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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통신업계 ②] 무료문자에 무료통화…대규모 네트워크 투자는 누가? 속터지는 이통사

채수웅 기자
“이러면 더 이상 사업 못하는 거 아닙니까?”

이동통신사들이 모바일인스턴트메신저(MIM)와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 때문에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인터넷 업계의 이동통신 핵심비즈니스 진출로 사업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 발(發) 무료 문자 서비스에 이어 최근에는 m-VoIP가 이동통신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스마트폰 요금 정액제에 문자요금이 포함돼 있기는 하지만 이미 스마트폰 시대 접어들면서 문자메시지 시장은 인터넷업계에 잠식당했다. 예전처럼 문자 1000건, 2000건 제공이 의미가 없어진 시대다.

카카오톡은 전초전에 불과했다. 문자보다 파급력이 훨씬 더 큰 음성 시장에 ‘보이스톡’ 쓰나미가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카카오가 m-VoIP 서비스인 ‘보이스톡’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동통신 시장은 ‘시계제로’인 상태다. 현재 SKT와 KT는 m-VoIP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인터넷 업계와 소비자들은 편익확대 측면에서 전면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동통신 업계는 전체 매출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음성시장을 내주는 꼴이어서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m-VoIP의 효과에 대해서는 분석과 전망이 제각각 이지만 m-VoIP 품질이 향상될수록 결국 음성시장도 카카오톡에 점령당한 문자시장처럼 될 가능성이 높다.

대규모 투자를 수반하는 이동통신서비스 산업의 경우 수익과 투자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초기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고 이후 요금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고 다시 투자하는 과정을 거쳐왔다. 하지만 투자수익률(ROI) 실현이 불가능해지면 더 이상 대규모 투자는 불가능해진다. IT강국의 견인차 역할을 해왔던 네트워크 경쟁과 투자가 정체될 수 있다는 얘기다.

m-VoIP, MIM을 바라보는 통신사 반응은 비슷비슷하다. 소비자들은 열광하지만 통신사 직원들은 미래부터 걱정한다. 농담반 진담반 이제 통신업은 더 이상 가능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많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옷가게 앞에 가두점포를 내줬습니다. 액세서리나 구두, 가방 등을 팔면 옷가게와 서로 시너지가 있을 텐데 굳이 초저가 옷을 팔면 옷가게는 어떻게 합니까"라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했다.

최근 m-VoIP 논쟁에 정치권까지 개입하면서 통신사들 입장은 더욱 곤혹스러워졌다. 더군다나 올해에는 대선이 있기 때문에 m-VoIP은 물론, 통신요금 인하 이슈도 피해갈 수 없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 확대와 산업의 전체 성장 측면에서 m-VoIP의 전면 허용이 무조건 정의가 될 수는 없다"며 "정부차원에서 이러한 논란들이 잘 교통정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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