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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뉴스스탠드와 뉴스 소비 패턴

심재석 기자

# 기자는 언젠가부터 일요일밤에 개그콘서트를 보지 않는다. 대신 다음 날 네이버에서 본다. TV를 통해서 보면 좋아하지 않는 코너까지 다 봐야 하지만, 인터넷으로 보면 ‘네가지’ ‘현대레알사전’ ‘나쁜 사람’ 등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코너만 골라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기자는 언젠가부터 음반을 사는 일이 줄어들었다. 대신 디지털 음원을 산다. 음원의 장점은 음반 전체를 살 필요 없이 마음에 드는 음악만 골라서 살 수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음원 시대가 도래하면서 가수들도 음반을 내는 것보다 디지털 싱글을 내는 일이 잦아졌다.


# 기자는 언젠가부터 지하철역의 뉴스가판대에서 ‘무슨 신문을 살까’를 고민하지 않는다. 대신 스마트폰을 통해 제목을 보고, 검색을 해서 어떤 뉴스를 읽을 지 직접 선택한다.


위에서 언급한 기자의 생활 패턴 변화는 하나의 흐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콘텐츠가 담겨 있는 ‘통’이 아닌 그 안의 ‘콘텐츠’를 선택한다는 점이다.


개그콘서트라는 통이 아닌 ‘네가지’라는 콘텐츠에 직접 도달하고, 음반이라는 통이 아니라 개별 음악을 직접 구매한다. XX 일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최종 뉴스 콘텐츠에 직접 다가선다.


이런 생활 패턴의 변화는 디지털과 인터넷이 가져온 변화다.


통 전체를 구매할 필요 없이 필요한 콘텐츠에 직접 다가설 수 있다는 점은 큰 혜택이다. ‘네가지’를 보기 위해 ‘생활의 발견’을 보지 않아도 되고, 타이틀 곡을 듣기 위해 앨범에 담긴 모든 노래를 사지 않아도 되며, 관심을 끄는 헤드라인 기사를 보기 위해 신문을 다 사지 않아도 된다


이런 생활 습관이 익숙해 지면서 콘텐츠가 아닌 통을 선택할 일이 점점 줄어들었다. 통을 선택하는 것은 불편하고, 불필요한 일이 돼 버렸다.


지난 1일 네이버는 ‘뉴스스탠드’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였다. 뉴스스탠드는 기사를 읽기에 앞서 언론사를 선택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뉴스를 언론사라는 통 단위로 소비하라는 요구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콘텐츠를 얻기 위해 통을 선택하는 것은 이제 불편하고 불필요한 일이 돼 버렸다. 사람들은 통이 아닌 콘텐츠를 선택하는 행동 패턴에 익숙해져 버렸다.


뉴스스탠드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것은 이같은 이유다.


물론 낚시성 기사, 선정적 기사를 네이버 메인화면에서 만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뉴스캐스트는 사실 ‘공해’에 가까웠다. 공해 뉴스캐스트에 비하면 불편해도 뉴스스탠드가 낫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고, 뉴스캐스트의 공해를 벗어나는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아쉽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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