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CES 화제작’ 커브드, 4K, 플렉시블 OLED… 상용화는 언제?

한주엽 기자
- [다시보는 2013 인터내셔널 CES, 혁신 제품과 기술 ①]

[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8일(현지시각)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전시회 ‘2013 인터내셔널 CES’에선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이 대거 공개돼 화제를 모았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화면이 오목하게 휘어진 55인치 커브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소니와 파나소닉은 56인치 4K(3840×2160) 해상도의 OLED TV를 선보였다. 소형쪽에선 유연하게 휘어지고 접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 시제품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소개했다.

이들 차세대 디스플레이는 대부분 출시 기약이 없는 시제품이지만 가까운 미래에는 상용화가 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예상하고 있다. 이번 CES에 공개된 디스플레이의 면면을 살펴보고 상용화 시점을 추정해본다.

◆삼성-LG 커브드 OLED TV=삼성전자와 LG전자가 동시 공개한 커브드 OLED TV는 화면이 오목하게 휘어진 모양새다. 시청자의 눈부터 화면 중심부와 양쪽 끝까지의 거리를 동일하게 맞춰 양쪽 끝 부분이 흐릿하게 보이는 ‘외곽부 인지도 감소 현상’을 최소화한다고 양사는 설명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커브드 OLED TV를 공개했을 때 전시를 참관한 디스플레이 전문가들 사이에선 패널에 쓰인 기판이 플라스틱이냐, 유리냐를 놓고 한창 갑론을박이 펼쳐졌었다.

유리보단 플라스틱이 좀 더 쉽게 휘어지는 특성이 있어 커브드에선 플라스틱이 쓰였을 것이라고 추정하는 이가 많았다. 그러나 양사 제품에 쓰인 기판 소재는 플라스틱이 아닌 7mm 내외의 얇은 유리인 것으로 밝혀졌다. 플라스틱 기판을 활용하면 현재보다 더 오목하게 휘어진 커브드 OLED TV를 만들 수 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설명하고 있다.

기판이 플라스틱이냐 아니냐가 중요했던 이유는, 플라스틱 기판의 채용 여부가 유연하게 휘어지는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상용화 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기 때문이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생산 공정 기술 수준이 어디까지 와 있는가를 엿볼 수 있는 사안이기도 했다.

유리를 활용한 커브드 OLED TV는 기존 평판 OLED TV와 비교해 출시 시간차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커브드 OLED TV를 기존 평판 OLED TV와 함께 올 상반기 시장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판 55인치 OLED TV를 이미 시장에 출시한 LG전자는 삼성전자보다 일찍 커브드 OLED TV를 출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소니-파나소닉 56인치 4K OLED TV=소니와 파나소닉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보인 55인치 풀HD OLED TV보다 크기를 1인치 키우고 해상도를 두 배로 높인 56인치 4K(3840×2160) OLED TV를 선보였다.


두 일본 업체가 선보인 OLED TV는 기본 사양은 같으나 기술 방식은 다르다. 소니는 대만 AUO와 공동으로 이 제품을 개발했다. 기본적으로는 LG디스플레이와 동일한 WRGB방식+옥사이드(산화물반도체) 기판 기술을 활용한다.

차이점이라면 OLED의 빛을 효율적으로 꺼낼 수 있는 독자적인 전면발광 (소니는 Super Top Emission이라 표현) 방식을 채택, 기존 유기 층에서 발광된 빛이 기판을 통과하는 삼성과 LG의 후면발광(Bottom Emission) 방식 OLED TV보다 밝은 화면을 구현한다는 점이다.

전면발광 기술은 유기층의 빛을 기판에 통과시키지 않고 옆으로 우회, 기판 위로 보내는 방식이다. 빛이 기판을 통과하지 않기 때문에 그 만큼 손실이 적다. 이 방식으로 패널을 만들려면 투명 음극, 반사형 양극 및 투명 봉지(밀봉) 등 고난도의 공정 기술이 필요하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모바일 OLED 패널에 이 같은 전면발광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파나소닉의 OLED TV는 레드(R)그린(G)블루(B) 각각의 OLED 재료를 ‘증착’하는 것이 아니라 ‘인쇄’하는 공정을 개발해 56인치 화면에 4K 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었다.


어려운 기술이지만 제조 공정이 단순하기 때문에 양산 라인에 적용되면 제품 생산 시간을 단축시키고 재료 사용량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등 경제성이 뛰어나다. 소니 제품과 마찬가지로 전면발광 기술을 적용한 것도 특징이다. 파나소닉 측은 소니가 제공한 기판 기술을 활용하는 등 공동 연구를 통해 이 패널을 개발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소니와 파나소닉이 이번 CES에서 공개한 56인치 4K OLED TV는 크기나 해상도, 제조 공정 등 모든 면에서 삼성과 LG 보다 앞선다는 것이 디스플레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다만 소니와 파나소닉 모두 구체적인 제품 출시 시점을 밝히지 않았다는 점에서 양산 경쟁력은 떨어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있다. 특히 그간의 적자로 시설투자가 어렵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대규모 양산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을 가진 일본 업체들이 한국을 넘어서기 중국이나 대만 업체들과 합작으로 OLED 패널을 양산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순 없다”며 “이미 소니의 경우 AUO와 공동 개발을 통해 해당 제품을 내놨는데, 일본과 중화권이 합친다면 삼성과 LG에 상당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렉시블, 폴더블 디스플레이 상용화는 먼 미래에=소형 부문에선 구부렸다 펼 수 있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접을 수 있는 LG디스플레이의 폴더블 디스플레이가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플렉시블, 혹은 폴더블 디스플레이는 빨라야 5년 이후에나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기판 소재를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을 써야 하는데, 이럴 경우 OLED 봉지(밀봉) 소재로 유리가 아닌 매우 얇은 필름을 사용해야 한다. 봉지 층 위에 올라오는 보호재도 유리가 아닌, 강도가 높으면서도 휘어질 수 있는 필름 타입의 소재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양산용으로 적합한 소재가 발명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양산 공정의 고난도, 소재 확보의 어려움 등으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가 상용화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폴더블 디스플레이 역시 접히는 부위의 내구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것이 상당히 어렵다.


업계에선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4단계로 진화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1 단계 유리가 아닌 플라스틱 기판을 활용해 무게를 줄이고 내구성이 높인 언브레이커블(Unbreakable), 2단계 깨지지 않으면서도 구부릴 수 있는 밴더블(Bendable), 3단계 둘둘 말 수 있는 롤러블(Rollable), 4단계 접을 수 있는 폴더블(Foldable) 순이다.

현 시점에서 거론되는 플렉시블 OLED 디스플레이는 제 1단계인 언브레이커블을 뜻한다.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올해 기판을 유리에서 플라스틱으로 바꾼 언브레이커블 디스플레이를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한주엽 기자>powerusr@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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