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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오만하고 미숙한 벼락부자?=VM웨어

이유지 기자
[디지털데일리 이유지기자]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라면 다 마찬가지이지만, 개인적인 만남에서보다 비즈니스 관계에서는 적절한 예의를 지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자신의 잘못된 언행이 자칫 자신이 속한 조직 이미지를 훼손하거나 중요한 일을 그르치게 만들어 남에게까지 큰 피해를 끼치는 우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도 매일 다양한 사람을 만나는 직업이다 보니 간혹 당황스럽거나 불쾌한 일을 겪기도 한다.

이번 주에 기자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IT 쇼인 ‘인터롭 2013’ 취재를 왔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한국에서 온 기자단(2명)은 8일(현지시간) 오후에 마틴 카사도 VM웨어 네트워킹 부문 최고아키텍트와 인터뷰가 예정돼 있었다.

카사도 최고아키텍트는 작년 7월에 VM웨어가 인수한 니시라의 공동 창업자다. VM웨어는 우리 돈으로 1조도 훨씬 넘는 12억달러에 이 회사를 인수해 IT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단숨에 IT·네트워크 업계에서 유명인사가 된 것은 물론이고, 대규모 현금을 손에 쥔 또 한 명의 실리콘밸리 ‘벼락부자’가 됐을 것이다.

VM웨어의 니시라 인수를 기점으로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에 대한 IT네트워크 시장의 관심 더욱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브로케이드, 시스코, 오라클, 주니퍼네트웍스 등의 주요 IT기업들의 SDN 및 네트워크 가상화 관련 신생벤처 인수 행진이 줄줄이 이어진 데에는 VM웨어의 영향이 컸다.

그런 점에서 오픈플로우와 SDN이 이만큼 발전하게 된 데에는 카사도 최고아키텍트와 VM웨어의 역할이 지대했다고 볼 수 있다. 당연히 만나서 그와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네트워크 시장에서 불고 있는 최근의 변화와 향후 전망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었다. 또 VM웨어의 네트워킹 관련 사업 계획과 기술적 방향도 궁금했다. 한국에서는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좀처럼 듣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약속된 시간에 그는 물론 VM웨어 직원은 한 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에 미디어센터에 있는 행사 주최측 관계자가 와서 VM웨어가 “이 미팅룸 예약을 취소했다”고 알렸다.

몇 분 뒤 사전에 카사도 최고아키텍트의 인터뷰를 주선한 오픈플로우 대표가 약속시간 2분 전에 “도착해 있다”고 VM웨어측에 보낸 이메일 답장이 도착했다. 미안하지만 마틴 카사도가 공항으로 떠나 일정을 취소하게 됐다는 것이었다.

우리와의 약속이 오후 1시였으니 이날 오전 카사도 최고아키텍트는 이 행사 키노트 패널에 참석한 뒤 곧바로 짐을 챙겨 돌아간 모양이다.

VM웨어같은 다국적 기업의 임원들은 아주 바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약속이 있음에도 부득이하게 예정보다 일찍 돌아가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다. 문제는 그의 행동과 VM웨어의 대처다.

우선 약속을 취소하려면 사전에 미리 양해를 구하는 것이 기본 예의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못했다면 적어도 약속 시간에 해당 장소에 그 누구라도 VM웨어 관계자가 나타나 직접 상황을 설명하고 사과를 했어야 옳다.

함께 있던 한국인들 5명 가운데 곧바로 “마틴 카사도가 VM웨어에 인수된 후에 크게 달라졌다더니…”와 같은 반응이 나왔다.

이 일을 한층 불쾌하게 받아들이게 된 데에는 그가 한국의 IT 관계자와 예정돼 있던 미팅 일정을 갑자기 취소한 일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지난달 미국에서 열린 ONS(오픈네트워킹서밋) 행사 기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터였다. 그와 약속을 잡았던 국내 굴지의, 이젠 글로벌 기업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한 대기업의 임원과 팀들도 전날 자정에 그가 미팅에 참석하지 못한다는 통보 메일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VM웨어에서는 자사의 네트워킹 기술이나 제품을 잘 알지 못하는 비전문가들만 회의에 참석했다는 후문이다.

보통 미국같이 먼 거리로 해외 출장을 가면 비행기 왕복 일정을 제외하면 온전히 상주하는 기간은 3일, 길어야 4일이다. 대개 짧은 일정 가운데 최대한 효율적이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일정을 운영한다.

우리 모두 바쁜 시대를 살고 있다. 남의 시간을 축낼 수 있는 권리는 아무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더욱이 VM웨어는 한국에서 올 하반기부터 작년에 인수한 니시라와 관련한 네트워크 가상화 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사업 개시를 앞두고 한국의 관계자들과의 약속을 연속적으로 일방적으로 깨고 제대로 사과조차 하지 않는 무례를 범하는데, 앞으로 제대로 사업을 벌일 수 있을지 과연 모르겠다.

해당 조직의 최고 임원이 보이는 이같은 안하무인의 태도와 그를 지원하는 스텝들의 미숙한 대처가 (적어도 기자는) 지금까지 보지 못한 VM웨어라는 조직의 단면이다.

카사도 최고아키텍트도, VM웨어도 단숨에 ‘벼락부자’나 ‘유명인’이 되고 높은 ‘권력’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 가운데 아주 미성숙한 자들이 범하는 눈살 찌푸리게 만드는 오류를 범하는 것일까?

본사에서 이런 식으로 대한다면, 아무리 한국에 있는 VM웨어코리아 팀이 성실하게 일하며 고객·파트너들과 관계를 맺고 또 증진하는데 성심을 다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다 헛일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나쁜 인상은 단 번에 뇌리에 박힌다.


<라스베이거스(미국)=이유지 기자> yjlee@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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