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수웅 칼럼

[취재수첩] 보조금 논란 해결책 없나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차별적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한 이동통신 3사에 총 영업정지 66일, 과징금 118억9000만원을 부과했다.

이동통신사들은 물론, 휴대폰 제조사들도 새해부터 영업 및 마케팅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게 됐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속이 쓰리겠지만 자업자득이다. 경쟁사 탓 하기에도 애매하다.

이통사들의 휴대폰 보조금 지급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정 이통사에서 넘어오는 가입자나 번호이동 가입자, 특정 연령대, 특정 기간에 보조금을 더 지급하는 방식으로 이용자들을 차별하는 보조금 지급 행태는 2G 때부터 존재해왔다.

때문에 정부는 2000년 6월부터 단말기 보조금 규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민간 사업자의 영업행위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이유로 2008년 보조금 규제를 폐지하고 이용자 차별이 발생할 경우에만 규제를 하고 있다.

최근 보조금 논란이 과거보다 커진 것은 고가 스마트폰 보급이 늘어나면서 보조금 액수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이용자가 느끼는 박탈감도 과거에 비해 훨씬 커졌다. 수시로 이통사를 옮겨가거나 젊은층에서는 보조금을 많이 지급하는 판매점을 이용하지만 상대적으로 정보가 부족한 장년층을 비롯해 이런저런 이유로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국민이 많아졌다. 방통위 지적처럼 차별적 행위는 점점 심해지고 있다.

보조금을 과다하게 지급하는 것이 결국은 소비자에게 이득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 가장 큰 이유는 차별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통사 스스로 만든 굴레에서 계속 쳇바퀴를 돌고 있는 형국이다. 번호이동 가입자에게만 혜택을 많이 주는 구조, 결국은 가입자를 스스로 쫓아내는 행위이다.

24일 징계가 결정되던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이동통신 3사 임원들은 일제히 선처를 호소하는 한편, 보조금 전쟁의 탓을 경쟁사로 돌렸다. 그리고 매년 반복되는 멘트, "앞으로는 시장 안정화 노력을 하고 서비스 품질 경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통사들이 이번에 영업정지와 과징금을 맞았다고 개과천선할 것이라고 믿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정보통신부 시절까지 갈 것도 없이 방송통신위원회가 출범한 이후 수차례 이통3사 CEO들이 방통위원장 앞에서 과열경쟁 자제를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 민간시장에서의 경쟁이지만 통신업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다. 정부가 사업자 팔목을 비틀어 요금을 내리라는 뜻이 아니라 요금이 제대로 산정됐는지, 덩치 큰 사업자의 불법행위는 없는지, 시장에서 차별은 없는지 등을 감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차례의 경고, 징계에도 불구 개선된 것이 없다는 것은 지금까지 정부의 경쟁정책, 규제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규제정책, 진흥정책의 프레임이 바뀌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동통신재판매(MVNO), 단말기 자급제 등을 시행했지만 현재의 시장구조에는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했다.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섣부른 평가는 곤란하다고 말하지만 시작단계부터 아무런 충격을 주지 못한 정책이 시간이 흘러간다고 효과가 커질리는 만무하다.

때문에 보다 적극적인 MVNO 활성화 정책을 비롯해 저렴하면서도 다양한 종류의 자급 단말기가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제4이통사 출범과 관련해서도 심도있는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가 흉내만 내는데 십수년간 단단하게 굳은 시장환경이 바뀔리 없다. 과열경쟁 → 정부조사 → 과징금 및 영업정지 부과로는 절대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 물론, 지금까지 행보를 볼 때 이통사들의 자정노력 약속도 믿기 어렵다.

통신업은 기본적으로 규제산업이다. 정부가 어떻게 개입하느냐에 따라 산업은 더 성장하고 국민들은 더 많은 편익을 누릴 수 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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