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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금융IT 투자 풍향계는?… 금융권, 가을만큼 깊어진 고민

박기록 기자

 

[디지털데일리 박기록기자] 내년 IT투자 계획을 짜내기 위한 금융권의 고민이 점차 깊어지고 있다.


은행을 비롯한 국내 주요 금융회사들의 IT조직들은 대개 11월 초부터 분주해진다. IT부서는 자체 워크샵이나 팀 미팅을 통해 내년 추진될 IT사업을 구상하기 위한 활동에 들어간다. 그 과정을 통해 이런 저런 투자의 청사진이 마련된다.


물론 이렇게 도출된 IT계획들중 거의 30% 정도는 연말 예산 확정단계에서 가위질을 당하기 마련이다. 벌이고 싶은 사업은 많지만 IT사업 계획은 요즘처럼 금융회사들의 비상경영 선언이 쏟아질때는 더욱 쉽게 흔들리기 십상이다. 


실제로  최근 1~2년간 금융권의 IT투자 금액이 동결 내지는 축소되는 경향이 많았다. 올해 은행권의 경우, 포스트 차세대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IBK기업은행이 올해 IT예산을 2600억원으로 책정해  전년 2500억원에 비해 100억원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또  신용-경제 사업 분리로 IT투자 요인이 많이 발생한 농협의 4800억원을 책정함으로써 전년대비 300억원 늘었다.


하지만 이는 예외적인 경우이고  대부분의 은행들은 IT예산을 동결시켰다.  국민은행의 올해 총 IT예산은 2800억원 수준이지만 실제 가용금액은 2500억원 수준으로 분석된다.  우리은행도 2600억원 수준으로 당초 올해 자본예산 규모를 책정했지만 올해 주요 사업으로 잡혔었던 메인프레임 다운사이징이 사실상 보류되면서 실제 집행액은 편성액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의 IT예산과 관련, 금융권에서는 “12월에 가봐야 하겠지만 현재로선 내년에도 올해와 비교해 크게 IT사업비를 높게 편성할 요인은 없어 보인다”는 견해가 비교적 많이 나오고 있다.


◆금융IT업계 “올해 큰 사업은 없었지만 금융IT시장 비교적 괜찮은 수준” = 물론  IT예산이 축소됐다고 해서 금융권의  IT사업 자체가 크게 줄어들거나 아예 백지화된 사례가 속출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모바일, 보안, e뱅킹 고도화 등 여러 가지 사업이 발주되기는 했으나 차세대시스템 프로젝트 처럼  뭉칫돈을 쏟아부을만한 대형 IT사업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발주되는 금융 IT 사업의 성격이 중대형에서 중소형으로 바뀐셈이다.


금융 IT업계의 전문가들도 “기존 차세대시스템 시장이 활황일때와 비교해 사업 규모는 줄어들었지만 나름대로 금융 IT시장에서 올해 선전한 업체들이 많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큰 사업은 없었지만 금융권 전반에 걸쳐 계정계및 정보계, 채널시스템 등 이런 저런 IT고도화 사업으로 인해 나름 괜찮은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 


금융 IT업계는 스마트 브랜치(Smart  Brranch) 등 오히려 채널 부문에서는 금융권의 의미있는 레퍼런스가 많이 나타나 내년을 기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내년에도 대규모 신규 사업은 뚜렷하게 잡히지 않지만 올해와 같은 IT고도화 사업은 꾸준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금융권, 내년 IT핫 이슈는? “아직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   올해 금융권의 IT기획 담당자들의 고민의 강도는 예전과 비교해 더해 보인다.


더구나 경기침체에 따른 보수적인 경영방침외에 내년초 새정부 출범 등 금융산업의 정책적 불확실성이 많다는 것도 조금은 고려해야 할 변수다. 지난해 농협 전산마비 사태 이후 ‘금융 IT인프라의 안전성’을 중시하는 금융 당국의 감독정책(전자금융감독규정) 기조가 크게 전화될 가능성도 적어 보인다.   


물론 금융권에서도 스마트금융, 빅데이터(Big Data), 클라우드컴퓨팅, 모바일, 소셜 비즈니스, 전자문서(페이퍼리스), 보안 등 핵심적인 IT 키워드가 존재하긴 하지만 IT기획 담당자들은 아직까지는  강력하게  IT투자를 견인할 만한 요인을 꼽는데 주저하고 있다. 


관심을 모으고 있는 바젤III의 경우도 아직은 과거 바젤II 특수와 비교할만한 수준이 아니라는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가장 중요한 과제인 빅데이터 이슈의 경우, 빅데이터 분석 등이 내년 국내 금융권에서도 본격적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와관련해 아직은 세부적인 수준의 IT투자 사업을 확정하는 데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아직 기술적으로 충분히 검증되거나 IT투자의 ROI를 담보할만한 레퍼런스가 상대적으로 부족한데서 오는 금융 IT담당자들의 자신감의 결여도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박기록 기자>rock@dd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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