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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없는 빅게임’…하나-외환은행 ATM 1500대 수주전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하나금융그룹 소속의 두 은행,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ATM(현금자동입출금기) 수주전 결과에 대해 관련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만 놓고 보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ATM 도입은 은행권에서 매년 연례 행사처럼 되풀이되는 것이기때문에 큰 의미를 갖지는 않는다.

 

물론 ATM 도입규모가 하나은행 950대, 외환은행 600대 규모로 총 1500에 달하기때문에 물량은 적지않다.


하지만 올해는 몇가지 측면에서 의미를 담을만한 이슈가 숨어있다. ATM업계의 미묘한 구도변화와 함께 ATM시장에서는 좀처럼 보기힘들었던 '입찰 보이콧'이 나왔기 때문이다.

 

◆노틸러스효성의 약진 = 올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ATM 도입에서 주목할만한 변화가 있었다. 외형상 노틸러스효성의 약진이다. 노틸러스효성은 하나은행이 발주한 물량중약 80%의 공급권을 확보, 메인 공급사로서의 위치에 올라선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20%는 LG엔시스가 공급한다. 기존 하나은행은 50대50의 구도로 노틸러스효성과 청호컴넷이 팽팽하게 양분하고 있었다.

 

그러나 더 극적인 변화는 외환은행이다. 외환은행은 기존 FKM (현 청호컴넷)이 주요 공급사이다. 하지만 올해에는 이 자리를 노틸러스효성이 차지했다. ATM 공급업체의 구도가 쉽게 바뀌지 않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이는 큰 변화이다. 

 

국내 ATM업체중 노틸러스효성, LG엔시스, 청호컴넷 3사는 각 은행별로 메인 파트너를 가지고 있다. 결과적으로 하나은행, 외환은행 ATM 수주전을 통해 노틸러스효성은 은행권 시장 점유율을 더 확장했다.

 

그러나 노틸러스효성의 표정이 그리 밝지는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국내 은행권 ATM 공급가가 1300만원대 중반(VAT포함)으로 알려져 여전히 '역마진'에 대한 아쉬움이 남아있고, 무상AS조건 등 여러가지 상황에서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불황의 벽을 실감했다는 후문이다.   


◆"팔면 팔수록 적자"...청호컴넷의 보이콧 = 지난해 3사 구도로 재편된 ATM시장에서 청호컴넷의 행보는 여전히 외형적으로(?) 우려스러워 보인다. 특히 청호컴넷의 영향력(점유율)이 기존 50% 정도 존재했던 하나은행 ATM 수주전은 그렇다치더라도, 외환은행에서 강력했었던 구 'FKM'의 영향력이 어찌됐건 사라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놓고 청호컴넷(구 FKM)의 추락으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인다. 청호컴넷는 이번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ATM 수주전에서 경쟁사들에게 밀린것이 아니라 '올해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아예 입찰 보이콧을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청호컴넷은 ATM의 원가가 정상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찰 참가, 물량 수주는 의미가 없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는 원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잠시 발을 뺐다. 업계의 정서를 고려하면 이같은 보이콧은 이례적이다.  

 

청호컴넷은 기존 구 청호컴넷, 구 FKM을 합쳐 금융권에 깔려있는 자사 금융자동화기기(CD/ATM)의 유지보수 수입만으로도 회사를 꾸려가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국내 시장의 상황에 대해 제휴사인 일본 후지쯔프론테크(구 FKM의 대주주)와의 파트너십이 견고한 것도 이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로 보인다. 현재 청호컴넷의 금융자동화기기 사업부문은 FKM 대표를 지난 심재수 사장이 이끌고 있다. 청호컴넷으로의 합작 자회사 편입이후 인력 구조조정도 끝냈기 때문에 조직 운영의 부담이 적다는 평이다. 

 

<박기록 기자>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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