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점화 된 통신사 보조금 경쟁, 누가 먼저 방아쇠를 당겼나?
- LGU+·LG전자·팬택 유력…혼탁 주도 사업자, 가중 처벌 필요성 제기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막아뒀던 둑이 다시 터졌다. 통신 3사와 제조사가 다시 보조금 전쟁을 시작했다. 업계는 서로를 비난하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항변했다. 그도 그럴 것이 통신시장은 나만 움직이지 않으면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시장을 뺏길 수밖에 없는 구조다. 통신시장 가격 급등락은 소비자도 업계도 손해다. 결국 방아쇠를 누가 먼저 당겼는지를 파악해 정부가 해당 업체를 가중 처벌하는 방법이 이를 막는 최선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이동통신 번호이동 수가 급증했다. 지난 1일 하루 1만6642건이었던 번호이동은 ▲2일 2만4706명 ▲5일 5만6600명 ▲6일 2만5883명으로 늘어났다. 방송통신위원회 시장 과열 기준인 2만2000명을 넘었다.
이 기간 이득을 본 통신사는 LG유플러스다.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에서 7936명 KT에서 3688명을 빼앗았다. 총 1만1624명이 증가했다. KT는 SK텔레콤에서 2302명을 유치했지만 LG유플러스로 나간 인원이 커 총 1386명을 잃었다. SK텔레콤은 KT와 LG유플러스에 가입자를 내주며 총 1만238명이 감소했다.
통신 3사는 번호이동 과열 원인 제공 업체를 경쟁사로 찍었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를,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을 지목했다. 번호이동은 물고 물리는 관계다. 서로 경쟁적으로 보조금을 늘리는 탓에 앞서 돈을 푼 곳보다 대응 차원에서 돈을 쓴 곳이 시장 혼탁 주도 사업자로 보이기도 한다. 통신 3사 보조금 전쟁은 방송통신위원회의 눈을 피한 지역별 시간대별 게릴라전에서 전면전으로 번질 조짐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롱텀에볼루션(LTE) 가입자 차이가 KT와 좁혀지자 이를 벌리기 위해 LG유플러스가 지난 2일부터 마케팅비를 지르기 시작했다”라며 “이런 상황을 두고 보면 안 된다”라고 비판했다.
KT 관계자는 “‘아이폰5’가 나오기 전 LTE 가입자를 늘리기 위한 선제 대응이 아니겠는가”라며 “LG유플러스가 먼저 돈을 썼다”고 동의했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터무니없는 소리다”라며 “월요일(5일) SK텔레콤 화요일(6일) KT가 나섰다”라고 부인했다.
번호이동 수 수치상 드러난 상황만 놓고 보면 LG유플러스가 먼저 마케팅비를 집행한 것으로 분석된다. KT가 먼저 만회를 한 것으로 보아 SK텔레콤보다는 KT가 먼저 대응을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통신 3사는 이 기간 최대 100만원까지 보조금을 뿌렸다. 보조금은 제조사 장려금과 함께 마련된다. 통신 3사의 정책표 분석 결과 LG전자 ‘옵티머스LTE2’ ‘옵티머스뷰’와 ‘옵티머스G’ ‘옵티머스뷰2’ 팬택 ‘베가레이서2’와 ‘베가R3’ 등이 다른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LG전자와 팬택이 재고 처리 및 신제품 판매 증진을 위해 자원을 할애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LG유플러스에서 판매하는 LG전자 스마트폰 보조금이 상대적으로 높다. 일부 온라인에서는 LG유플러스용 옵티머스LTE2와 옵티머스G에 대해 현금 환급을 약속하는 조건도 내걸었다.
지난 3분기 LTE 경쟁 격화로 통신 3사는 유래 없는 마케팅비를 사용했다. 3분기 3사 마케팅비 합산액은 2조3287억원이다. 전기대비 SK텔레콤과 KT는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LG유플러스는 적자전환했다. 지난 9월 하순부터 방통위 현장조사가 이뤄지며 10월까지 통상 수준 이하 마케팅비가 하락했다. 고객 불만은 늘었다. 급등락 하는 시장에서 제 값주고 산 소비자만 바보가 됐다. 통신 3사가 마케팅비에 돈을 쓸 수록 기존 가입자에게 돌아갈 혜택은 줄어든다.
LTE가 문제다. 3분기 말 기준 통신 3사 LTE 가입자는 ▲SK텔레콤 567만명 ▲LG유플러스 356만명 ▲KT 249만명 순이다. 그러나 3분기 순증 규모로만 보면 ▲SK텔레콤 233만명 ▲KT 132만명 ▲LG유플러스 98만명 순이다. 이같은 추세라면 내년 1분기에는 KT가 LG유플러스를 역전하거나 비슷해진다.
한편 방통위는 이달 중 현장조사를 마치고 12월 보조금 경쟁 관련 심결을 내릴 예정이다. 통신 3사 순차 영업정지가 유력하다. 업계에서는 재발 방지를 위해 주도 사업자 가중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먼저 돈을 쓰기 시작한 곳이 확실한 처벌을 받아야 마케팅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논리다. 현행 처벌 규정은 매출액 대비 과징금을 매기는 방식이어서 3사가 같이 처벌을 받더라도 무선은 SK텔레콤이, 유선은 KT가 과징금이 많다.
통신사 관계자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보조금 규제 법안을 만들더라도 가중 처벌 조항이 없으면 헛 일”이라며 “위반을 먼저 하나 나중에 하나 처벌 수위가 같은데 누가 두려워 하겠는가”라고 입을 모았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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