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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인터넷엔 골목이 없다

심재석 기자
“골목상권이라는 말에 자존심이 상한다”

최근 한 모바일 스타트업 기업의 CEO는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대형 포털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다. 그는 “나는 골목장사를 하려고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면서 “우리 경쟁자는 국내 포털 업체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모바일 서비스 업체들이며, 시장도 골목이 아니라 글로벌”이라고 강조했다.

이제 막 사업을 시작한 스타트업 CEO의 기개가 묻어난다.

최근 ‘골목상권’이라는 말이 다시 언론 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한 때 재벌 기업들이 빵집이나 커피숍 등에 진출하는 것을 비판하기 위해 등장했던 골목상권 개념은 이제 네이버와 같은 대형 포털 업체를 겨냥하고 있다. 대형 포털이 자본력을 앞세워 스타트업이 하고 있는 사업에 진출해서 이들을 말살한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전통적 산업과 인터넷은 전혀 다르다. 뉴욕타임즈의 유명 칼럼니스트 토마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평평하다”고 말했다. 국경이라는 장벽이 사라지고 세계가 하나의 시장이 됐다는 표현이다. 이를 가능케하는 결정적 요인은 광케이블을 통한 글로벌 네트워크, 즉 인터넷이다.

현재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1,2위는 페이스북과 트위터가 다툰다. 이들은 국내에서 이렇다 할 영업이나 마케팅 활동을 한 적이 없다. 거의 아무 활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들은 나날이 한국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만약 국내 스타트업이 SNS 사업을 시작한다면 네이버 미투데이나 SK커뮤니이션즈의 싸이월드와 경쟁하게 될까? 그렇지 않다. 글로벌 서비스인 페이스북, 트위터와 경쟁해야 한다.

인터넷에 골목상권이 존재할 수 없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글로벌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아무런 장애가 없기 때문이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에 나가야만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관세가 붙는 것도 아니다. 서비스의 경쟁력만이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이다.

2010년 3월 카카오톡이 처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후 3개월만에 다음은 ‘마이피플’을 선보였다. 마이피플은 카카오톡과 유사한 모바일 메신저다. 또 7개월 후 네이버는 ‘네이버톡’을 선보였다. 국내 포털 1, 2위 업체가 신생 업체의 비즈니스를 따라하는 듯 보였다.

결과는 주지하는 것과 같다.네이버톡은 결국 시장에서 사라졌고, 마이피플은 지지부진하다. 신생기업이었던 카카오톡이 양대 포털을 눌러버린 것이다. 카카오톡은 이후 모바일 상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현재 카카오톡의 최대 경쟁자는 일본에서 시작된 ‘라인’이다. 한국을 장악한 카카오톡과 일본을 장악한 라인이 세계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다.

오프라인에 기반을 두지 않은 순수 인터넷.모바일 기반의 스타트업이라면 대부분 마찬가지다. 글로벌 업체들과의 경쟁을 염두에 둬야 한다.

네이버 영화 서비스와 경쟁을 펼치고 있는 영화 추천 서비스 ‘왓챠’의 김태훈 대표는 “네이버가 대놓고 우리 기술을 베끼거나 이용해 먹는 게 아니라면 좋은 경쟁이 될 수 있다”면서 “영화는 어차피 골목상권도 아니고, 정당한 경쟁이라면 이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 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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