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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마케팅’ 강화하는 금융권… 올해는 ‘모바일 브랜치’ 뜰까

박기록 기자

 [IT전문 미디어블로그 = 딜라이트닷넷]

 

영화 쇼생크탈출(1995년 作)에서 전직 은행 간부였던 주인공 앤디는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습니다.  이 영화는 탈출 영화의 수작입니다. ‘탈출 성공 = 자유’의 공식은 여전하지만 다른 탈출 영화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매우 지적인 주인공 앤디 때문입니다.    


주인공은 수준높은 재무컨설팅을 통해 악독한 교도소장의 마음을 얻게되고, 끝내는 교도소장이 수십년간 축적한 검은 돈을 모두 빼앗아버리는 극적인 반전을 이뤄냅니다. 교도소장뿐만 아니라 교도관들에게도 앤디는 훌륭한 재무컨설턴트 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뛰어난 재무서비스는 은행을 포함한 금융회사의 중요한 역할입니다. 요즘은 재테크, 세무및 회계, 부동산, 건강, 여행 상담에 이르기 까지 그 범위가  훨씬 넓어졌습니다.

 

또 요즘처럼 자산의 변동성이 극심해서 자산을 마땅히 굴릴 데가 없거나 또는 노인층 등 금융 정보가 부족해 자산의 포트폴리오를 최적화시킬 수 없는 대다수의 고객들에게 재무컨설팅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 들어 금융시장 환경이 크게 어려워지면서 금융권의 ‘찾아가는 금융서비스’, 이른바 아웃도어 마케팅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마케팅이란 금융회사 직원들이 점포에서 고객을 기다리지 말고 밖에서 고객과의 현장 밀착 영업을 강화하라는 것입니다. 불황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습입니다.

 

마침 태블릿PC, 포터블 브랜치 등 최근 스마트기기의 고도화로 현장 중심의 금융서비스가 이전보다 수월해졌습니다.  특히 전자거래기본법 국회 통과 등 전자서명 관련법 개정 등으로 금융 아웃도어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IT측면에서의 기반 인프라는 이전과 비교해 많이 보강됐습니다.  


물론  개인정보보호의 문제, 경쟁 과열에 따른 금융상품 불완전판매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금융 당국은 전자적 거래에 의한 증권 계좌개설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IT에 기반한 완전한 의미의 아웃도어 마케팅을 실현하는데는 기술적인 어려움이 존재합니다.  


한편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금융업종별로 세분해서 보면 아웃도어 마케팅에 대한 지향점과 프로세스가 상이합니다.  오프라인 지점수가 적어 원래 아웃도어 비중이 높은 증권, 보험에선 모바일 브랜치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습니다.


그러나 은행권에선 다소 유보적인 입장입니다. 불황타개를 위해 아웃도어 마케팅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이 꼭 정답인가 하는 것은 은행권 내부적으로도 논란이 많습니다. 눈부실 정도로 발달한 모바일 브랜치 서비스 기술에만 기준을 놓고 비교했을때, 버스에 ATM을 싣고 해수욕장이나 스키장, 전시회장 등을 찾아다니는 이동점포의 한계에서 여전히 갇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은행, 모바일 브랜치 왜 소극적일까 = 은행권은 3~4년 전부터 IT기기에 기반한 아웃도어 마케팅 활성화를 위한 전략을 마련했으나 수익성 측면에서 큰 효과를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말하면 기존 수십년간 해왔던 팸플릿에 의한 방문 영업과 차별화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직원들에게 성능 좋은 태블릿PC만 보급해주면 모든 아웃도어 마케팅은 술술 풀릴 것 같지만 현실적으론 그렇지 않습니다.


일단 모바일 기기에 은행 고객의 정보를 함부로 담고 다닐 수 없는 문제, 즉 보안의 문제도 실제에선 민감하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2011년 현대캐피탈, 농협 전산마비사태 이후 금융 당국은 전자금융감독규정을 대폭 강화하는 등 금융보안에 대한 관리 요구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장들이 올해 공통적으로 신년사에서 비상경영 선언과 함께 현장 영업을 중시했지만 정작 아웃도어 마케팅을 위한  IT예산을 큰 폭으로 늘리거나 배정한 은행은 보이질 않습니다. 물론 태블릿PC 도입 예산을 올해 IT예산에 포함시킨 은행도 있지만 의미를 부여할만한 숫자는 아닙니다. 전행적인 차원이 모바일 브랜치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있는 있는 은행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 기술적으로 보면 태블릿PC에서 개인뱅킹은 물론 기업뱅킹까지 가능한 서비스는 이미 지난해까지 대부분의 은행들이 개발을 완료했기 때문에 아웃도어 마케팅에 태블릿PC를 활용한다고 해도 걸림돌이 될 것은 크게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IBK기업은행 등에서 일부 은행들이 후지쯔의  ‘포터블 브랜치(Portable)’ 시스템을 도입해 직접 점포에 오기 힘들거나 하는 고객군들을 대상으로 모바일 브랜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포터블 브랜치 시스템은 태블릿PC 기반의 모바일 브랜치 서비스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입니다. 예를들어 기존 은행 점포를 큼지막한 여행용 가방 크기로 콤팩트하게 압축시킨 개념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여기에는 카드 및 통장발급기까지 들어있습니다. 물론 기능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곤란하지만 비용측면에서 태블릿PC 기반의 현장지원 서비스 보다는  비쌉니다. 


