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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제대로 알고 비판하자③]“검색중립성 정책, 딜레마 고려해야”

심재석 기자
네이버가 위기다. 매출과 이익이 줄어서가 아니다.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언론사들이 네이버에 대한 비판 기사를 잇달아 쏟아내고 있다. 특정 기업에 주류 언론들이 번갈아가며 십자포화를 퍼붓는 사례는 언론사(史)에서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기업과 사회를 위한 대한 건강한 비판이 아니라 무언가 의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렇다손 치더라도 비판이 사실에 기반해 있고, 합리적인 논거를 따르고 있다면, 그 비판은 정당하다. 그러나 <디지털데일리>는 일련의 비판 기사의 팩트(사실관계)가 진실과 다른 면이 많고, 반론이 충분히 담겨있지 않다고 판단한다. 

이에 <디지털데일리>는 주류 언론사들이 제기해 논란이 되고 있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무엇인지,  오해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살펴보기 위해 ‘네이버, 제대로 알고 비판하자’ 특별기획을 진행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최근 ‘멜론 조용필’이라는 검색 키워드가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한 언론이 네이버 검색에서 ‘멜론 조용필’이라고 검색하니 멜론 사이트가 아닌 블로그나 카페 검색 결과만 나타난다고 지적하면서부터다.

이는 네이버가 자사 뮤직 서비스를 위해 경쟁사인 멜론을  검색에서 배제했다는 인식을 준다. 반면 구글은 ‘멜론 조용필’을 검색하면 최상단에 멜론 페이지가 뜬다고 이 언론은 덧붙였다. 구글 검색은 공정한데, 네이버 검색은 불공정하다는 우회적 비판이다.

이에 대해 네이버 측은 펄쩍 뛰었다. NHN 김상헌 대표는 “특정 사례 한두 개를 가지고 전체를 비판하는 것은 사회과학적이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는 “그 사례(멜론 조용필)에 반하는 사례를 몇 천 개, 몇 만 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종호 정책 이사도 “네이버가 멜론 웹페이지를 수집(크롤링)하지 않는다는 지적처럼 들리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면서 “‘멜론 조관우를 검색하면 웹문서 컬렉션의 최상단에 멜론 페이지가 나온다”고 말했다. “순위는 알고리즘에 의한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멜론 조용필’의 경우 내부 랭킹 알고리즘에 의해 멜론의 웹페이지가 후순위에 배치된 것이지만, ‘멜론 조관우’의 경우 같은 알고리즘에 의해 최우선순위로 선정됐다는 설명이다.

이런 논란은 누구라도 몇 번의 실험만 해 보면 알 수 있는 문제다. TV프로그램 ‘나는 가수다’ 프로그램에 출연한 가수들로 실험을 해 봤다.

17일 오후 실험한 결과, ‘멜론 김건모’나 ‘멜론 YB’의 경우 네이버 웹 검색에서 맨 위에 멜론 페이지가 나타났다 . 백지영, 김범수, 박정현의 경우 5~7 순위에 나왔다. 반면 이소라와 정엽은 1페이지에는 멜론이 나오지 않았다.

반면 구글에서 같은 방식으로 검색을 해 보니 대부분 최상단에 멜론 페이지가 나타났지만, ‘멜론 박정현’의 경우에는 5번째에 멜론 페이지가 노출됐다.

이 실험을 통해 내릴 수 있는 결론은 무엇일까? 웹 검색에서 구글이 네이버에 비해 상대적으로 랭킹 알고리즘이 우수하다고 판단할 수는 있다. 그러나 네이버가 고의적으로 멜론을 배제한다고 결론 내릴 수 있을까?

검색 중립성은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개념이다. 검색 서비스가 결과를 노출할 때, 중립적 입장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멜론 조용필을 검색하면 항상 멜론의 페이지가 제일 먼저 나와야 한다는 것은 검색 중립성과는 관계 없다. 이건 알고리즘을 어떻게 설계했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물론 네이버가 경쟁사 웹페이지에만 가중치를 낮게 주는 방식의 알고리즘을 설계할 경우, 검색 중립성에 어긋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이렇게 설계 했는지 알아내는 것은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검색 서비스 업체가 검색 중립성을 유지하고 있는지 외부에서 판단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내부의 랭킹 알고리즘을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곽주원 통신전파연구실 부연구위원은 전문가칼럼을 통해 “의도적 조작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검색 사업자의 기본적인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알아야 하고, 이에 어떤 의도적 조작을 취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검색 순위 알고리즘을 제3자가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랭킹 알고리즘은 검색엔진의 핵심 기술이다. 검색 사업자 입장에서는 제3자가 자사의 핵심기술을 보겠다는 요구를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만약 이 알고리즘이 공개된다면, 이 사업자의 기술적 경쟁우위는 사라지게 된다. 이뿐 아니라 검색 순위 상단에 오르고자 하는 수많은 콘텐츠 업체들의 어뷰징(Abusing, 남용)을 막을 수 없게 된다.

검색 중립성의 딜레마다. 검색이 중립적인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알고리즘이 공개돼야 하지만, 알고리즘을 공개한 검색 서비스는 생존할 수 없다.

최근에 국회에서 논의되는 네이버 규제 움직임에는 이같은 딜레마가 반영돼야 한다. 이 딜레마에 빠지지 않는다는 전제 없이 성급하게 규제를 할 경우, 업계에 어머어마한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다.

곽주원 위원은 “검색의 중립성을 제고하기 위한 모든 법적, 제도적 조치의 성패는 이런 딜레마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고 전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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