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IT서비스업계, 중견기업의 역할을 기대하며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내년부터 공공SI 시장에 대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IT서비스업체의 사업 참여가 제한되는 가운데 새로운 환경에서의 중견 IT기업에 대한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그동안 대형 사업을 좌지우지하던 대형 IT서비스업체의 사업 참여가 제한되면서 1조원이 넘는 공공SI 시장이 중견 및 중소 SW업체에 개방된 상태다.
하지만 사업경험에 대한 부족, 특히 시스템 통합(SI) 관점에서 경험이 부족한 중소 SW업체들에게 대형 사업에서 각 개발결과물을 어떻게 통합하고 기업 프로세스에 적용하느냐는 중요한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대기업 못지않은 사업수행 경험과 인적 구성, 파이낸셜 리스크를 어느 정도는 감당해 낼 수 있는 중견 IT기업에 대한 역할론이 증대되고 있다. 다시 말해 IT서비스 대기업이 맡아오던 역할을 이제 중견 IT기업이 발전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IT업계에서 중견기업은 ‘낀’ 세대의 이미지가 강했다. 대기업의 지위를 누리지도 못했고 중소기업 혜택도 누리지 못하는 등 중견기업은 천덕꾸러기 이미지가 강했다.
IT서비스 및 SW시장에서 중견기업 위치의 애매함은 더욱 심했었다. 최근 공공 SI사업에 대한 참여하한제도 운영에 있어서도 중소기업에서 졸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중견기업에 까지 사업 참여가 불가능해져 한때 여기에 해당하는 업체들이 패닉 상태에 빠지는 등 정책 결정에 있어서도 중견기업은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하지만 공공SI 시장에서 중견기업은 새로운 기회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1조원 이상의 시장이 열리며 매출 증대를 꾀할 수 있게 됐고 그동안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사업 참여가 가능해져 구축사례 확보라는 덤까지 얻을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이 누리던 지위를 중견 업체들이 그대로 이어받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IT서비스대기업의 기득권만을 이어 받은 채 고질적인 문제였던 하청업체에 대한 저가 납품 등 일종의 구악(?)은 그대로 이어받지 않겠냐는 걱정이다.
실제로 최근 일부 중소SW업체들은 중견업체들이 이러한 전횡(?)을 일삼을까 두려워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대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형 IT서비스업체들이 체면 때문에 어느 정도 사회의 눈치를 봐야 했다면 중견기업들은 그 정도의 자정시스템을 갖추지 못했다는 걱정이다.
공공시장에 대한 IT서비스 대기업의 사업 참여 제한은 우리나라 SW업계의 생태계를 변화시킬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좋은 의도를 가진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좋은 제도가 될 수도 있고 나쁜 제도가 될 수도 있다.
중견 IT기업들의 사명감 있는 사업 수행과 의식전환이 필요할 때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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