다만 이 포터블 브랜치도 기능 측면에서는 오프라인 점포가 제공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요건을 다 갖췄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은행권의 입장에서 보면 계좌개설과 0원 통장 발급 등 제한된 역할에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


예를 들어 현장에서 고객에게 통장을 신규로 발급하고 입금 서비스까지 수행하게 될 경우, 은행 입장에서는 현금 수송에 따른 경비 문제까지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인 기능의 문제가 아니라 활용의 범위에 대한 문제입니다. 




결과적으로 은행권이 현재 제시할 수 있는 모바일 브랜치는 기존 이동점포가 여전히 가장 무난한 형태라는 얘기가 됩니다.  이동점포는 크기도 커지고 더 화려해졌습니다. 요즘에는 이동점포에 금융 상담 공간까지 따로 마련됐습니다.  그러나 ATM서비스 이외의 금융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수요가 크지 않다는 점에서 미래 지향적인 혁신성과는 거리가 있어보입니다.


◆모바일 브랜치 서비스에 강한 의욕, 증권과 보험 = 증권업계의 경우, 점포 구조조정 등  수익성 악화에 따른 위기극복 전략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관련 법 규정과 제도적인 미비점 때문에 본격적인 확산에는 제약이 존재하고 있으나  모바일 기반의 증권계좌 개설 등 혁신적인 서비스를 위한 기술적인 시도는 더욱 강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신한금융, 우리투자, KB투자, 한국투자증권 등 16개 증권사가 공동 참여해 전자서명제도 도입에 따른 시스템 개발 컨소시엄을 구성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금융 당국이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는 불완전 판매의 우려를 시스템적으로 불식시키겠다는 의도입니다.


그리고 이미 NH농협증권 등은 비교적 선도적으로 태블릿PC에 기반한 모바일 증권계좌 개설 서비스(전자서명시스템)를 이미 지난해 선보인 바 있습니다. 또한 증권가의 모바일 브랜치 서비스가 자리를 잡게되면 자산운용사 등이 고액 자산관리서비스가 가능한 타깃을 중심으로 이를 크게 확산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한화투자증권은 고객이 지점이 방문하지 않아도 자산 관리사(PB)들이 투자설계부터 계좌개설까지 모든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전 영업점 PB 600여명에게 종합자산관리시스템 모바일 매직큐브(Mobile Magic Cube)가 탑재된 태블릿PC를 지급해 주목으 끌었습니다.  회사측은 이를 통해 재무설계, 자산 포트폴리오 분석 등 고품질의 자사관리서비스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보험업계의 경우,  증권업계보다는 한 발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모바일상에서 계약의 효력이 인정됨에 따라 이미 태블릿PC에 특화된 현장 영업 중심의 업무 프로세스가 상당히 진척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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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은 지난해 11월, 장기, 자동차 보험은 물론 가계성 일반보험(화재, 특종, 재물, 배상책임 등)까지 태블릿PC로 청약이 가능한 ‘모바일 전자청약시스템’을 선보였습니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상품설명서, 청약서 등 종이 서류 없이 태블릿PC(아이패드, 갤럭시탭, 갤럭시노트 등)에 전자서명을 하는 것만으로 계약 체결이 가능합니다.


가입설계, 전자서명, 개인신용정보 제공 동의, 보험료 수납까지 보험계약과 관련한 모든 업무를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합니다. 앞서  현대해상은 지난 2011년에는 보상직원들이 스마트폰으로 보상업무처리, 보험금 지급이 가능한 ‘하이유피 시스템’을 오픈했으며 지난해 3월에는 설계사들이 태블릿PC로 상품설계, 업무처리가 가능한 ‘하이포털 가상 시스템’을 개발해 업무에 적용하고 있습니다.


[박기록 기자의 블로그= IT와 人間]


 

박기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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