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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 성숙기 진입, 이통사들 뭘 먹고 사나

채수웅 기자
[디지털데일리 채수웅기자] 4세대 이동통신 LTE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면서 통신사업의 비즈니스 전략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해외 이동통신사를 중심으로 데이터 전용요금제 도입 등이 활발하게 나타나고 있다.

상대적으로 국내 이통사들은 데이터 중심 요금제 전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오랜 기간 동안 핵심 수익원이었던 음성매출은 계속 감소추세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이통사들은 데이터 요금제 전환보다는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중심으로 경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음성매출 감소분 만큼, 데이터 매출을 늘리는 방법이 가장 좋지만 데이터 요금 정상화는 아직 요원해 보인다. 오히려 이통사들은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경쟁적으로 출시하며 가입자당평균매출(ARPU)를 늘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LTE 시대들어 데이터 트래픽은 더욱 폭증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투자 부담은 더욱 늘어나고 있어 국내 이통사들이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전환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해외에선 어떻게?…데이터 제값받기 확산
=KT 경제경영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LTE 본격 확산에 따른 해외 Telco들의 전략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와 달리 해외 이동통신사들은 데이터 요금 제값받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의 대표 이통사인 버라이즌과 AT&T는 국내보다 빨리 LTE 데이터 셰어링 요금제를 출시했다. 버라이즌은 지난해 6월 ‘Share Everything Plan’을 출시했다. 연말 기준으로 가입자는 9253만명으로 전체 가입자의 23%를 차지하고 있다 .

이 요금제 출시로 버라이즌의 ARPU는 2011년 초 130달러에서 2012년말 146.8달러로 상승했다.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개편하면서 수익구조가 개선된 것이다. 또한 가족간 공유 등으로 마케팅비용 및 가입자 묶어두기라는 효과도 거둘 수 있었다.

버라이즌이 성공을 거두자 AT&T도 뒤를 쫓아갔다. 지난해 8월 AT&T는 LTE 데이터 공유 요금제인 'Mobile Share'를 출시했으며 스마트폰 이용자 3분의 2가 가입했다. 25% 이상이 10GB 이상의 고가 요금제에 가입했다.

고무적인 현상은 데이터 요금제 출시 이후에도 유선통화 매출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률 하락추세는 둔화됐다.

경쟁이 치열한 유럽에서도 데이터 요금제로 재정비되고 있다. 무제한 요금제는 단계적으로 폐지되는 추세다. 오스트리아의 오렌지 오스트리아는 지난 3월 LTE 데이터 요금제를 인상하기도 했다.

◆동영상 기반 새 수익모델 발굴 가속도=NTT도코모, KDDI, 소프트뱅크 등 일본의 이통3사는 동영상 기반의 새로운 수익모델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데이터 속도가 받춰주지 못해 동영상 기반 서비스가 활성화 되지 못했지만 LTE 시대에서는 새로운 수익모델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NTT도코모의 경우 'd비디오', KDDI는 '비디오패스', 소프트뱅크는 'UULA'라는 이름으로 영화, 드라마 등 동영상 서비스를 월 500엔 안팎에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망을 통한 서비스(Over The Top : OTT) 사업자들과의 제휴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동안 OTT들은 이통사의 수익원을 갉아먹는 것으로 인식됐고, 협력을 하더라도 주도권 싸움 때문에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지만 LTE 확산은 이통사와 OTT간의 협력 구도도 변화시키고 있다.

독일의 도이치 텔레콤은 온라인 음악 제공업체인 스포티파이(Spotify)와 데이터 제한 없는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 요금제를 출시했고 스웨덴의 텔리아도 기존 모바일인터넷전화(VoIP)에 대해 추가요금을 징수하는 것에서 소비자 요구에 맞는 요금제를 별도로 출시하고 있다.

OTT와의 파트너십 확대를 통해 음성, 문자매출 감소를 데이터 수익으로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이밖에도 LTE 기반의 M2M 서비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커넥티드홈, 헬스케어 등이 대상이다. 해외 이통사들은 M2M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의 인수합병에도 나서고 있다.

◆국내 이통3사 데이터 제값받기 요원=하지만 국내 이통3사는 M2M이나 컨버전스 시장 확대에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데이터 제값받기나 OTT와의 협력 확대에는 소극적이다.

최근 이통3사는 데이터 중심 요금제로 변화하기 위해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하면서 기존 LTE 요금제보다 데이터 제공량을 소폭 줄였다. 데이터 셰어링의 경우 경쟁심화로 2대까지는 무료로 제공되고 있고, 데이터 전용 요금제는 별다른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사업자 등 OTT들과의 관계도 여전히 서먹하다. m-VoIP을 둘러싼 앙금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나마 통신사 CEO들이 통신사만의 성장이 아닌 생태계 전체의 성장을 강조하고 있어 변화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하성민 SK텔레콤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혼자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며 "OTT에게도 손을 내밀겠다"고 말했다.

이통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비즈니스 발굴을 비롯해 데이터 제값받기, 초월적 협력 등이 필요해 보인다. 올해 들어서는 보조금, 가입자 뺏기 경쟁이 아닌 서비스 경쟁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

이통3사가 과거 음성중심 시대에 누렸던 영화를 데이터 중심의 LTE 시대에서도 누릴 수 있을지는 통신사의 의지와 정부의 정책조율에 달렸다.

<채수웅 기자>woong@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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