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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터블 브랜치의 주인은 누구?… 웹케시는 왜 한국후지쯔를 제소했을까

이상일 기자

 - [인터뷰] 웹케시 이종섭 이사, “포터블 브랜치 설계 및 개발, 모두 내가 한 것”

 

 

 

[디지털데일리 이상일기자] 국내 대표적인 전자금융솔루션업체인 웹케시(대표 윤완수)가 한국후지쯔의 포터블 브랜치(Portable Branch)에 대해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에 들어갔다. 

 

포터블 브랜치는 직접 금융회사의 직원이 고객을 방문해 오프라인 지점과 동일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컨셉트에서 만든 여행용 가방 크기의 금융서비스 키트이다.

 

지난 2011년 한국후지쯔가 처음 제품을 상용화했으며 기업은행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업계에 알려지기 시작한 모델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포터블 브랜치가 한국후지쯔의 독자적인 모델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후발주자인 웹케시가 선발주자인 한국후지쯔의 꼬리를 잡는 모양새로 최근 소송전을 인식하고 있는 게 일반적이다.


당연히 웹케시가 한국후지쯔에 포터블 브랜치에 대해 특허침해로 인해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는 것이 의아할 만하다.

 

그렇다면 포터블 브랜치의 후발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웹케시가 왜 한국후지쯔에 강경 대응에 나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여기에는 다소 복잡한 사연이 얽혀 있다. 포터블 브랜치 사업을 위해 한국후지쯔와 손을 잡았으나 어느날 갑자기 협력관계가 깨지면서 회사를 정리할 수 밖에 없었던 국내 한 중소기업의 스토리가 숨어 있었다.   

 

<디지털데일리>는  이 얘기를 들어보고자 지난 27일 서울 영등포 웹케시 본사에서 PSB(Portable Service Branch) 사업을 맡고 있는 이종섭 이사<사진>를 만났다.

 

표면적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웹케시의 포터블 브랜치 사업은 2011년 한국후지쯔가 이 사업을 시작했을 때와 궤를 같이 한다.

 

이종섭 이사는 지난 2012년에 웹케시에 합류했다. 이전에는 ‘모비러스’라는 회사의 대표였다. 이 모비러스라는 회사는 다름아닌 한국후지쯔와 공동으로 포터블 브랜치 사업을 진행한 회사다.

 

이 이사는 (포터블 브랜치와 관련) 한국후지쯔는 영업을, 모비러스는 실제 제품 설계 및 제작을 했다는 설명이다.

 

이종섭 이사는 “은행권에 근무했을 당시 화상상담시스템 개발 PM을 맡았다. 신분증 스캐너, 화상카메라 등 현재 포터블 브랜치의 개념이 대부분 반영된 시스템으로 당시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것을 책임졌다”고 설명했다.

 

이후 이 이사는 포터블 브랜치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은행을 떠나 모비러스를 세우게 된다. 2010년의 일이다.

 

제품 설계 등을 진행하고 있을 때 대형 IT회사인 한국후지쯔와 일을 같이 하게 됐다는 게 이 이사의 주장이다.

 

그는 “당시 한국후지쯔에서도 비슷한 컨셉의 비즈니스를 추진하고 있었고 서로 니즈가 비슷해 협력키로 했다”며 “개발과 제작은 모비러스가 담당하고 한국후지쯔가 영업을 맡았다”고 설명했다.

 

이후 기업은행에 제품을 공급하면서 포터블 브랜치 시장이 본격 개화되는 계기를 맞게 됐다.

 

당시 한국후지쯔와 양해각서(MOU) 체결을 통해 파트너 관계를 돈독히 하려 했지만 초안 작성까지 완료된 상황에서 더 이상 일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이 이사는 주장했다. 그리고 이 시기부터 한국후지쯔와 관계가 틀어지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 이사는 “2012년 한국후지쯔가 독자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담당자간 연락도 잘 안되고 이후 발주 사업에 독자적으로 움직인다는 얘기도 들리는 등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포터블 브랜치 사업에서 소외되자 모비러스도 위태롭게 됐다. 이후 사실상 모비러스는 공중분해되고 이 이사는 웹케시에 합류하게 된다.

 

2012년 웹케시에 합류한 이 이사는 당시 특허 출원중이었던 포터블 브랜치의 특허권을 웹케시에 양도하게 된다.

 

그리고 지난 5월 웹케시는 특허등록을 완료했다. 한국후지쯔와의 대립이 표면화되기 시작한 시점이다.

 

이 이사는 한국후지쯔가 웹케시를 대상으로 특허취소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제품 설계와 제작을 직접 담당했던 만큼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물론 포터블 브랜치 개발 당시 거의 대부분을 모비러스가 개발했지만 한국후지쯔도 일정 부분 개발을 진행했다. 따라서 칼로 자르듯이 특허에 대한 전적인 권한을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웹케시는 이에 대해 시장 활성화를 위해 ‘공동특허’를 가져가는 등 방법을 논의해 봤지만 한국후지쯔는 동의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웹케시 관계자는 한국후지쯔를 대상으로 판매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시장에 잘못된 정보가 흘러들어 회사가 부도덕한 기업으로 매도되고 있다”며 “회사 명예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웹케시와 한국후지쯔는 법적 분쟁을 준비하고 있는 와중에 최근 우리은행 포터블 브랜치 시범 사업에 공동으로 제품을 납품했다. 시장의 요구에 따라 극적인 타결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상일 기자>2401@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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