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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0 vs 49…삼성, 왜 애플 특허전 배심원에게 700개 질문 던졌을까?

윤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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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700 vs 49. 오는 30일(현지시각) 미국서 시작하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소송 본 대결을 두고 삼성전자와 애플이 만든 예비 배심원용 질문이 화제가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700개를, 애플은 49개를 제시했다. 질문 숫자의 현격한 차이는 왜 일까. 양사 질문 수 차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쟁을 아우르는 철학적 배경 탓이다.

13일 특허 전문 블로그 포스페이턴트(www.fosspatents.com)를 운영하는 플로리안 뮬러는 삼성전자와 애플이 미국에서 오는 30일부터 시작하는 특허침해 본안소송 배심원 선정을 둘러싼 양쪽의 대응을 정리한 글에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의 근본적 주제는 ‘혁신성’과 ‘경쟁을 위한 자유’를 어디부터 보호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쪽은 다양한 특허를 두고 여러 전장에서 서로 다른 논리로 싸우고 있다. 애플이 건 소송도, 삼성전자가 건 소송도 있다. 소송의 큰 틀은 애플의 공격과 삼성전자의 방어다. 애플의 주장은 ‘삼성전자가 복제자’라는 것이고 삼성전자는 ‘애플이 사용자 선택권을 제약한다’라는 내용으로 맞선다. 미국에서는 애플이 유럽에서는 삼성전자가 유리한 판결을 얻었다.

애플의 주장이 관철될 경우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의 경쟁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애플이 취하는 태도는 그동안의 특허소송과는 다르다. 기술 사용료를 받는 것이 아니라 제품 판매 자체를 막는다. 삼성전자의 주장이 관철될 경우 혁신적 제품이 갖는 가치는 떨어진다. 상대방이 따라해도 제재할 수단이 없다면 혁신을 추구할 동력은 떨어진다.

결국 이번 소송은 혁신과 경쟁, 보호무역과 자유무역이라는 시장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가치의 대결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양자의 주장에 대한 판결이 엇갈린 것은 양 대륙의 무역정책에 대한 기조도 연관이 있다. 미국은 보호주의적, 유럽은 자유주의적 전통과 학파가 강하다. 세계 경제위기가 심화되며 선진국 전체에 보호주의 성향은 짙어지는 추세다. 애플은 미국 기업이다. 국가라는 실행 단위를 기업으로 바꾼 것 말고는 차이가 없다.

삼성전자가 700개의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소송 외적인 인자를 최대한 골라내기 위해서다. ▲미국기업과 아시아기업에 대한 인식 차이 ▲보호주의 무역에 대한 관점 등을 말이다. 실제 질문 조항에도 ▲한국기업이나 사람에게 부정적 인식이 있는가 ▲아시아기업이 복제자라고 생각하는가 ▲최근 경기침체로 영향을 받았는가 등 애플과 소송에 연관이 없는 듯한 내용이 많다. 애플은 반대 이유로 질문을 줄일 수 있었다. 물론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양측에 질문 내용과 숫자를 더 줄여올 것을 요구했다.

사실 예비배심원에 대한 질문 숫자를 줄이라는 명령부터 이 재판의 끝이 어떻게 날지 그려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화와 가치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자신이 살아온 삶을 배경으로 삼고 법과 증거를 검토하는 것이 미국의 배심원 제도다. 삼성전자는 ‘복제자’인가 ‘경쟁자’인가. 애플의 ‘혁신성’은 어디까지 보호를 받아야하는 것인가. 경쟁을 위한 자유’는 어디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일까.

[윤상호기자 블로그=Digital Cultu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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