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한주엽기자] 삼성전자가 2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랭했다. “기대보다 낮았다”, “더 벌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실망감이 퍼지면서 5일 삼성전자의 주가는 4%에 가까운 하락세를 기록하며 장을 마감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잠정실적 공시를 통해 지난 2분기 매출액 57조원, 영업이익 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의 분기 영업이익이 9조원을 웃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정보통신&모바일(IM) 사업 부문은 여전히 전사 이익의 대부분을 책임졌을 것으로 추정됐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의 절대 이익규모도 개선됐을 것으로 증권가에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은 시장의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우선 갤럭시S4에 대한 기대가 너무 컸다. 당초 증권사들은 갤럭시S4가 매월 1000만대, 분기당 3000만대 가량 출하될 것으로 내다봤으나 실제 출하량은 2000만대를 소폭 웃도는 데 그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D램 가격 상승 등 업황 호조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사업 부문의 실적이 생각보다 좋게 나오지 않은 것도 시장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한 이유 가운데 하나다. 2분기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SK하이닉스보다 크게 뒤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안성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증가, IM과 CE는 소폭 개선되는 수준에 머물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IM 사업부문의 영업이익의 개선 폭이 아주 작거나 오히려 떨어졌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시장의 실망’은 “삼성전자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것 아니냐”는 보다 근본적인 우려에서 출발한다.
스마트폰 시장은 성장세 둔화가 예상되고 있다. 수량 기준 성장세는 꾸준하겠지만 중저가 제품 판매 확대에 따른 평균판매가격(ASP) 축소로 금액 기준으로는 성장세가 확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스마트폰 사업은 삼성전자 전사 영업이익의 70%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시장의 성장세 둔화 우려는 향후 실적 전망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한다.
스마트폰 사업의 성장세가 둔화되면 부품 사업에도 연쇄적으로 파장이 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현재 삼성전자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 부문은 IM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부품 사업 부문은 스마트폰 사업의 성공 이후 ‘공격적 투자’ 경영 기조가 ‘이익 중심’으로 변한 상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심각한 공급 부족 상황에 이른 것은 삼성전자의 투자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공급 부족은 경쟁 메모리 업체들의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이대로 더 가면 삼성의 시장 지배력은 보다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분기 삼성 반도체가 SK하이닉스보다 영업이익률이 낮았다는 것은 이러한 시각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시스템LSI 사업 역시 영업이익률 개선 속도가 매우 더디다. 애플 AP 물량이 없어질 경우 공장을 놀려야 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게 또 다른 우려 가운데 하나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의 이익률은 여전히 업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갤럭시 스마트폰이라는 ‘우산’이 없어질 경우를 대비해 고해상도, 대면적화, 플렉시블화 등 기술적 난제를 푸는 데 속도를 더 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김경민 현대증권 연구원은 “지난 1분기 말 삼성전자의 보유현금은 44조원 수준으로 매 분기 늘어나고 있다”라며 “시설투자는 줄고 보유현금은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떠한 전략적인 의사결정(M&A 등)을 내리지 못한다면 성장세 둔화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