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상호 칼럼

[취재수첩] 보호무역

윤상호 기자

- 삼성전자-애플 특허소송, 미국 정부 개입 우려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하나의 유령이 미국을 배회하고 있다. 보호무역이라는 유령이다.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는 급기야 글로벌 자본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보호무역이라는 유령을 깨웠다. 보호무역은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가 관여하는 정책을 일컫는다. 지난 수십년간 세계 무역질서의 기조였던 자유무역과는 대치되는 개념이다.

다만 관세를 무기 삼았던 지난 세기와 달리 21세기 보호무역은 특허라는 탈을 쓰고 등장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벌이고 있는 특허전쟁이 대표적 사례다. 작년 4월 발발했다.

애플이 먼저 특허침해로 삼성전자를 미국에 제소했고 삼성전자도 같은 이유로 한국 일본 독일에 제소했다. 이후 양자 대결은 전 세계로 확대됐다.

소송은 미국을 제외하고는 소모전이다. 양쪽 모두 타격을 입거나 아무런 피해를 주지 못했다. 반면 미국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1심 배심원 평결과 국제무역위원회(ITC) 예비 판결이 나온 상태다. 각각 오는 12월과 내년 2월 최종 결론을 앞두고 있다.

한국은 차지하고서도 유럽 일본 호주 등 1심 판결이 마무리 된 대부분의 국가는 삼성전자와 애플의 소송전에 대한 협상을 종용하거나(쌍방 특허 일부 인정) 무의미하다는(쌍방 기각) 판결을 내놓았다. 특히 애플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른 디자인 특허의 경우 미국을 제외한 어느 곳에서도 특허로서 독점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보호무역을 배제하고는 유독 미국에서만 애플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판결이 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할 길이 없다.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의 심리 과정은 짜 맞춘 결론을 위해 달려갔다는 의혹까지 살 정도다. 애플에게 유리한 증거는 받아들여졌고 삼성전자에게 유리한 증거는 배제됐다. 배심원 선정부터 재판 일정까지 애플 의견이 삼성전자 의견보다 우세하게 작용했다.

미국의 보호무역 추세가 우려스러운 것은 타깃이 삼성전자 이외 업체도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터치스크린 스마트폰과 태블릿 제조사는 피해갈 길이 없다. 일반적인 것을 일반적이지 않다하는데 무슨 수로 빠져나가겠는가.

선진시장 중 제일 큰 단일국가 시장을 그대로 잃을 수밖에 없다. 우리 같은 수출 위주 국가는 경제 토대가 흔들리는 재앙이다. 전 세계적 경제 위기를 더 심화시킬 수 있는 뇌관이다. 안 그래도 흔들리는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위험하다.

애들 싸움은 우리 애가 더 맞더라도 애들끼리 마무리 짓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 부모까지 나서면 화해하고 끝날 일도 끝까지 간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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