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가전 밀레, 삼성·LG 본진 공략…프리미엄 생활가전 경쟁 가열
- 공격적인 신제품 출시, 삼성-LG 견제 목적도 가지고 있는 듯
[디지털데일리 이수환기자] 밀레코리아가 국내 프리미엄 생활가전 시장 공략을 위해 신형 냉장고, 냉동고를 연달아 선보인다. 냉장고는 2년 만에, 냉동고는 지난 4월 1일 출시한 신제품 이후 두 번째로 준비하고 있는 모델이다.
밀레는 국내외에서 오랫동안 명품 가전으로 손꼽혔다. 30년 동안 사용할 수 있고 대를 이어 물려줄 제품을 만든다는 장인정신이 고스란히 담겼다. 다만 그만큼 가격도 비싸서 진공청소기는 최소 40만원 이상을 손에 쥐어야 구입할 수 있고 가장 저렴한 냉장고(냉장 기능만 제공)는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도 280만원 이상이다. 세탁기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작년 7월 삼성전자가 ‘지펠 T9000’을 출시하면서 냉장고 가격이 300만원을 훌쩍 넘었다. 김치냉장고는 400만원, 스마트 기능이 들어간 모델은 500만원에 육박하기도 한다. 일부 고가 모델에 한해서지만 예전에 비해 프리미엄 생활가전 시장이 확대됐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대로 말하면 밀레가 한국 프리미엄 가전 시장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밀레는 오는 2015년 전 세계 가전 시장 1위 목표를 세운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행보를 주시하고 있다. 두 업체는 북미에서 1, 2위를 타투고 있으나 생활가전 본고장 유럽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 적극적인 시장 개척에 나선 상태다.
특히 삼성전자는 유럽에서 빌트인 생활가전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밀레, 지멘스, 보쉬 등 유럽 주요 생활가전 업체의 매출 가운데 30% 이상이 빌트인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파고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엄영훈 부사장은 올해 2월 서울 서초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오븐을 포함한 유럽 빌트인 생활가전 공략을 위해 전문 업체와 1년 이상 작업을 진행했다”며 “올해 하반기부터 독일, 프랑스에 전략 제품이 본격적으로 투입될 것”이라고 말한바 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밀레코리아는 신형 냉장고와 냉동고를 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제품 모두 순수하게 냉장과 냉동만 제공한다. 냉장·냉동이 모두 포함된 콤비 모델은 따로 준비되어 있다.
냉장고는 391리터 용량에 스테인리스 디자인을 입혔다. 터치 컨트롤, 다이내믹 쿨링, 소프트 도어 시스템, 액티브 에어 클린,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등이 적용됐다. 냉동고의 경우 261리터 용량을 가지고 있으며 성애 방지, 슈퍼 냉동, 소프트 도어 시스템 등이 특징이다. 4월에 출시했던 냉동고보다 용량을 키우고 사용자 편의성을 강화한 것이 눈에 띈다.
밀레는 올해를 프리미엄 생활가전 확대로 삼을 가능성이 높다. 개인시장(B2C)이 충분히 무르익었고 부동산 경기 영향을 받는 빌트인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밀레코리아 실적을 살펴보면 2011년 매출 226억4300만원, 영업이익 30억5200만원에서 2012년 매출 210억원, 영업이익 32억2000만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줄고 영업이익은 다소 늘었지만 신사업 개척과 같은 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 LG전자가 장악하고 있는 국내 프리미엄 생활가전을 공략한다는 상징적인 움직임도 있다. 두 회사가 유럽에 신경을 쓰고 있을 때 본사가 위치한 한국에서 밀레가 얼마나 성장하느냐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밀레 라인하르트 진칸 회장도 4월 2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사르데냐 리조트 포르테 빌리지에서 열린 ‘IFA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명품은 브랜드 가치가 중요하며 삼성전자, LG전자가 하이엔드 제품을 만들 수 있겠지만 럭셔리는 쉽게 넘보기 힘들 것”이라며 “한국에서 밀레 프리미엄 냉장고, 세탁기 등이 잘 팔리는 것이 이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겉으로 내색은 하지 않지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유럽 공략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한 발언이다. 점차 확대되고 있는 국내 프리미엄 생활가전에서 도드라지는 활약을 펼친다면 그것 자체로도 충분한 의미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 밀레 세탁기, 냉장고 등은 삼성전자, LG전자가 오랫동안 벤치마크한 일종의 따라잡아야 할 대상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향후 국내외 프리미엄 생활가전 시장에서 밀레와 국내 업체간 경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환 기자>shu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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