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갈 길 바쁜 HP의 빅데이터 전략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올초 한국HP는 빅데이터 분야에서 굴욕을 경험했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빅데이터 플랫폼 선정을 위한 개념검증(PoC)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오라클, EMC, IBM, SAP, 테라데이타 등이 본선에 진출해 PoC를 진행한 반면, HP는 예선에서 탈락해 버렸다.
물론 특정 기업에서 진행하는 하나의 프로젝트에 불과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삼성전자라는 상징성을 무시하긴 힘들다. 또 이 사업이 국내 대기업 최초의 빅데이터 표준 플랫폼 선정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한국HP는 자존심을 크게 구겼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이 PoC를 진행한 경쟁 업체들은 비록 최종 선정에서 탈락했다고 하더라도 PoC를 통해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경험을 쌓았다. 이들은 그 경험을 기반으로 다른 프로젝트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데, 한국HP는 아직 이런 경험을 쌓지 못했다.
HP가 이런 굴욕을 맛 본 이유는 데이터 분야에서 경쟁사에 비해 다소 느린 행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사들은 이미 빅데이터 처리를 위한 라인업을 거의 완성했다.
오라클의 경우 엑사데이타-빅데이터 어플라이언스-엑사로직으로 이어지는 어플라이언스 3총사와 엔데카 등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전략을 구현했고, EMC는 그린플럼 피보탈이라는 빅데이터 처리를 위한 새로운 플랫폼을 개발했다.
IBM도 하둡용 퓨어데이터시스템과 같은 어플라이언스를 발표했고, 빅인사이트, 인포스피어 스트림즈, 인포믹스 타임시리즈 등의 소프트웨어 라인업도 구축했다. SAP는 100% 인메모리 컴퓨팅이라는 독자적인 영역으로 빅데이터에 도전하고 있고, 테라데이타는 애스터데이터를 인수해 기존의 데이터웨어하우스와 결합했다.
그러나 HP는 아직 이런 구체적인 빅데이터 플랫폼을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개된 HP의 빅데이터 플랫폼은 엔데카와 오토노미다. 엔데카는 데이터웨어하우스 플랫폼이고, 오토노미는 검색엔진 및 테스트분석 솔루션인이다. HP는 정형 데이터는 엔데카로, 비정형 텍스트데이터는 오토노미로 처리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이는 이미 오래전부터 IT 시장에 존재해 왔던 기술들이다. 이미 앞서 언급한 경쟁사들도 대부분 이 기술들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HP는 기존의 기술을 빅데이터라는 트렌드에 맞춰 재포장 했을 뿐, 기업들이 갖고 있는 최근 빅데이터 고민을 해결해 줄 솔루션은 아니다.
예를 들어 현재 기업들이 빅데이터를 도입하면서 가장 어려움을 격는 것은 ‘하둡’이다. 특히 하둡 분석 기술인 ‘맵리듀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는 새로운 기술일 뿐 아니라 복잡하기 때문에, 기존의 전산실 IT인력이 이를 커버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HP의 경쟁사들은 맵리듀스를 이용하지 않고 하둡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표존SQL과 같은 일반 기술로 하둡파일시스템에 저장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다. EMC의 피보탈, IBM의 빅인사이트, 테라데이타의 애스터데이터 등이 이같은 시장의 요구에 대처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다.
반면 HP는 아직 종류의 솔루션을 선보인 바 없다. 지난 24일부터 중국 베이징 열리고 있는 ‘HP 월드 투어’에서 HP는 빅데이터 시장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를 위한 방편으로 빅데이터 컨설팅 서비스를 강화하고, 스토리지 신제품을 발표했다.
HP 아시아 태평양 및 일본 지역의 테크놀로지 서비스와 컨설팅을 총괄하는 모한 크리슈난(Mohan Krishnan) 부사장은 "기업들은 빅데이터의 상업화 시기를 앞당기기를 원하지만 이상적인 빅데이터 환경 구축으로 인한 영향과 복잡성에 대한 파악은 아직 못하고 있다”며, “HP 테크놀로지 서비스는 고객이 빅데이터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세워 기업의 경쟁력을 심어주는 실시간 통찰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강조했다.
과연 HP가 빅데이터 분야에서 앞서간 경쟁자들을 얼마나 빨리 따라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 경쟁자들도 아직 그렇게 멀리 가진 못했다.
<베이징(중국)=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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