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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 방통위…떠나는 자 남는 자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태풍의 눈 처럼 고요하다. 하지만 이제 며칠 후면 태풍의 눈 밖으로 나가게 된다. 떠나는 자와 남는자 간 희비가 엇갈리게 된다. 5년 전 정보통신부 해체로 발생한 자리 문제는 5년이 지난 현재 다시 재연될 전망이다.  

ICT 관련 정부조직개편 후속조치가 발표된 가운데 방송통신위원회가 업무 분장에 한창이다. 인허가 등 방송 일부 업무만 방통위에 남고 대부분 진흥, 통신규제 기능이 미래창조과학부(이하 미래부)로 이관될 예정이다.

 

2월 8일까지 기구정원 조정 및 직제개정안 협의가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돼 다음달 초순경이면 방통위에 남는 인력, 미래부로 떠나는 인력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번 조직개편은 비록 ICT 전담부처 신설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상당부분 방통위가 원하는 대로 조직개편이 이뤄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하지만 구체적 업무분장을 앞두고 방통위 내부 분위기는 싱숭생숭하다. 고시, 비고시 출신과 정통부, 방송위 출신, 개인마다 생각이 제각각이다.

과장급 이상 정통부 출신들은 대부분 미래창조과학부 배치를 희망하고 있다. 위원회가 아닌 독임제 부처로 다시 회귀하는 만큼, 새로운 기회가 온 것으로 보고 있다. 과장급 이하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특히 고시 출신 공무원들은 위원회보다는 확실히 독임제 부처에 더 많은 관심을 표출하고 있다.

옛 방송위나 비고시 출신 등을 중심으로 현 위원회 조직을 선호하는 입장도 상당수 있었다. 하지만 1차 조직개편 발표 당시와는 달리 방통위 조직이 너무 축소됐다는 점이 문제다. 방송 인허가 업무 등 일부 업무만 남기 때문에 과거 방송위 위상에도 한참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우정사업본부가 미래부로 이관됐다는 점도 변수가 되고 있다. 우본은 고시, 비고시 출신 모두에게 승진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고시 출신들은 거의 대부분 미래부 소속이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비고시 출신들의 경우 방통위에 잔류하겠다는 인원이 적지 않았는데 우본이 미래부에 편입되면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하지만 남고 떠나는 것, 그러니까 업무 분장을 개인 희망에 따라 하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다. 과거 정통부가 방통위, 지경부, 문화부 등으로 해체될 당시 내부적으로 일부 직원의 경우 선호 업무에 따라 거취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개인의 희망을 반영하지 말고 업무 비율대로 분장하는 것이 원칙으로 정해졌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미래부의 세종시 이전 문제다. 당장 자리가 없기 때문에 과천청사로 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박근혜 정부 핵심 부처인 만큼, 결국은 세종시로 둥지를 옮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랜 기간 삶의 터전을 놔두고 세종시로 옮길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추가된 것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과거 정통부 해체 당시 자리 문제 때문에 맘 상한 사람들이 많았다. 이미 한 번 겪은 상처가 이번에 또 다시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5년마다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더 큰 문제는 5년 후에도 반복되는 것은 아닐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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