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IT

확산되는 스마트 브랜치…금융권 내부 저항은 없을까?

박기록 기자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KB국민은행이 당초 올해 5월 오픈을 예고했던 'KB스마트지점'이 6월이 지나서도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습니다.


'KB스마트지점'은 국내 최대 점포망을 가지고 있는 국민은행의 '스마트 브랜치' 전략이 처음으로 윤곽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은행권뿐만 아니라 금융권 전체의 관심이 큰 사안이기도 합니다.


다소 성급하지만 국민은행이 당초 약속한 5월을 넘기자 일각에선 '혹시 국민은행의 스마트 브랜치 전략이 변화된 것 아니냐'는 시선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7일 "스마트 브랜치 오픈에 기술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며 "여의도 국제금융센터(IFC)의 공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아 오픈 일정에 영향을 받는 것일뿐 특별한 이유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실제로도 이 관계자의 말은 맞다고 봐야합니다. 기술적인 측면만 놓고 본다면, 국민은행의 KB스마트지점 전략이 불과 지난 2~3개월 사이에 '기술적인 돌발 변수'로 인해 완전히 수정됐을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앞서 국민은행은 올해초 스마트 브랜치를 구성하는 데 있어 셀프존, 웰컴존, 세일존, 웨이팅존 등으로 기능별로 세분하고 여기에 근거리통신(NFC) 기술을 적용해 고객정보를 자동으로 인식하도록하고, 스마트지점에 특화된 ATM(현금입출금기)를 설치하는 등의 전략을 여러 언론을 통해 매우 구체적으로 공개한 바 있습니다.


국내 은행권에서 스마트 브랜치는 채널 전략의 혁신성때문에 주목되는 것이지 IT를 비롯한 기술적인 측면에서의 난이도는 높지 않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다만 은행권의 '스마트 브랜치'전략에 대해서는 완전히 다른 측면에서 한번쯤 생각하고 넘어갈 문제입니다. 잠시 IT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보겠습니다.

 

◆스마트 브랜치, 내부 저항은 없을까? = 첫번째 생각해 볼 점은, 국민은행의 '스마트 브랜치'전략이 아무런 내부 저항을 받지않고 기존의 오프라인 지점 역할을 대체해 나갈 수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올해 초 국민은행측은 'KB스마트 지점'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스마트지점이 도입될 경우 기존 기점의 창구 직원을 70%이상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 업무생산성 측면에서 약 60%~80%의 인력 절감 효과는 국내 금융권에서 제시되고 있는 '스마트 브랜치'전략의 핵심 구현 사안입니다.


그러나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스마트 브랜치가 확산될수록 은행의 기존 창구 직원들의 고용불안도 동시에 높아지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는 분명히 스마트 브랜치의 혁신적인 효과에 가려져 있는 부분입니다.


다만 기업은행이나 SC은행, 씨티은행처럼 원래부터 오프라인 지점수가 많지 않았던 은행들이라면 스마트 브랜치의 확산은 당분간 직원들의 고용불안과 별개의 문제입니다.  

 

물론 '스마트 브랜치'는 어디까지나 기존 오프라인 지점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입니다. 따라서 '창구 인력'의 역할을 'IT'로 완전히 대체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지나친 설정입니다.

그러나 스마트 브랜치의 확산이 어느 정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그때부터는 금융회사 노조의 반발도 함께 안고가야하는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는 은행들마다 서울 시내 몇군데에만 시범적으로 스마트 브랜치를 선보인 수준이기 때문에 아직 이 문제가 표면화되지는 않은듯 보입니다.

 

◆대형 은행들은 스마트 브랜치가 달갑지 않다? = 두번째 주목할 점은, 대형 은행들이 과연 '스마트 브랜치' 경쟁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까하는 것입니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등 소위 은행권 빅4는 '스마트 브랜치'경쟁에 아직 적극적으로 나서는 않고 있습니다. 이들 대형 은행들은 공통적으로 기존 오프라인 지점망이 풍부합니다.
비용측면에서는  스마트 브랜치가 기존 오프라인 지점에 비해 분명 비교우위를 보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기존 점포를 대체할 이유로는 여전히 부족합니다.

 

오프라인 지점을 풍부하게 가지고 있다는 것 자체를 여전히 은행권에서는 '큰 강점'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 브랜치는 아직 구색 맞추기 수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 브랜치가 비용측면에서는 오프라인 지점을 단순히 앞설 수는 있어도 실제 아웃바운드 영업과 고객과의 스킨십이 점점 더 중시되는 최근의 공격적인 금융 영업 트랜드를 고려했을때 오프라인 지점의 가치와 영향력은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IT적인 시각으로는 쉽게 이해될 수 없는 부분입니다만 한편으론 공감이 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스마트 브랜치'가 기존 오프라인 점포를 대신할 것인지도 아직 검증이 되지 않은 것은 엄연한 사실이기 때입니다. 최첨단 ICT인프라가 설치된 점포가 곧 수익성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유사한 비교가 될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스마트 브랜치보다는 훨씬 더 기능이 제한적인 'ATM창구, 무인점포'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금융자동화기기 도입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지난 1990년대 초, 일부 시중은행들은 신도시를 중심으로 ATM만 설치해놓으면 오프라인 지점을 굳이 운영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무인점포'효과는 생산성, 수익성 등 여러면에서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습니다.


금융회사의 IT부서에서는 '스마트 브랜치'가 혁신이지만 비 IT부서에서는 점포 전략에 있어 IT의 역할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현재 금융권에서는 '스마트 브랜치'가 걷잡을 수 있는 대세로 보이긴하지만 그 속도와 내부의 인식, 비즈니스 효과의 검증은 의외로 더딜수도 있어 보입니다.


분명한 것은, 현재 금융권에서는 '스마트 브랜치'에 대한 지나친 기대도 있고, 그와 반대로 지나친 저평가도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박기록 기자의 블로그= IT와 人間]

 

박기록 기자
rock@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