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 1인 개발, 20년 경험담 들어보니

이대호 기자
- [인터뷰] 김광삼 청강문화산업대학 게임전공 교수(별바람스튜디오 대표)
- 1인 제작한 ‘혈십자’ 지난달 출시…개발 끈 놓지 않고 후학 양성에 힘 쏟아


[디지털데일리 이대호기자] ‘별바람’이라는 예명으로 유명한 김광삼(41) 청강문화산업대학 게임전공 교수<사진>를 서초동 게임빌 사옥에서 만났다. 그는 예명을 본뜬 별바람스튜디오의 대표이기도 하다.

김 교수는 1인 게임 개발자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게임 그래픽과 프로그래밍, 배경음악까지 혼자 만든다. 그는 1991년 격투 게임 ‘호랑이의 분노’로 이름을 알린 후 2000년 역할수행게임(RPG) ‘그녀의 기사단’을 출시하면서 크게 유명해졌다. ‘그녀의 기사단’은 당시 1인 개발자의 작품으로 보기 힘들만큼 콘텐츠가 방대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김 교수는 1인 개발에 애착을 가지는 이유에 대해 “나만의 느낌이 가득 찬 게임이 좋고 작가로서 뭘 만들겠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어 1인 개발 예찬론을 늘어놓을 것 같던 그는 의외로 “1인 개발을 고집하지는 않는다. 한계가 있다”고 분명히 짚었다. 1인 개발은 자신이 좋아서 하는 것이지 주변에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의사소통이 원활한 3~4인 소수정예 팀을 추천했다. 그도 팀 프로젝트와 개인 프로젝트를 번갈아가며 진행한다. 팀 프로젝트를 맡을 때는 감독자의 역할을 한다.

지난달 23일 그가 혼자 개발한 격투 게임 ‘혈십자’가 애플 앱스토어에 출시됐다. 게임빌이 서비스하는 이 게임은 30만 다운로드를 돌파해 준수한 시장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연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버전의 혈십자 출시가 예정돼 있다.

이 게임은 8종 캐릭터가 선보이는 격투 기술만 해도 총 1200여개에 이른다. 게임의 시나리오도 방대해 끝을 보기까지 50시간에서 길게는 100시간이 걸린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김 교수가 혈십자의 개발을 시작한 때는 2002년이다. 앞서 휴대용 콘솔 GP32의 게임으로도 출시를 예정했으나 게임기 자체가 사라지는 비운을 겪었다. 틈틈이 다른 게임을 출시하고 이번에 스마트폰게임 혈십자를 출시하기까지 그의 개발 인생은 전환점을 맞게 된다. 새로운 직함이 여럿 생겼기 때문이다.

그는 2004년 지금까지 몸담고 있는 청강문화산업대학의 교수로 임용된데 이어 2006년부터 4년간은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협회장을 맡았다. 개발의 끈을 놓지 않은 그는 2009년 1인 기업인 별바람스튜디오를 설립하게 된다.

지금은 후학 양성에 힘을 쏟는 중이다. 최근에 혈십자 개발에 매진하느라 학기 수업을 줄였다는 김 교수는 “게임 기획을 가르치는데 주로 학생들이 게임을 만들 때 프로듀싱을 해준다”면서 “개발의 감이 무뎌지지 않게 직접 개발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별바람스튜디오는 1인 기업이지만 게임 개발에 뜻이 있는 학생들을 데리고 프로젝트 팀을 운영하고 있다. 지금은 3기 학생들이 들어와 게임을 개발 중이다. 2기 학생 팀은 창업에 성공해 모바일게임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다.

김 교수는 이날 셧다운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피력했다. 주객이 전도된, 앞뒤가 맞지 않는 제도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공부를 하지 않는 이유로 게임을 들고 기성세대가 게임을 적대시한 결과 나온 제도라는 것에 힘을 실었다.

그는 “게임은 생활에 대한 스트레스에서 탈출하고자 나오는 하나의 증상이라고 보면 된다”며 “할 게 게임밖에 없어서 그런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정부 규제와 관련해 “개발자들이 모여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개발자들의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김 교수에게 최근 스타트업 창업과 관련해 조언을 부탁하자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아는 게 중요하다”면서 “1인 개발을 하더라도 자기 시간을 투자하는 기회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성공시키려면 여러 게임을 빨리빨리 자주 내야한다”고 답했다.

<이대호 기자>ldhdd@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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