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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발 요금경쟁 ‘나비효과’…국내 제조사, 실적 악화 ‘노심초사’

윤상호 기자

- 통신사, 제조사에 출고가 인하 압박…제조사, 통신사 유통마진 줄여야

[디지털데일리 윤상호기자] SK텔레콤이 자사 가입자간 통화 무료와 자사 가입자는 물론 다른 통신사 가입자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 무료가 특징인 ‘T끼리 요금제’ 판매를 개시했다. 보조금보다 요금제로 가입자를 지키기 위한 승부수다. 보조금 관행이 고쳐질지 통신사는 물론 제조사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4일 제조사와 통신사 관계자들은 SK텔레콤이 지난 22일 출시한 T끼리 요금제의 영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KT와 LG유플러스는 T끼리 요금제와 유사한 요금제 출시뿐 아니라 다양한 방안을 두고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국내 이동통신 점유율 50%를 넘는 SK텔레콤 가입자가 무료 통화를 하게 될 길이 열림에 따라 비슷한 방법으로는 우위를 점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보조금 중심으로 맞서기는 정부 분위기와 여론의 눈총이 부담이다.

제조사도 비상이다. 보조금이 줄어들 경우 단말기 교체 수요가 줄어 국내 휴대폰 시장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서다. 국내 시장은 고가 단말기가 저가 단말기보다 판매비중이 높아 회사 전체 매출과 이익 양쪽 모두 기여가 크다.

국내 A 제조사 관계자는 “보조금이 줄면 아무래도 단말기 교체 수요도 줄게 된다”라며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제조사의 걱정은 보조금 경쟁 완화보다 이에 대한 여파로 출고가 인하 요구가 거세지지 않을까 하는데도 있다. 출고가는 제조사가 실제 통신사에 납품하는 가격이 아니라 통신사가 유통마진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이다. 출고가 인하가 통신사 유통마진 포기로 이뤄지면 모르겠지만 제조사 납품가 축소로 이어지면 제조사 매출이 준다. 이렇게 되면 시장 규모 축소와 대당 판매가 하락이라는 이중고를 겪게 된다.

국내 B 제조사 관계자는 “출고가는 통신사가 소비자에게 보여주는 단말기 가격”이라며 “통신사가 제조사의 1차 고객인 상황에서 납품가 인하를 요구할 경우 부담을 느끼지 않을 제조사는 없다”라고 전했다.

SK네트웍스 KT LG유플러스의 2012년 실적발표에 따르면 작년 3사의 단말기(상품) 매출액은 총 15조8066억원이다. 2011년 13조4592억원에 비해 17.4% 증가했다. SK네트웍스는 SK텔레콤의 단말기를 유통한다. SK네트웍스 단말기 관련 사업부 작년 영업이익은 1462억원이다. KT와 LG유플러스는 단말기 이익만 따로 공개치는 않는다. 손익계산서 등을 분석해 산출한 추정치는 KT 1120억원 LG유플러스 6576억원이다. 작년 한 해 LG전자의 휴대폰 매출액(9조9406억원)과 영업이익(507억원)보다 많다.

한편 국내 제조 3사는 올해 들어 프리미엄 제품 출고가를 낮추고 보급형 제품도 선보였다. 팬택은 국내 첫 고화질(풀HD, 1080*1920) 6인치급 스마트폰 ‘베가 넘버6 풀HD’를 출고가 80만원대에 내놨다. LG전자는 작년 출시한 ‘옵티머스G’보다 화면을 키우고 사양을 높인 ‘옵티머스G프로’를 옵티머스G 출고가 수준에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갤럭시그랜드’와 ‘갤럭시팝’ 등 보급형 스마트폰을 공급했다. 올해 전략 제품 ‘갤럭시S4’는 90만원대 출고가를 생각 중이다.

국내 C 제조사 관계자는 “통신사가 출고가 인하 영향을 제조사에게만 짐을 지우면 생존을 위해서라도 정책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라며 “출고가를 내리거나 보급형 스마트폰을 내놓는 추세가 이어지려면 고가 단말기에 맞춰져 있는 통신사 요금할인 정책과 단말기 유통구조 자체도 변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윤상호 기자>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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