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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이끄는 ‘본엔젤스’

심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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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심재석기자] 한국에서 신생벤처(스타트업)에 도전하는 젊은 창업자들이 미국의 실리콘밸리 시스템 중에서 가장 부러워 하는 것은 ‘투자 문화’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아이디어와 기술을 가진 창업자라면 아주 초기단계서부터 벤처캐피탈의 투자를 받을 수 있다. 스타트업을 설립한 직후부터 회사가 조금씩 성장해 나갈 때마다 그 단계에 맞는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벤처캐피탈은 실리콘밸리 생태계의 정점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반면 국내에서 이런 투자환경을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벤처캐피탈조차 안정적인 투자를 지향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자신의 쌈짓돈과 금융권 대출에 의존하게 된다. 심할 경우, 사채에도 손을 대는 사례도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혹시 창업한 회사가 실패하게 되면, 창업자는 신용불량자의 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이 때문에 1차 IT거품이 꺼지고 난 후 스타트업은 젊은이들에게 위험한 일로 치부돼 왔다.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더라도 도전보다는 안정적인 길을 향해 발걸음을 돌리는 젊은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도 조금씩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창업초기부터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국내에서도 구성될 가능성이 엿보이는 것이다.

이같은 투자문화를 선봉에서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은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대표 장병규, 이하 본엔젤스)’다. 본엔젤스는 초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벤처캐피탈로, 지난 몇년 사이 IT업계에서 이목을 끌었던 스타트업의 상당수가 본엔젤스의 투자를 받은 회사들이다.

특히 본엔젤스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들의 성공사례가 잇달아 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초기 투자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본엔젤스 이후 인큐베이팅 전문 벤처캐피탈 ‘프라이머’나 ‘케이큐브벤처스’ 등 초기 투자전문 벤처캐피탈이 잇달아 등장했다.

본엔젤스는 지난 2006년부터 시작됐다. 당시에는 전문 벤처캐피탈의 모습은 아니었고, 장병규 대표<위 사진>의 개인적 인맥과 역량을 중심으로 움직였다.지금은 네이버에 인수된 윙버스와 KT에 인수된 엔써즈가 당시 본엔젤스의 투자를 받은 회사였다.

본엔젤스가 초기투자 전문 벤처캐피탈의 모습으로 발전한 것은 지난 2010년부터다. 70억 규모의 2기 펀드를 조성하면서 18개의 스타트업에 약 3억원씩 투자했다.

2기 투자의 성과는 컸다. SK플래닛에 인수된 틱톡, 100억원 매출을 눈앞에 두고 있는 우아한형제들, 온라인 영어학습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킨 스터디맥스(구 스픽케어) 등이 2기 펀드의 성과다.

장 대표는 “(2기 펀드는) 보수적으로 계산했을 때 연간 15%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본엔젤스의 이같은 성과는 적지 않은 의미를 가진다. 전혀 검증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을 무모하다고 여겼던 국내 투자문화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우리가 초기 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올리면 다른 초기투자가 많아질 것이고, 이는 스타트업 생태계가 좋아지게 될 것”이라면서 “이것이 본엔젤스의 비전”이라고 말했다.

본엔젤스는 지난 3일 3기 펀드의 시작을 발표했다. 3기 펀드는 ‘페이스메이커 펀드’라고 이름이 붙여졌다. 마라톤의 페이스메이커처럼 선배 IT 기업인들이 후배 양성을 위한 조력자로 함께 하겠다는 의미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실제로 펀드에는 김정주 NXC 대표, 이재웅 에스오큐알아이(soqri) 대표,
김상범 넥슨 창업자, 이택경 다음 창업자, 권도균 이니시스 창업자를 비롯한 국내 1세대 벤처 기업인들과 네이버등 국내 유수 기업들이 유한책임투자자(LP)로 참여했다.

1990년대 척박한 환경에서 스타트업을 시작해 성공을 거둔 선배들이 후배들의 투자환경을 개선시키기 위해 참여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심지어 1, 2기 펀드의 지원을 받아 회사를 설립해 성과를 거둔 창업가가 LP로 참여하기도 했다. 미투데이 박수만 창업자가 대표적 사례다.

스타트업을 통해 성공을 거둔 선배 사업가가 후배에게 투자를 하고, 이 후배 사업가는 이를 기반으로 성공을 거둔 후 다시 후배에게 투자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실리콘밸리의 투자 문화다.

장 대표는 “제가 처음 사업을 시작하던 1990년대에는 국내에 벤처캐피탈이 단 한 개였다”면서 “본엔젤스는 스타트업 생태계 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아울러 “성공적인 창업 사례를 보여준 벤처인과 기업들의 참여로 벤처 생태계 선순환 구조 구축에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커뮤니케이션즈 창업자인 이택경 프라이머 대표는 “현재 스타트업 환경이 처음 다음을 창업하고 투자 받을 때보다 좋아졌지만, 국내 투자 환경은 좀더 발전해야 한다”면서 “본엔젤스를 제외하고는 제대로된 초기투자 전문 벤처캐피탈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심재석 기자>sjs@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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