것인지 네트워크 고도화를 통해 지속성장할 것인지의 기로에 서있다.

ADSL, CDMA, 와이브로, LTE 등 통신사업자들은 십수년간 새로운 통신기술에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며 우리나라가 IT 강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놓았다.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강력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포털, 게임, 쇼핑몰, 전자정부 등 수많은 기업과 서비스가 등장할 수 있었다. 세계를 호령하고 있는 휴대폰, 게임, 전자정부 등의 성과는 바로 강력한 네트워크가 기반이 됐기에 가능했다. 연관 산업과 가입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통신사들은 대규모 투자와 네트워크 고도화를 단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입자및 이익 증가→투자→이익 창출→재투자의 선순환 구조는 최근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포털, 인터넷, 커머스, 게임 등의 산업은 여전히 견조히 성장하고 있는 반면, 통신산업은 신규 가입자 증가 정체에 다양한 인터넷 서비스들이 음성·문자 등 통신산업의 핵심 비즈니스 기반을 흔들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SK텔레콤과 KT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스마트폰, LTE 시대 실적개선을 기대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SK텔레콤의 1분기 영업이익은 4523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6.4% 감소한 수치다. KT 역시 상황은 좋지 않다. 1분기에 영업이익 516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대비 4.5% 감소했다. KT는 7분기 연속 가입자당평균매출(ARPU)가 감소하고 있다. 주가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왜 이러한 현상이 발생했을까.

단순 요금 수준만 놓고 보면 스마트폰 요금제는 이동통신사 실적 개선에 도움이 돼야 한다. 하지만 단말기 가격이 상승하면서 이통사들은 단말기 가격부담을 낮추고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요금할인제도를 운영했다. 그럼에도 불구, 통신요금 고지서에 합산되는 단말기 할부금은 고스란히 통신비용으로 인식되고 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실적악화에, 통신요금 상승 주범이라는 누명까지 쓰게 된 셈이다.

또한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무선인터넷 매출은 상승했지만 카카오톡 등 무료 메신저 보급 증가로 인한 문자매출 감소 및 폭증하는 트래픽 해소를 위한 네트워크 투자가 증가하면서 실적개선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단순 가계통신비 증가에 따른 정치권의 요금인하 압박이다. 지난달 총선을 치루며 각 정당들은 다양한 요금인하 공약을 내세웠다. LTE 무제한 요금제 도입, 가입비 및 기본료 폐지 등이 주된 내용이다.

가입비 및 기본료가 폐지될 경우 통신사들은 수천억원의 영업손실이 불가피하다. LTE 무제한 요금제가 도입될 경우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선인터넷을 이용할 이유가 없어진다. 현재 각 정당들의 통신요금 관련 공약들이 현실화 될 경우 말 그대로 이통시장은 초토화될 전망이다.

통신업계에서는 이에 대해 말 그대로 실현 불가능한 공약(空約)으로 보고 있지만 현실화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정당들의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당장 소비자 입장에서는 초고속인터넷 속도 못지 않은 무선인터넷을 펑펑쓰게 되고, 연간 십수만원의 통신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통신사들은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는 물론, 사업영위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다. 통신업계가 정치권의 공약에 떨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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